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마주
방송인이 馬主가 되기까지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마주가 되기까지에는 평소 가까이 지냈던 강용식 선배의 영향이 컸다. 강 선배는 80년대 초부터 KBS보도국장, 보도이사, 12, 13, 14대 전국구 3선의원, 문화부차관, 국회사무총장 등을 거치면서 직장 상사로, 때로는 취재대상 등으로 오랜 기간 친교를 맺어온 언론계 선배다.
그가 언젠가 마주가 되었다면서 경마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하곤 했다. 특히 공영방송 KBS사장으로서 경마산업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과천 경마장 방문을 요청한 적이 있어 난생 처음으로 경마장 곳곳을 직접 둘러본 적도 있다. 그때 강 선배의 말 중에서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같은 외국 귀빈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면 꼭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경마장을 꼽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경마하면 마치 도박, 경마장하면 도박장을 연상해서야 되겠느냐?”는 항의성 질문에 공감이 갔다. 이때부터 나름대로 경마산업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듯하다. 대한민국도 어엿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 시점에서 경마를 한낮 도박으로 치부하지 말고 선진국처럼 국민이 다함께 즐기는 스포츠 겸 오락산업으로 한 차원 높일 방안은 없는가 하는 질문에 자문자답하곤 했다.
무엇보다도 언론 미디어가 경마나 경마산업을 어떻게 보느냐는 시각이 중요하다. 신문이나 방송 등 미디어가 종전처럼 경마에 관한 뉴스프레임을 도박관련으로 맞춘다면 경마에 대한 국민정서는 지금처럼 부정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대로 경마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 거리에 초점을 맞춘 미디어가 늘어난다면 경마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또한 서서히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다. 그렇다면 언론종사자들부터 경마산업에 대한 시각이 바뀌어야 하고, 언론인의 한 사람인 내 자신부터 경마를 보다 폭넓고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KBS의 대표적 인물다큐 드라마 ‘인간극장’에서 경마와 관련된 인물을 다뤄보기로 하고, 마주협회장인 강 선배의 도움을 받아 ‘인간극장’의 주인공을 찾았다.
2012년 9월 17일 월요일 아침 7시50분부터 KBS ‘인간극장’에 ‘이 여자가 사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당시 국내 유일한 여성 조교사 이신영 씨가 방송을 탔다. 1989년생으로 마산제일여고와 동아대 체육학과를 졸업한 이신영 씨는 2001년 국내 최초 여자 기수로 데뷔한 뒤 2011년 첫 여성 조교사라는 기록을 만든 맹렬 여성이다. 인간극장은 원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부작이지만, 때마침 태풍속보방송으로 이신영 조교수 편은 4부작으로 방송을 탔는데 신선한 소재와 다양한 화면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강용식 마주협회장을 비롯한 마주협회와 마사회, 경마산업 관계자들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다.
KBS사장 임기 3년을 마치고 퇴직하자 강용식 선배로부터 마주로 가입하라는 권유가 있었다. 마주가 되려면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것 아니냐를 우려하자, 강 선배는 말 두 마리만 사서 취미로 하면 그런 대로 재미있는데다 우리나라 경마산업에도 도움을 주는 一石二鳥가 될 것이라며 적극 권했다. 때마침 KBS사장을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 6,500만원을 어디다 보람 있게 쓸까를 고민하던 중인데, 말 한 마리의 가격이 대체로 3천만 원이라고 하니 두 마리를 구입하기에는 알맞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3천만 원 선의 경주마를 한 마리 구입한 뒤 어느 정도 경주마 관리에 자신이 붙으면 한 마리를 더 구입하면 무리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런 계획아래 결국 서인석 조교사의 중개로 미화 3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3천여 만 원에 `빈체로케이`를 구입하면서 40년 방송인이 진짜 마주가 된 셈이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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