경마는 말을 보는 것에서 시작해 말을 보는 것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교장, 예시장, 주로출장 그리고 레이스 직전까지 꼼꼼히 말을 관찰하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마권을 살 최종 마번을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실상 이러한 과정을 완벽히 소화해내기란 쉽지 않다. 다시 말해 조교장에서 말의 컨디션을 점검하고 다시 예시장을 거쳐 경주직전까지 말만 쫓아다니다 보면, 스스로 판단할 여유는 물론 마권을 구입할 시간조차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관찰해야 할 시간과 분석할 시간에 대한 확실한 스케줄링이 필요하다.

일단, 주로출장의 경우는 경주전 약 10분전에 이루어지므로 주로출장이 끝나고 발매 마감전까지 대략 7-8분여의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다. 하지만 마권 구입 시간을 고려할 때 역시 5분 남짓한 시간 안에 경주에 대한 최종분석을 마치기란 어렵다.

따라서 그에 앞서 1차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되겠는데, 바로 예시장에서 기수가 말에 기승하여 1-2바퀴 정도 예시하는 동안의 시간을 활용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왜냐하면 말을 관찰하는데 있어 이 시간은 득(得)보다는 실(失)이 많은 이유에서다.

필자는 적지 않은 수의 팬들이 이 시간, 즉 기수가 기승하고 나서의 예시과정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기수의 몸짓 하나, 관리원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예의 주시하여 경주해답의 어떤 실마리를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사실 과거에만 하더라도 기수가 말에 기승하여 예시하는 과정에서 어떤 모션을 통해 소위 “간다,안간다” 등의 사인을 내었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바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일 일뿐 아직도 그러한 구습(舊習)에 얽매여 뭔가를 찾아내려 하는 팬들이 있다면, 일찌감치 경마를 그만두라고 하는 말 외에 달리 관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렇다면 기수가 기승하고 나서 말의 좋고 나쁨을 판단해서는 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시가 시작되고 대략 15분여쯤이 지나면, 입장한 기수들이 각각의 말에 기승하게 된다. 이때 기수를 등에 싣고 예시장을 도는 출전마의 모습은 실로 용감해 보인다. 혼자 걷고 있을때는 “축 늘어진” 모습을 하다가도, 기수가 올라타자마자 갑자기 투지를 보이는 말도 있다.

그러나 기수가 기승하고 난 후의 말에 대한 판단은 위험하다. 기수가 기승하는 순간 말은 심리적으로 긴장하게 마련이고, 그것이 말의 결점을 감추어 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수가 기승하고 난 후의 말의 변화도 관찰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예시장에서 만큼은 이미 기수가 기승전에 말의 컨디션을 충분히 파악한 상황이므로 기수가 기승하고 나서의 변화가 혼동이 되어 마음을 바꾸는 일은 없어야 된다. 기수가 기승후 말의 변화는 예시가 끝난 주로출장 시에 고려하더라도 충분하며, 주로 출장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 시간에 알아보도록 한다.

기수가 기승하면 감춰지는 결점중 대표적인 것은 바로 군살의 유무다. 군살이 있는 말은 우선 배의 선이 불룩하면서 느슨한 느낌이다. 하지만 기수가 기승해 말의 고삐를 당기면 말은 목을 당겨 배에 훨씬 힘을 주게 되어 느슨해진 배도 긴장하면서 좀 더 타이트한 배의 선을 이루게 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수가 기승하더라도 군살이 있는 말은 티가 나게 마련이지만 분명 혼동을 일으킬 소지는 충분하다.

기수가 기승 후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은 말의 파행유무다. 앞선 강의에서 파행이 있는 말은 앞다리가 제대로 뻗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기수가 기승하면 말도 그에 따른 심리적 변화로 인해 종종걸음을 걷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말의 파행을 파악하기가 힘들다.

최근에 있었던 경주 가운데에서도 인기 1위의 말이 예시장에서 파행을 보인 적이 있다. 예시를 거듭하는 동안에도 그러한 파행기미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았던 모습이었지만, 기수가 기승하면서 말이 달릴 마음이 생겼는지 그 때문에 전혀 파행의 기미가 보이지 않게 되어 버렸다. 심지어 주로출장 시에도 파행을 느끼기가 힘든 정도여서 필자는 “내가 잘못 본걸까”라는 의구심을 가졌지만 결과적으로는 순위권(5위)안에도 진입하지 못하는 부진을 보였다.

말의 파행은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예시장에서 주회를 거듭하면서 서서히 사라지는 경향도 있지만, 기수가 기승하기 직전까지 사라지지 않았던 파행이 갑자기 해소될 리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예시장에서 말을 관찰하는 판단의 시간은 기수가 기승하기 전까지 만으로도 충분하다. 필자도 좀 더 꼼꼼히 본답시고 기수의 기수후의 말 상태까지 점검했다가 처음의 생각을 바꿔버리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기 때문에 기수가 기승하는 순간 일단 예시장에서는 철수해 버린다. 참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고, 일단 눈으로 보고 나면 마음이 돌아서는데는 단 1초도 걸리지 않지만 그 아쉬움은 두고두고 남는다는 점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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