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원 제주지역본부장
작은 차이가 명품과 가품을 만드는 것
근본체계를 확립해야 경쟁력 확보도 가능해

전 성 원 제주지역본부장
□ 경 력 : 1989년∼ 한국마사회 근무
○ 제주기획팀근무(‘02~’03), 홍보기획팀장(’07), 미래
전략단장(’09), 사업관리처장(’13), 경영기획처장(‘14) ,말산업진흥처장(‘15) 등 역임
○ ‘15. 08.12.~ 제주지역본부장 재임


-취임을 축하드린다. 갑작스러운 발령에 정신이 없을 것 같은데?

그렇다. 나보다 훨씬 훌륭한 선배동료들이 많기에 생각지도 못했다. 취임식이 있다는 얘기에 허겁지겁 내려왔는데 얼떨떨하기도 했고, 말산업진흥처에서 준비하고 있던 프로젝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막막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니 진흥처에서 나와 함께했던 유능하고 훌륭한 분들이 문제없이 프로젝트를 잘 이어가 주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아직 젊다면 젊은 나이에 본부장의 자리가 주어진 것은 그만큼 큰 책임감을 안은 것이라 생각한다. 현명관 회장님을 위시한 본부의 경영방침을 제주본부 운영에 얼마나 잘 투영해낼 것인지가 내게 내려진 숙제라고 생각한다.

-취임식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이 무엇인가?

다행이 예전에 제주기획팀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어 구성원이나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는 얼추 감을 잡고 있었다. 각 부서의 장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 뒤 곧바로 직원들을 대상으로 회의를 열었다. 앞으로 제주지역본부가 어떻게 나아가야하는지, 그리고 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하고 정리했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현 회장님 주재 회의에서 발표를 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여기에 각 부서원들에게는 기존에 시행되어오던 것 중 적어도 경마장 관련 10개, 목장 관련 10개씩을 올해 안에 개선할 수 있도록 이야기했다.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도 좋고 모두 성공할 수 없어도 좋다. 현재 돌아가는 일의 전반적인 얼개는 상부에서 지시가 가능하나, 실질적인 현장의 업무와 소리에 관해서는 담당자가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사실이다. 개선이라고 해서 꼭 그 어떠한 일을 새롭게 만들라는 것이 아니다. 쓸데없이 여러 갈래로 분산돼 진행돼오던 일을 하나로 합하는 것도 개선이고, 불필요한 일을 과감히 없애고 기존에 있던 것들을 명료하게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개선이다. 당장에는 작아 보여도 이러한 개선들이 남은 기간 동안 쌓이고 쌓이다보면 분명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 본다.

-제주 지역본부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우리 회사의 비전은 고객 감동과 혁신을 통해 No.1의 공기업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본부의 역할은 무엇이겠는가? 그 지역 고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혁신을 이루고, 그 지역에서 신뢰를 받는 존재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뢰는 단기간에 생길 수 없는 문제다. 우리가 지역에 도움이 되고, 지역 역시 우리에게 도움을 주며 서로 상생하는 부분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주라는 지역과의 상생방법은 어떠한 것이 있겠는가?

물론 봉사활동을 한다거나 지역 기부금을 전달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공기업이라면 단연 해야 하는 일들이다. 하지만 지나친 분산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인지해야 할 것이다. 우리 마사회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뚜렷이 있다. 말 산업.
제주는 말의 본고장이다. 우리는 말 산업을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들을 성공시켜 제주 경제를 부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관광의 새로운 테마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 여러 방면에서 미흡한 것이 사실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의 부재다. 지금도 많은 농가가 오랜 기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 생산과 육성에 주력하고 있으나 최대한 효율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방향으로 생산을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일 것이다. 장제, 수의, 사양 관리 등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한 대한민국 최고의 인력들이 마사회에 있다. 이들을 데려와 정보를 전달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말 산업 진흥의 시작이라고 본다.

-사실 서러브레드 경주에 비해 제주마와 한라마 경주의 인기가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부흥시킬 방안은 어떠한 것이 있다고 보나?

