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발매소
정부·정치권·시민단체 규제 및 반정서 갈수록 심화
법개정 통한 온라인 베팅 조속한 재개가 해법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정치권·시민단체의 반정서로 인해 뭇매를 맞고 있는 한국마사회의 장외발매소 정책에 대해 대대적인 방향 전환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마의 전체 매출중 7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장외발매소가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과 외부압력으로 인해 신규 장외발매소 개장은 고사하고 이전과 리모델링조차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국경마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한국마사회의 장외발매소는 수년간 신규개장과 이전 계획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어왔다.
2007년에는 강원도 원주에서, 2011년에는 전남 순천에서 장외발매소 신규 개장이 일부 주민과 해당지역 국회의원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이전을 추진하던 서울 서초 장외발매소는 법정소송까지 갔지만 2012년 최종 무산됐다. 서울 마포 장외발매소는 2007년 학교보건법이 개정된 뒤 정화구역 내에 포함되면서 2009년까지 운영되다가 폐쇄됐다. 2011년까지 운영했던 서울 성동 장외발매소는 이전 과정에서 건물주와 마찰 등의 문제로 결국 문을 닫았다. 또한 최근까지 용산 장외발매소와 대전 장외발매소의 이전·리모델링과 관련해 큰 난항을 겪어야 했다.
장외발매소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한국경마에 대한 정부의 정책과 이에 따른 사업장의 구조에서 비롯된다.
한국경마는 현재 3개의 경마장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경남에서 서러브렛 경주를 시행하고 있으며, 제주에서 제주마·한라마 경주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3개 경마공원만 가지고 연간 1000만명에 육박하는 경마팬이 이용하기란 장소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한국마사회는 전국적으로 30개에 이르는 장외발매소를 운영 중에 있다.
하나의 경마장을 신설하기 위해선 막대한 재원이 요구된다. 마사회는 정책적으로나 재정적인 이유로 경마장 신설보다는 장외발매소 확대를 통해 경마팬의 욕구를 해소해 왔다.
하지만 과거부터 장외발매소에 대한 해당지역의 반발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물론 지역민의 문화활동 지원과 불우이웃돕기 등의 순기능과 세수입 증가를 장외발매소 유치를 반기기도 하지만, 교통난과 사행심 조장을 이유로 시민단체를 포함한 지역민의 반발도 거셌다. 경마고객의 폭발적인 증가세로 인해 혼잡도가 가중되고 해당지역사회와 크고 작은 마찰이 이어지게 되었고,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장외발매소에 대해 무조건적인 배제 규제책과 더불어 온라인 베팅을 폐지케 하면서 장외발매소의 혼란을 가중시켜 왔다.
장외발매소를 둘러싼 사회의 반정서가 심화되면서 한국마사회는 장외발매소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를 선포했다.
우선 장외발매소 모델을 신규 설치부터 복합레저형·공원형·복합리조트형 등으로 나누어 각 지역에 맞는 장외발매소를 지향하는 한편, 과거 마권구매 업무에 집중됐던 장외발매소의 역할을 지역상생이라는 목표를 추가해 렛츠런 문화공감센터(렛츠런CCC)로 새롭게 명칭을 부여했다.
렛츠런CCC는 주민친화적인 장외발매소를 지향하고 있다. 이전까지 의무적인 기부금 전달이나 일부 주민이 이용하는 문화교실 운영 등에 그쳤던 것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인근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장외발매소 시설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렛츠런CCC가 해당 지역의 랜드마크로 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마사회는 장외발매소를 이용하는 경마고객들의 기초질서 확립을 도모함과 동시에, 발매소 주변 환경개선을 위해 전사적 차원의 총력대응하기 위해 ‘경마고객 리스펙트 캠페인’을 펼치고, 또한 지정좌석제 확대 시행으로 장외발매소 이용환경 개선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마사회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마사회의 장외발매소 정책은 용산장외발매소 이전이 진통을 겪으면서 오히려 사회적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더욱 커지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와 사감위에선 아직도 합법사행산업인 경마산업에 대해 도박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관련 정책 수립시 규제로 일관하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도 규제강화를 위한 입법이 쏟아지고 있다.
2013년 용산장외발매소 신규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자, 정치권에선 대거 장외발매소 설치·이전을 규제하는 다양한 개정안을 쏟아냈다.
