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주 예시장 정면에 설치된 전광판에는 출전마의 마체중(馬體重)이 표시된다. ‘+5’, ‘-10’ 등과 같이 직전경주 대비 체중증감이 표시되는 형태다.

마체중의 표출은 본장 및 지점의 모니터를 통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모니터를 통해서는 잠깐의 시간동안 표출되기 때문에. 예시장을 찾지 않는 팬들의 경우 마체중이 표출되는 그 순간을 놓칠 새라 예상지에 바쁘게 기록해 넣는 모습은 경마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는 경마경력이 2-3년 정도만 되더라도 마체중이 주는 의미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체중은 경주의 실마리를 잡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서울경마공원의 지난 1년간의 경주결과를 토대로 볼 때, 경주마가 출전주기 4주를 기준으로 ‘±15kg’ 이상의 증감이 있을 경우 입상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통계도 나와 있다. 그렇다면 대략 1주단위로 계산해서 ‘±4kg’ 이상의 증감이 있다면, 해당 경주마는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다고 결론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마체중은 계절에 따른 접근방법도 달라야 한다. 겨울철에는 대략 말들의 체중이 불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체중이 감소되는 말은 컨디션에 문제가 있다고 예측할 수 있으며, 여름철의 경우는 정반대의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말의 실제 상태를 보지 않고 마체중 만으로 컨디션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통계적인 수치는 나와 있다한들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마체중보다는 말의 상태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고 마체중의 수치를 무시해서는 안되겠지만, 말의 상태를 우선 파악한 후 마체중과 비교해나가는 것이 정석적인 접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짧은 시간 안에 말의 체형을 꼼꼼히 확인하고, 그 후 마체중과 비교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기란 시간적으로 벅찰 수밖에 없다. 필자 역시 현장예상을 하는 관계로 최소 발주 12분전에 현장예상 녹음을 마쳐야하기 때문에 예시장에서 말을 보는 시간은 5분 남짓에 불과하다. 제 아무리 전문가라 하더라도 그 시간에 정석적인 접근을 하기란 무리다.

그러나 최소한 독자여러분에게는 어렵더라도 꼭 그렇게 해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말의 상태와 결부된 마체중 증감의 의미는 그 어떤 요소보다도 우승마를 선별하는데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마체중을 보기전에 말의 상태를 먼저 살펴야 하는 이유는, 마체중을 먼저 보면 그 숫자에 좌우되어 말의 외형이나 컨디션을 파악하는데 선입관을 가질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과거 강의에서 전술했던 것처럼 예시장에서는 우선 모든 정보를 뒷전을 한 채 백지 상태에서 말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예상지의 말이름 옆에 ‘+10’과 같이 사인펜으로 마체중을 기입하지 않도록 한다. 오직 자신의 지식과 감각에만 의존해 “살이 붙었으니 체중이 불었을까?”, “배의 선이 직선인데 체중이 빠졌을까?”, “확실히 다른 말과는 다른 포스가 느껴지는데?” 등과 같이 말의 상태를 판단한다.

그리고 나서 마체중을 확인해 본인이 느낀 말의 상태와 일치한다면 자신의 판단이 옳았겠지만, 만약 마체중과 상태가 어긋나는 경우라면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몸집이 불었다거나 군살이 있다고 생각되면, 마체중도 증가해 있을 것이다. 반대로 배의 선이 직선에 가깝게 느껴져 몸집이 줄었다고 생각되면, 마체중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그러한 예측과 마체중의 수치가 어긋날 경우 그 기준을 살펴보도록 하자.

● 살이 붙었다고 느꼈는데 마체중의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감소한 경우

대개 단거리 적성을 가진 말의 경우는 원체 근육이 울퉁불퉁해 보이고 몸집이 좋기 때문에 일견 살이 붙었다고 느낄 수 있다. 또한 마체중의 증감은 직전경주와의 비교이기 때문에 직전경주에 이미 체중이 많이 불어나면서 살이 붙었던 경우라면, 이번경주에서도 그 여운은 남아있을 수 있다. 이때는 베스트 마체중(그림2의 설명참조)을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재차 말 상태를 검토하여도 역시 살이 붙어있다 생각된다면 그것은 감점의 재료다. 원래 근육이 붙어 체중이 불어난 말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다지 살이 붙었다고 생각되지 않기 마련이다. 반면 군살이 붙어 체중이 불어있다면 체중의 변화에 관계없이 겉으로 보기에 살이 붙었다고 느껴지며, 설상가상으로 말의 움직임도 느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보통이라고 느꼈는데 마체중이 증가한 경우

2,3세마는 말할나위가 없지만, 4세이상의 고마(古馬)의 경우도 성장이 본격화할 때에는 체중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는 말의 상태가 “베스트”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렇지만 “좋다”라고 생각한 말이 체중이 과다하게 불었을 경우, 예를 들어 15-20kg의 증가가 있다면 새벽훈련의 내용을 체크해야 한다. 마체중의 증가는 새벽훈련의 내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훈련의 강도와 양이 직전과 대비해 큰 변화가 없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출전주기에 비추어 훈련이 평소보다 가볍거나 양이 적거나 하는 경우는 말 상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4세이상마의 경우라면 베스트 마체중과 비교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 범위가 크게 어긋난다면 이 역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단지 몸집이 큰 것에 현혹되어 훌륭하게 보이지 않았는가”와 같이 말이다. 실제로 그러한 실수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재검토후에도 “그렇지 않다. 오늘은 최고다.”라고 생각되면, 평가를 바꿀 필요는 없다.

덧붙여 마체중이 30kg 이상의 증감이 있는 말은 외형에 관계없이 주의해야 함을 알려둔다.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더라도 분명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자신의 눈을 100% 신뢰해선 안된다 라는 얘기로 통할 수 있겠다.

다만 2,3세의 어린 말의 경우 성장이 본격화 단계로 접어들 때, 이러한 현상을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다음의 출전시에도 만약 그 체중으로 나와 있다면 비로소 성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어야 겠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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