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 컨설팅 수기 공모전 장려상을 수상한 권은출 말보르승마장 대표(오른쪽)가 컨설팅 워크숍 현장에서 토론하는 장면.
현 승마산업을 요약하자면, 말 그대로 ‘좌충우돌’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설왕설래’ 하는 대신 시행착오를 겪었던 누군가의 경험과 노하우를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알린다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본지 은 승마산업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지면을 할애해 ‘2015 승마산업 컨설팅 워크숍 수기 공모전, 나를 변화시킨 승마장’ 당선작 총 6편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당선작 최우수상에는 윤화영 소노펠리체승마클럽 교관의 ‘허리 아픈 여고생의 재활승마코치 변신기’, 우수상에는 이소영 시흥승마힐링센터 과장의 ‘고고야 같이 가자’, 정명수 함양승마클럽 대표의 ‘자연과 함께 청소년들의 꿈을 심는 승마’, 장려상에는 이상학 레이크밸리승마클럽 대표의 ‘내가 말을 사랑할 수 있을까’, 권은출 말보르승마장 대표의 ‘승마장은 아무나 하나’, 김경학 피터팬승마캠프 대표의 ‘처음 승마장에 꿈을 꾸었던 계기’가 선정됐습니다.

그 두 번째 순서로 권은출 말보르승마장 대표의 ‘승마장은 아무나 하나’를 소개합니다. 본 수기는 한국마사회 말산업육성본부 승마진흥원(원장 안계명)이 주최한 ‘2015 승마산업 컨설팅 워크숍 수기 공모전’ 당선작으로 사업 홍보 목적 활용에 동의한 내용입니다. - 기자 말.


“마을 사람들 25명을 버스로 태우고 승마장 3곳을 둘러보면서 승마장은 어떠한 혐오 시설도 아니고 친환경 동물로서 소, 돼지 등등 기존 가축과는 많이 다르다는 자료와 함께 현재 정부에서 말산업 인구의 저변 확대와 6차산업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내일 만약 승마장 공사를 진행한다면 굴삭기를 불살라버린다고 했다…냄새 나고, 시끄러울 것이니 무조건 반대한다고 말했다. 승마장하는 게 그렇게 큰 죄라도 되는 양 길길이 날뛰는 그 주지가 도리어 측은해 보이기까지 했다.”
“아들 둘 다 향후 말산업 저변 확대를 위한 이 멋진 사업에 동참해 젊음을 여기에 다 쏟아 부으리라고 다짐한 바가 있다. 내 역할은 여기까진 것 같고 나머지는 자식들에게 맡겨야 한다. 젊은 마인드가 훨씬 낫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경남 밀양에서 현재 승마장을 운영하고 있다. 2007년쯤 우연히 조그만 승마장에 구경을 갔다가 승마의 매력에 빠져 시작했다.

승마를 배우기 시작한 지 거의 2년 정도 지나니 좀 더 말을 잘 타보고 싶은 욕심에 ‘부산경마공원 승마랜드’에서 한 달간 거의 매일같이 오전과 오후에 고강도 레슨을 받고 나서부터 기승실력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후 경기도 모 승마장에 가서 개인 레슨도 받았다.

멋진 생활체육인으로 남기위해 2012년 생활체육지도자3급(승마), 제1회 승마지도사(마사회)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제1회 말조련사 이론시험에 합격했다. 실기는 승마장 신축 공사 관계로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 그러다 문뜩 승마장을 해서 다른 사람을 가르쳐서 같이 말을 타고 즐기는 승마문화의 선두 주자로 나서 보고자 승마장 설치에 관한 모든 준비를 시작했다.

2012년 5월 밀양시로부터 승마장 설치 허가를 받고 착공 준비를 했다. 다행히도 부지는 강둑에 인접해 있으면서 인근에 골프장도 있어서, 나름대로 승마장 홍보를 위해서 상당한 노력을 했다. 그런데 승마장 건립 부지와 인접해 있는 소를 키우는 우사가 있었는데 소를 키우는 주인과 동네 주민들이 연대해 승마장 허가를 취소하라고 밀양시청 정문에서 데모대를 준비해서 소란을 피우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허가를 취소하라고 매일같이 소란을 피우는 걸 보고 무엇을 얼마만큼 잘못한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소(우사) 근처에 말이 있으면 소가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는 황당한 말을 하면서 동네주민과 소 주인이 신문기자를 매수해 허위 기사까지 남발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고발까지 해 결국은 기자로부터 허위 기사에 대한 사과를 받아냈고, 정정 보도를 해주기로 약속했다.