장외발매소와 관련해 국회에 발의된 법률안에는 1일 마권구매 상한선 10만원·장외발매소 학교 주변 2km(대표발의 김동철 의원), 장외발매소 학교 주변 1km 제한(대표발의 박인숙 의원), 마사회 비상임이사 임명(대표발의 황주홍 의원), 장외발매소 설치·이전 주민동의 필수(대표발의 김광진 의원), 경마장 미성년자 입장 제한(대표발의 김춘진 의원), 장외발매소 이전·감축계획 정기 제출(대표발의 진영 의원), 장외발매소 설치 범위 및 이전축소 계획(대표발의 박범계 의원), 마사회특별적립금 축산발전기금으로 전액 적립(대표발의 황주홍 의원), 장외발매소 명칭 경마장으로 변경(대표발의 이학영 의원) 등 다양한 부분에서 규제를 강화하는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최근에는 용산 장외발매소와 관련해 일부 시민단체와 야당을 주축으로 이런저런 흠집내기로 경마산업에 대한 이미지를 끌어내리고 있으며, 대전시의회에선 대전 장외발매소 인근주민지원조례를 만든다며, 대전 장외발매소를 혐오시설로 규정하려 하고 있다.
또한 기획재정부에선 2015년 세법개정안에서 장외발매소 입장시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를 100%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장외발매소를 이용하는 경마고객은 내년부터 4000원에 달하는 입장료를 부담하게 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의 뒤를 이어 세계 경마를 이끄는 주역으로 발돋움한 이웃나라 일본에서의 장외발매소는 한국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장외 발매소의 역사는 60년이 훌쩍 넘는다. 1940년대 일본에서는 중의원 조사 심의 때 (새)경마 법을 적용해 당초 원안에 있던 “입장자에 대한 마권을 발매할 수 있다” 취지의 조문에서 하선부가 삭제되고 경마장 밖에서도 마권을 발매할 수 있게 됐다. 이후 1948년 12월 도쿄 경마를 대상으로 “긴자 장외 카츠마투표권 발매소”에서 발매한 것이(새)경마 법을 근거로 한 첫 장외 마권 발매의 시초다.
일본 중앙 경마회(JRA)의 발매 시스템을 이용하는 발매소는 ‘WINS(윈즈)’라고 하며 소규모 장외 발매 시설을 ‘라이트 윈즈’라고 한다. 또한 2013년 3월 23일부터 지방 경마장의 장외 발매가 시작되고 있는데 이는 ‘J-PLACE’의 호칭으로 구별된다.
일본은 장외발매소가 110개(중앙경마 37개, 지방경마 73개)로 결코 많은 편이 아니지만 세계 1위의 마권 매출규모(2009년 세계경마연맹 IFHA 통계 기준)를 자랑한다. 특히 경마장 대 장외발매소·전화투표 매출 비중이 7:93으로 장외발매소와 전화투표 매출이 절대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경마가 국민이 사랑하는 레저스포츠란 점도 이채롭다. 그래서인지 장외발매소 건물은 거대하고 화려해 백화점 또는 고급 호텔을 연상시킨다.
사실 일본인들은 ‘마권을 사는 곳은 장외발매소’라는 생각이 강하다. 경마장은 집이 가깝거나 대상경주 등 큰 경주가 열릴 때 주로 찾는다. 장외발매소 역할도 다양하다. 발매시설 외에 어린이 동반 참여자를 위한 키즈방, 여성관객이나 65세 이상 고객을 위한 무료좌석, 비체류형 미니 장외발매소를 운영한다. 장외발매소 모델 다양화로 참여계층의 다양화를 유도하고 경마인구의 저변 확대에 힘을 쏟는 것이다.
일본의 장외 발매소는 공원형, 극장형, 리조트형 등 다양한 장외발매소가 있고, 도심의 경우에는 장외발매소를 중심으로 복합 문화 공간이 형성되고 있다.
