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알렉산드라’의 관계자들이 시상식에서 기뻐하고 있다 (왼쪽 2번째는 제스 잭슨 마주, 한가운데는 캘빈 보렐 기수, 오른쪽에서 2번째가 스티브 아스무센 조교사)
더비 우승마 ‘마인 댓 버드’ 1마신차로 제치고 역대 6번째 암말 우승 이정표
오크스 우승마가 대회 우승은 사상 처음 “한계 뛰어넘은 철녀(鐵女)” 찬사 세례

“세기의 성(性)대결”로 관심을 모은 제134회 프리크니스 스테익스는 암말 ‘레이첼 알렉산드라’(Rachel Alexandra)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특히 켄터키 오크스 우승마로는 사상 처음으로 프리크니스에 도전장을 던진 ‘레이첼 알렉산드라’는 첫 출전과 함께 우승이라는 기념비적인 대기록을 수립, 북미 전대륙을 온통 들끓게 하고 있다.
우리시간 17일 오전 美볼티모어 핌리코 경마장에서 열린 삼관경주의 두 번째 관문 프리크니스 스테익스에서 ‘레이첼 알렉산드라’는 초반 선두권에 가담하며 적극공세를 펼친 끝에 켄터키 더비 우승마 ‘마인 댓 버드’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암말이 프리크니스 스테익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지난 1924년 ‘넬리 모스’ 이래 무려 85년만의 일로서, 역대 이 대회에서 암말이 우승한 사례도 올해를 포함 5번에 불과하다. 또한 켄터키더비(135회), 프리크니스(134회), 벨몬트 스테익스(141회)의 삼관경주를 통틀어 보더라도 암말의 우승은 고작 10번이라는 점에서 ‘레이첼 알렉산드라’의 우승은 파란 그 자체로 표현된다.
당초 이번 경주는 인기순위만 놓고 본다면 ‘레이첼 알렉산드라’의 우세가 점쳐졌었다. 인기 1위(단승식 배당 2.8배)를 기록한 ‘레이첼 알렉산드라’는 켄터키더비 우승마 ‘마인 댓 버드’와 준우승마 ‘파이어니어 오브 더 나일’의 인기를 능가했던 것. 이는 앞서 벌어진 켄터키 더비에서 ‘마인 댓 버드’의 우승을 단순한 이변으로 평가하는 의견이 지배적인데다, ‘레이첼 알렉산드라’가 켄터키 오크스에서 보여준 발군의 기량 때문이었다. ‘레이첼 알렉산드라’는 오크스에서 힘 한번 들이지 않고 무려 20과 1/4마신 차이의 엄청난 격차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그동안 오크스 우승마가 2주 만에 열리는 프리크니스 스테익스에 단 한번도 출전하지 않았던 사례를 감안하면, 인기도를 떠나 짧은 출전주기에서 오는 체력적인 한계를 뛰어넘은 암말의 우승은 놀랍기만 하다.
‘레이첼 알렉산드라’가 우승을 하는 데에는 몇 가지 호재도 작용했다. 오전부터 내린 비로 인해 주로상태가 가벼운 상태였기 때문에 선행형 마필인 ‘레이첼’에게는 분명 유리한 여건임에 틀림없었다. 또한 기승한 캘빈 보렐 기수가, 상대마인 ‘마인 댓 버드’와도 더비 우승 당시 호흡을 맞춰보았던 점은 누구보다 2두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었던 것은 ‘레이첼 알렉산드라’가 승리를 거둘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 그대로였다.
초반 선두를 잡아나간 ‘빅 드라마’에 이어 선두권 외곽에 자리하며 경주 중반까지 2위권을 유지해 나간 ‘레이첼 알렉산드라’는 4코너 초입부터 일찌감치 승부수를 던지면서 빠르게 선두로 치고 나와 2위권과 순식간에 4-5마신 가량 격차를 벌려 나갔다. 상대마인 ‘마인 댓 버드’의 추입력을 잘 알고 있는 캘빈 기수의 머리 속엔 그 격차를 최대한 벌려야만 한다는 계산이었던 것. 3코너 지점까지도 최하위에 머물러 있던 ‘마인 댓 버드’와는 상반된 모습이었기에 그의 작전이 주효하는 듯 했다.
하지만 준우승을 차지한 켄터키 더비 우승마 ‘마인 댓 버드’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3코너 진입과 동시에 서서히 순위를 끌어올린 ‘마인 댓 버드’는 ‘레이첼 알렉산드라’와의 격차를 점점 좁히며 더비에서 보여준 대역전극을 재현 하는가 했지만, 거리가 너무나도 아쉬웠다. 끝내 1마신 차이의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삼관달성의 꿈을 접어야 했지만, 켄터키더비 우승마의 저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던 장면이었다. ‘머스킷 맨’도 최적의 경주전개 이후 선전했지만 더비에 이어 또다시 3위에 만족해야 했다.
13번 게이트를 배정 받았던 ‘레이첼 알렉산드라’는 대회 사상 출발번호 “13번”으로는 처녀우승의 진기록을 세움과 동시에 통산전적 11전 8승을 기록하게 되었다. 또한 그녀의 부마 ‘메다글리아 도로’(Medaglia D`oro)는 교배 시즌 첫 자마가 삼관경주에서 우승하는 영예도 함께 누렸다. 교배 첫해 자마가 삼관경주의 우승을 거두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지난 2007년 켄터키더비 우승마 ‘스트리트 센스’를 배출한 씨수말 ‘스트리트 크라이’(Street Cry) 이후 2년만이다. ‘메다글리아 도로’는 ‘레이첼 알렉산드라’ 이외에도 ‘Payton D`oro’, ‘She`s Our Annie’ 등 교배 첫 자마들 가운데 벌써 스테익스 우승마를 4두나 배출하고 있어 그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뛸 전망이다.
생산자이자 전 마주 돌푸스 모리슨의 손녀딸 이름을 따 마명이 붙여진 ‘레이첼 알렉산드라’는 당초 삼관경주 출전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 5/2일 켄터키오크스가 끝나고 지금의 마주인 제스 잭슨에게 10만불에 매각되면서 전격적으로 삼관경주 출전을 결정, 프리크니스의 여왕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잭슨 마주는 우승소감을 통해 “프리크니스 스테익스를 겨냥해 ‘레이첼’을 구입했지만, 암말이라는 한계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주변의 큰 만류가 있었다”며, “도박에 가까운 승부수였지만 분명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은 ‘레이첼’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간히 내린 비로 인해 핌리코 경마장의 입장인원은 77,540명에 그치며 26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지만, 삼관경주 전담 방송인 NBC의 TV시청률은 5년만에 최고를 경신하며 극과극을 달렸다.