사실 공무원 입장에서는 매일같이 시청 정문 앞에서 집회 시위를 하니까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있었고, 반면에 너무 제 욕심만 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승마장 허가를 반려하고 다른 곳으로 승마장을 옮겨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반대하는 마을주민과 마을이장과 함께 밀양시청 허가과에 앉아서 허가를 반려하는 조건으로 이장과 주민들과 공무원의 입회 하에 앞으로 1년 이내에 옆에 있는 우사의 소를 다 비워주는 조건, 또 하나는 1년 내에 이행이 되질 않으면 이장이 최초 설계비와 제반 비용을 포함해 매월 35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각서를 썼다.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5~6개월 지난 어느 날, 이 땅을 사겠다고 부동산 업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직감으로 마을 이장이 제 땅을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면은 우사(소)주인이 1년 내에 소(250마리 정도)를 다 팔고 우사를 비워줘야 하는데 “비워주지 않겠다”라고 하니까 이장은 한 약속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땅을 매수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당시의 시세보다 훨씬 더 많은 가격으로 땅을 양도했다. 싸게 팔 이유는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그 후 계속적인 승마장 부지 물색으로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2012년 12월 28일자로 전국적으로 지방자치조례(가축분뇨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법률)의 일률적인 개정으로 웬만한 장소는 승마장을 설치할 수가 없도록 됐다.

밀양은 낙동강 본류와 지류가 인접해 말을 탈수 있는 인프라는 상당히 좋다 그래서 여기저기 나름대로 알아보고 다녔다. 그런데 개정된 조례로는 마땅히 해볼 만 한 자리가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 밀양시의회의장, 부북면장, 부북단위조합장, 퇴로마을 이장이 간담회하면서 승마장을 마을로 유치하면 좋을 것 같다는 합의를 하고, 부북면장이 전화해서 “부북면으로 왔으면 한다”는 내용을 전했다.

흔쾌히 받아들이고 곧바로 부북면 퇴로리 마을 내에 승마장 부지를 물색했다. 몇 군데를 부북면장 ,마을이장과 둘러보던 중 현재의 부지를 매입해 건립하기로 마음을 먹고, 2013년 1월 지주 4명을 개인적으로 찾아다니면서 땅 매입을 했다. 그해 3월 ‘승마장 설치 도시계획심의’를 했는데 서류 보완 지시가 내려서 4월에 다시 ‘도시계획심의’을 통과, 승마장 설치 허가를 받았다. 공사 착공계를 밀양시에 제출하고 터파기를 하려고 굴삭기를 공사 현장에 내렸는데 굴삭기 기사가 전화했다.

“내일 만약 공사를 진행한다면 굴삭기를 불살라버린다”고 옆에 있는 모 절 주지가 협박 공갈을 한다는 거다. 개인적으로 그 주지에게는 7번 정도 음료수를 사들고 찾아가서 승마장 시설과 말에 대해 충분하도록 설명했다. 그래도 주지는 듣질 않고 냄새 나고, 시끄러울 것이니 무조건 반대한다고 말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현재 일어난 것처럼 말이다.

사실은 이 일이 있기 2개월 전에 승마장이란 곳이 어떠한 시설인지, 어떠한 환경에서 말을 관리하면서 운동을 하는 곳인지를 알려주기 위해 인근 승마장을 둘러보기로 약속했다. 설 다음날 마을 사람들 25명을 버스로 태우고 승마장 3곳을 둘러보면서 승마장은 어떠한 혐오 시설도 아니고 친환경 동물로서 소, 돼지 등등 기존 가축과는 많이 다르다는 자료와 함께 현재 정부에서 말산업 인구의 저변 확대와 6차산업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승마장 3곳을 둘러보고 오후에 밀양에 도착해 저녁식사를 하는데 주민 모두가 찬성하면서 앞으로 잘 해보라고 격려도 해 주었다. 물론 마을 주민과 함께 그 주지도 함께 참석해 줄 것을 부탁했는데 그날 혼자만 불참을 했었다. 참고로 퇴로마을에는 임실치즈학교와 밀양연극촌, 화악산둥지권역마을로 인성학교가 위치, 고가 체험도 함께할 수 있는 마을이다. 또한 밀양에서 제일 큰 가산저수지도 있어 년 중 체험 인원이 10만 명 정도다.

5월 초순 어느 날 아침 7시 30분경, 현장에 도착해 작업 지시를 하는데 천명사 주지가 와서는 공사 진행을 방해했다. 완력으로는 안 되니까 잠시 절로 가더니 1.8리터 페트병에 휘발유를 가득 담아 가지고 와서는 한쪽 손으론 내 목을 감싸고, 다른 손에 들고 있던 휘발유를 내 머리에 붓고, 라이터로 불을 지르려고 하면서 같이 죽자고 했다. 정말로 어이가 없었다. 살다가 이런 난리를 겪으니 정말로 울화가 치밀었다. 윗도리와 모자, 바지, 양말, 신발이 흥건하게 젖도록 온 전신이 휘발유에 젖었다. 사실 속으론 엄청 겁이 났다. 5월 초의 논바닥엔 물 한 방울 없고 바짝 메말라 있는 상태라 라이터로 불만 붙인다면 말 그대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참으면서 나 자신이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도저히 이 사람을 감당할 수 없겠다 싶어 라이터를 뺐기로 마음먹고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는데, 결국에는 뺐지 못했습니다. 이러는 동안 함께 현장에 있던 굴삭기 기사가 경찰에 신고해 경찰관이 현장에 왔다.