주요 일본 장외발매소를 살펴보면, 야와타하마 장외발매소는 공원형 장외발매소로 꼽힌다. 위치는 야와타항 주변부에 있고, 도심형 장외발매소지만 바다와 인접한 주변에 소규모 광장과 공원으로 이루러져 있다. 내부에는 체육활동을 할 수 있게끔 설치되어 있어 문화스포츠가 겸비된 공원형 장외발매소로 유명하다. 리조트형 장외발매소로는 하우스텐보스에 위치한 사세보 장외발매소를 들 수 있다. 사세보 시는 일본 나가사키 현 북부에 있는 시로, 규슈 최대의 테마파크인 하우스텐보스로 유명한 관광도시다. 하우스텐보스는 일본을 대표하는 워터프론트 리조트로 거리에는 배가 오가는 운하가 있고, 레스토랑, 극장, 미술관, 놀이공원, 별장 등이 늘어서 있고, 자연도 매력적인 리조트다. 하우스텐보스에 위한 사세보 장외발매소는 승마체험형 마장과 말 조각공원이 있어 휴식과 쾌적성을 추구하는 공원, 극장형 장외발매소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이외 신요코하마 장외 발매소는 극장형 장외발매소로 유명하고, 경마가 열리지 않는 경우에는 영화, 연극, 오페라, 음악공연 등의 문화 예술의 공간으로 활용, 지역주민공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도심 속에 위치한 고라쿠엔 장외발매소의 경우는 장외발매소를 중심으로 복합적 문화공간이 형성돼 중요한 상권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라쿠엔 장외발매소는 JR스이도 바시 역 앞, 도쿄 돔 옆에 있는 일본 최대의 장외발매소다. 고라쿠엔 장외발매소 인근에는 도쿄돔이 위치한다. 도쿄돔은 350억円에 달하는 거금을 들여 만든 일본 최초의 돔 구장으로 1988년에 세워졌으며 야구경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다목적 스타디움이다. 일본내 최고 인기 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홈으로 사용을 하고 있어 최고의 상권으로 평가된다. 주식회사 도쿄돔이 운영을 하고 있는 도쿄 돔 시티 아토락션즈는 도시형 테마 파크로 유명하다.
앞서 ‘경마장 입점 반대 주민대책위’가 주장한 장외발매소 입점시 발생되는 사안으로 도박꾼들이 거리를 휩쓸고 불법 유흥업소가 난립할 것이며, 아이들이 성폭력 범죄 및 각종 범죄에 노출될 것이라 밝힌바 있다.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와 같은 예측이 얼마나 억측스럽고 비현실적인 주장인지를 알 수 있다.
일본 장외발매소는 경마와 문화 공간을 공존하고 있으며 도심속의 장외발매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상권이 형성돼 중심적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일본 장외발매소가 쾌적한 환경을 통해 주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로는 JRA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장외발매소외에 민영으로 운영하는 장외발매소의 노력도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민영 장외발매소의 경우에는 외부인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짐으로서 강화된 경쟁과 완화된 규제로 인해 한층 발전된 장외발매소를 운영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됐다.
현재 정부와 사감위, 그리고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장외발매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란 요원해 보인다. 결국 한국마사회가 장외발매소의 시설을 바꾸고 주민친화적 정책을 철저하게 시행하더라도 당장 장외발매소에 대한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외발매소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선 우선 실명제로 상한선 준수가 가능한 온라인 베팅을 재개해야 하며, 마권 구매의 용이를 위한 소형 구매처 또는 편의점에서 마권 구매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 1위의 IT강국이다. 이웃 일본과 홍콩만 하더라도 온라인 마권발매가 경마장과 장외발매소에서 발매되는 마권매출액보다 훨씬 많다. 그리고 경마는 세계 120여 국가에서 시행하는 온 인류의 레저스포츠다. 우리 국민들이 복권이며 스포츠토토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덜한데 반해 경마에 대해선 왜 거부감이 강한지 원인을 찾아 치유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온라인마권발매시스템(Knetz) 부활과 각종 복권, 스포츠토토가 판매되는 동네편의점에서 함께 마권을 발매하는 시스템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장외발매소가 없는 지역에서 인터넷을 통한 불법 사설경마가 끊임없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 조직은 세금 한푼 내지 않고 지하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국가적인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이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검거만 한다고 해서 사설경마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합법의 틀 속으로 끌어들여야만 불법을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권구매 상한선 제도를 폐지하고 적중시 되돌려 지는 배당금의 비율을 높여야 하며 각종 세금도 인하해야 한다. 합법을 짓누르면 짓누를수록 풍선효과에 의해 불법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불법인터넷도박이 사회문제로 크게 부각되면서 온 국민에게 허탈감과 자괴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온라인 마권발매 뿐만아니라 편의점에서도 쉽게 마권을 구입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 경마보다 사행성이 훨씬 심한 복권이며 스포츠토토는 편의점에서 발매를 하면서 마권은 발매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한국마사회에서도 조속한 온라인 베팅을 재개를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답을 보이지 않는 장외발매소를 둘러싼 논란을 일시에 해소하고, 정부와 사감위가 주장하는 사행성 문제까지 해결하기 위해선 철저한 실명제와 구매한도 준수가 가능하면서도 경마고객에게 편리성을 줄 수 있는 온라인 베팅의 재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마사회는 경마산업의 존폐를 걸고 하루빨리 온라인 베팅 재개에 최우선 순위로 장외발매소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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