제주가 말산업의 메카인 것은 사실이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말의 종류는 서러브레드 외에도 승용마, 제주마, 한라마 등 다양하다. 하지만 사실상 모든 것의 포커스는 서러브레드에 맞춰진 것이 사실이다. 제주마나 한라마는 서러브레드와 비교했을 때 비싼 씨수말과 씨암말의 교배, 전문적인 육성 등의 체계화가 거의 부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문제도 많이 생기고 경쟁력도 떨어지고, 한 마디로 경주의 품질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경주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이어져 경마팬들의 외면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는 경마팬들에 좋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생산에서부터 체계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제주마는 표준 사양관리에 대해 정리된 것이 없다. 가령 몇 세에는 어느 정도를 먹이고, 연령별 평균 신체지수는 어떠하며, 체중이 줄어들면 왜 줄어들었는지, 늘어나면 왜 늘어났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내 말이 얼마나 잘 크고 있는지를 확인해봐야 하는데 아주 기초적인 부분에서부터 정립이 되지 않다보니 들어와서는 안 되는 말도 종종 경주에 들어와 그때부터 뒤늦은 훈련을 받으며 경주마가 되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주마와 한라마가 전문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등에 대해 관련 부서에서 고민하는 중이다.
제주경마장이 지어진지도 25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경주력과 제주 전통의 생산시장은 정체돼다. 우리는 그 그늘 속에 가려졌던 부분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말산업과 관광의 접목은 어떠한 방법을 이용할 수 있겠는가?
단편적인 예로는 외승승마를 들 수 있겠다. 제주도가 관광승마의 대표적인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 세계적으로 승마를 즐기는 인구들은 외승승마를 하기 위해서 말과 관련된 주요 도시들을 관광차 방문하는 상품들까지 나와있다. 우리나라에서 유행 중인 골프 관광 상품을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아시에는 인도, 몽골, 시베리아 등 다양한 지역이 외승승마의 대표지로 떠오르고 있으나 아직 우리나라는 해당사항이 없다. 한국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렛츠런파크와 렛츠런팜을 통해 제주도=말 산업의 인식을 관광객들에게 정립시켜주어야 할 것이다.

-렛츠런파크와 렛츠런팜을 관광객들에게 부각시킬만한 방법은 어떠한 것이 있을까?

있는 것을 부각시켜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의 자원인 렛츠런팜과 렛츠런파크 제주는 우리가 가진 아주 좋은 자원이라 생각한다.
렛츠런팜의 경우 관광과 접목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목장 안에 눈요기거리를 만들고, 관광용의 무언가를 설치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목장의 본질을 훼손하고 우리만의 희귀성을 손실하는 행동이라 본다. 안에서 무언가를 자꾸 덧대는 것보다는 외부에 있는 자원과 우리의 목장을 어떻게 연결시키느냐가 더욱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렛츠런팜의 경우도 제법 재밌는 사업들이 많다. 주변에 워낙 좋은 자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목장으로 오는 길에 사려니숲길이라는 유명한 관광지가 있다. 아주 큰 참나무 숲길인데 연간 40만 명의 관광객들이 방문한다고 한다. 이곳과 목장을 연계시키는 방안을 해당 부서와 협조 중에 있다.
제주시에서 하는 시티투어 버스는 현재 가장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사업이다. 시티투어 버스는 주로 중국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버스인데 삼다수 공장이 있는 곳까지 와서 돌아가는 코스다. 참고로 삼다수 공장은 우리 렛츠런팜과는 1.8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코스 중 하나에 우리 렛츠런팜을 포함시켜 말도 보고, 드넓은 목장에서 마음도 정화하고, 전문가들의 안내와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떠냐는 제안을 건넸고 현재 높은 가능성으로 논의 중이다.
또 제주마 방목지를 가보면 한라산을 배경으로 두고 제주마가 뛰노는 최고의 뷰 포인트가 있다. 이곳을 포토존으로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의 사진을 남겨주는 코스 또한 추진 중이다.

-네트워크 구성을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다.
그렇다. 주변을 직접 돌아다니며 둘러보았다. 주변 관광지들의 특성이 차 델 곳이 마땅치가 않고 출입구와 관광지가 많이 동떨어져있어 편의시설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블로그 후기를 살펴보아도 물 마실 곳이 없고, 화장실도 잘 없어 불편했다는 글이 많더라. 우리 렛츠런팜이 이런 시설들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 지역의 관광지로는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한다. 주변 관광지와의 연계를 통해 렛츠런팜이 제주 관광의 주요 코스로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렛츠런파크 제주는 어떻게 변화될 전망인지?