굴삭기 기사의 윗도리 겉옷을 잠시 빌려 입고 나머지 신발과 바지는 아내가 가지고 와서 갈아입고 경찰서에 가서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 승마장하는 게 그렇게 큰 죄라도 되는 양 길길이 날뛰는 그 주지가 도리어 측은해 보이기까지 했다. 내가 입었던 의복과 모자, 신발 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수사 의뢰가 됐다. 물론 휘발유에 젖은 사실이 밝혀졌고, 그 후 3개월 정도 형사재판이 진행돼 그 주지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 일이 있은 후부터는 일체의 공사 진행 방해를 주지가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았는데, 문제는 밀양시청 공무원들의 태도였다. 주지가 형사재판의 진행과는 별도로 밀양시를 상대로 승마장의 허가를 취소하라는 행정소송도 함께 진행 중이었다. 공무원들이 챙기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도 일일이 시시콜콜 관여해 공사 진행을 어렵게 했다.

정말 힘이 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다. 하지만 중도 포기는 할 수 없었다. 주지와 공무원들의 방해 공작에 놀아 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끝까지 한번 가보자는 심정이었다. 처음에는 괘씸하다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절대로 어물쩍 넘어 갈 수가 없겠다 싶어 공무원의 요구 사항을 100% 수용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공사를 진행해 나갔다. 이런 즈음에 승마장 허가 취소에 대한 행정소송이 “이유 없다”고 창원지방행정법원에서 기각됐다.

그리하여 2013년 11월에 승마장 사용 승인(준공)을 받아서 체육시설로 영업이 가능하도록 모든 법적 절차를 거쳐서 승마장 운영을 시작했다. 승마장은 나를 포함해 아내, 큰아들, 둘째아들과 함께하는, 말 그대로 가족적인 분위기를 살려서 오시는 회원님들의 편안하고, 정말로 운동하고 싶어지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2014년에는 직접 가르쳐서 아들 둘 다 생활체육지도자3급(승마)자격증을 취득해 현재 ‘말보르승마장’에서 교관으로 활약하고 있다. 둘째아들은 서라벌대학 마사과를 졸업했고, 큰아들은 인제대 체육학과 4년에 재학 중이다. 아들 둘 다 향후 말산업 저변 확대를 위한 이 멋진 사업에 동참해 젊음을 여기에 다 쏟아 부으리라고 다짐한 바가 있다. 내 역할은 여기까진 것 같고 나머지는 자식들에게 맡겨야 한다. 젊은 마인드가 훨씬 낫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국마사회에서 여러 가지 사업으로 승마 인구 창출을 위해서 많이 도와주는데 대해서 정말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학생승마사업, 토요스포츠데이, 전국민말사랑운동 등등 여러 사업 지원으로 회원 수도 차츰 차츰 늘어가는 추세다. 주요 고객은 초등학생이 90%다. 아울러 치즈스쿨과 인성학교, 연극촌과 긴밀한 연계를 해 체험도 상당히 많다. 다음주 10월에는 주말마다 체험으로 약 5,000명이 예약이 됐다. 행복한 비명 소리인 것이다. 또 올해는 시설 개보수 자금으로 실내 승마장을 건립 중이다. 완공된 2016년에는 ‘유소년승마단’도 창단하고 싶은 바람이다. 그야말로 밀양의 명실상부한 승마산업 선두 주자 역할을 할 것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혀 육체적·정신적으로 힘이 들었지만, 지금은 웃으면서 이렇게 글을 쓸 수가 있어서, 마음 한구석에 내재해 있었던 스트레스를 이 기회에 확 날려 버릴 수 있어서 정말로 기분이 좋다. 향후 규모는 작지만 전국에서 제일 흑자를 많이 내서 정말로 잘되는 사업 중의 하나가 ‘승마장’이라는 인식이 들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글=권은출 말보르승마장 대표
원고 및 사진 제공=한국마사회 말산업육성본부 승마진흥원
교정·교열=이용준 기자

▲승마 컨설팅 수기 공모전 장려상을 수상한 권은출 말보르승마장 대표(오른쪽)가 컨설팅 워크숍 현장에서 토론하는 장면.
▲경남 밀양에 있는 말보르 승마장 입구. 권은출 대표는 직접 지역주민들을 설득해 승마장을 건설한 케이스로 지금은 밀양의 승마산업 선두 주자 역할을 하고 있다.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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