서석훈 편집국장 ranade@krj.co.kr

(6위 이하는 생략)
순위 번호 경주마명 성별 부마 착차 및
주파기록
기수 조교사 마주 단승식 배당
1 13 Rachel Alexandra Medaglia d`Oro 1:55.08 캘빈 보렐 스티브 아스무센 제스 잭슨 등 2.8
2 2 Mine That Bird Birdstone 1 마이크 스미스 베니 울리 Jr. 마크 알렌 등 7.6
3 3 Musket Man Yonaguska 1/2 에이바 코아 데릭 라이언 에릭 페인 등 12.1
4 10 Flying Private Fusaichi Pegasus 2 1/2 앨런 가르시아 웨인 루카스 그랜드 슬램 팜 26.4
5 1 Big Drama Montbrook 1 1/2 존 벨라즈퀘즈 데이빗 포크스 헤롤드 L.퀸 11.4



연도 경주마 대회명
2007 래그즈 투 리치즈(Rags to Riches) 벨몬트 스테익스
1988 위닝 컬러즈(Winning Colors) 켄터키 더비
1980 제뉴인 리스크(Genuine Risk) 켄터키 더비
1924 넬리 모스(Nellie Morse) 프리크니스 스테익스
1915 라인 메이든(Rhine Maiden) 프리크니스 스테익스
1915 리그레트(Regret) 켄터키 더비
1906 윔시컬(Whimsical) 프리크니스 스테익스
1905 타냐(Tanya) 벨몬트 스테익스
1903 플로칼린(Flocarline) 프리크니스 스테익스
1867 루쓰리스(Ruthless) 벨몬트 스테익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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