현재 렛츠런파크 제주는 가족단위가 방문하기 좋은, 그야말로 공원이라서 관광객보다도 도민 이용객이 훨씬 많다. 현재 렛츠런파크 제주는 테마파크 전략기획팀 측에서 따로 용역을 주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테마파크인 만큼 말이 중심이 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각국의 말을 보여주고, 마차를 타고, 승마장을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날로 발전하는 첨단 IT분야와 말을 접목해 우리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말 테마파크가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당연히 생각하던 것이 잘 구현돼있을 때는 예쁘고 괜찮고 좋을 뿐이지만, 생각지 못했던 낯선 경험에는 비로소 감동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아마 돈 보다도 상상력이 중요할 것이다. 작은 생각하나가 큰 변화를 야기하지 않나.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제주에서 가볼 곳”이라고 검색을 하면 렛츠런파크 제주와 렛츠런팜이 가장 먼저 나올 수 있었으면 한다.

-제주는 말산업의 근본인 곳이다. 최근 국제화를 목표로 한국마사회의 적극적인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제주를 이끌어가야하는 입장에서 여기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지?

내가 이곳으로 발령받기 전에 해놓고 온 것이 중장기 계획 수립에 대한 부분이다. 한국 경마는 곧 10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 중장거리에서의 경쟁력은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반면 스프린터 면에서는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정도까지 도달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주력해 국제대회에서도 외국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국산마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목표였다. 적어도 2022년에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3세마를 배출해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그 체계를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국제화란 자국에서 생산한 말이 자국의 기수와 함께 외국경주에 참여하는 것이라 본다. 지금 우리의 국제경주는 외산마가 들어와서 훈련하고 나서는 수준이다. 우리의 경마 수준을 보여주려면 제대로 된 국산마가 절실하다. 그만큼 교배와 육성이 중요한 부분이다. 생산자분들과 모여서 오랜기간 중장기계획에 대해 합의했다. 초반 다소 시끄러웠던 것은, 우리가 하고자하는 것에 대한 불신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불신의 벽을 만들었던 것도 우리의 잘못이라 생각하고 정말로 우리가 하고자하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이야기했다. 결국은 말산업의 부흥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었기에 서로가 배려하고 이해하며 대화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
사실 교배 육성에 대한 큰 틀은 중장기 계획에서 모두 제시돼있다. 우리 제주지역본부가 할 일은 작은 부분들을 해결해 그 계획들을 차질없이 진행시킬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역할이라고 본다. 작은 차이가 명품과 가품의 차이를 만든다고 하지 않나. 작은 것들이 나중에는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전문인력 문제 역시 제대로 된 교배와 육성을 위해서는 중요하다고 보인다.

그렇다. 시설이나 모든 것을 선진국과 비교해봤을 때 가장 약한 부분이 전문인력 부분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외국의 전문인력을 데려올 수도 없는 부분이다. 인력은 인간의 문제이고 나아가 누군가의 생계와도 연결이 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 나름의 체계가 구축된 상태에서 그것을 함부로 깨뜨리려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현재는 기존의 틀을 유지하고 단계적으로 보강이나 보완을 해나가는 입장이다. 외국인 조교사와 조련사 등을 데려와 기술적인 부분에서 교류를 해야 할 것이다. 이는 아주 느리고 더딘 작업이 될 것이다.

-현장을 자주 방문하는 편인가?

그렇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가장 중요하다고 보기에 일주일에 최소한 1,2일은 목장을 찾는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고 너무나 큰데, 그 중에서도 반드시 건드려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현장의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고민 중이다. 의외로 해결책은 단순한 곳에서 나올 수 있으니까.
과거에 대부분 기획파트에 있다가 말산업진흥처장으로 가며 깨달은 것이 현장의 중요성이었다. 승마장,경마장, 생산자 등 많은 이들을 만나며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각자 이해관계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같이 갈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것은 발품을 파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우.문.현.답”이라는 말이 있다. 3월무렵 대통령께서 하신 말인데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재미있게 줄인 것이다. 맞는 말이라 생각한다. 현장 경영을 해야 한다. 공감하고 소통해야 한다.

-본부장을 역임하는 동안 제주지역본부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었으면 좋겠나?

제주 지역과 함께 더불어 성장하는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 마사회의 소식을 들어보면 개별소비세, 항의, 제약 등 좋지 않은 이슈거리들만 자꾸 나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역 주민들 역시 아쉬운 소리를 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 제주지역본부는 지역세수 10퍼센트 이상을 담당하고 있고, 일자리 창출은 물론 말산업을 이끌고 가는 중심 단체다. 마사회가 제대로 말산업을 일으켰다, 관광중심의 메카로서 제 역할을 해냈다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올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목표다. 지역사회의 희망을 확보하는 기업. 나아가 우리 구성원들도 자신이 하는 일이 지역과 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자긍심을 갖도록 만들어주고 싶다. 제주지역본부가 제주와 함께하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을 도민, 그리고 국민들이 알아준다면 상생이라는 단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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