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500리 해안 승마 종주 타이틀을 걸고 승마 순례를 시작한 남성우·박성남·서희원 씨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서희원 씨)
승마인 서희원·박성남·남성우 씨, 나흘간 승마 ‘순례’ 마쳐
각계각층 지원 가운데 말산업 발전 위한 홍보 역할 톡톡

“기계가 아닌 생명이고, 생각하는 말과 나흘간 500리를 간다. 처음 가는 낮선 길이다. 말이 놀랄까, 내가 지칠까? 말들도 낯선 바닷가와 아름다운 경치를 좋아할지? 낯선 거리에 겁이 날지? 먼 길 가기 전, 설렘에 가슴이 흔들린다….”

승마인 서희원·박성남·남성우 씨가 지난달 제주 500리 승마 순례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하루 평균 50km 거리를 한라마 ‘기쁨이’, ‘그리피’, ‘다복이’와 함께 7~8시간 기승하는 고된 일정이었지만, 각계각층의 도움과 지원 아래 안전하게 승마했고 말산업 홍보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경기도 광주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서희원 씨는 지난해 승마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말산업 창업 전문 과정을 수료했다. 부산에 거주 중인 박성남 씨는 승마 경험 5년으로 주요 대회에 다수 참가했다. 두 사람 모두 자마를 갖고 있으면서 향후 승마클럽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조랑말체험공원 승마팀장을 역임했고 현재 낙동승마장 말 관리사로 재직 중인 남성우 씨는 서희원·박성남 씨가 승마 순례를 기획하자 동참하게 됐다.

이들은 15일 표선에서 집결, 16일 승마 순례를 시작했다. 오전 8시부터 첫 일정을 시작, 성산일출봉을 지나 저녁 6시에야 함덕 서우봉에 도착했다.

“온몸이 쑤신다는 표현이 말로 표현 못 할 정도로 몰려온다. 나도 이리 아픈데 우리 말들은 얼마나 힘들까. 산통 때문에 밥도 나눠 주고 있지만 잘 먹어주니 다행이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다시 내일을 위해 체력을 보충해야 한다. 제주시를 통과해야 하니 긴장감이 먼저 밀려온다.”

둘째 날은 협제, 셋째 날은 중문 그리고 마지막 날은 출발지인 표선까지 다시 갈 예정이었지만, 한 겨울의 추위와 제주의 거센 바람이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손이 얼어 힘들다. 바람은 목 속으로 들어와 따갑다. 굽이쳐 바다를 품은 해안도로에서는 세찬 바람으로 전진이 힘들 정도다. 큰일이다. 끌면 가는데 기승하면 발이 자석에 붙은 듯 꼼짝없이 부동자세다. 기승자를 바꿔도 마찬가지다. 어찌할꼬, 어찌할꼬…. 쉬고 싶어도 바람 피할 곳이 없어 오직 전진할 뿐이다.”

둘째 날 새벽, 기상하자마자 말들을 살피고 관리했다. 함덕을 지나 삼양으로 가는데 ‘기쁨이’가 힘들어했다. 사라봉을 지나고 용두암을 지나 애월항에 이르러 운행을 중단하기에 이른다. 밤늦게까지 종주 진행 여부에 대한 토의를 했다. 함께하는 말들이 가장 큰 걱정이었기 때문. 결국 셋째 날 차귀도 선착장 앞에서 ‘기쁨이’는 휴양 목장으로 보내기로 했고 대신 투입된 ‘다복이’와 함께 모슬포까지 달렸다.

“낯선 도로에서 모진 바람과 추위에서도, 휴양으로 겨우 몸을 만들었는데 주인이 혹사시켜 절름발이로 만들어 놓고서야 종주의 긴 여정을 마감한다. 절뚝거리는 발걸음이 애처롭다. 몹쓸 짓을 한 것이다.”

마지막 날은 다시 출발지인 표선으로 와서 종주를 마치게 됐다. ‘승마종주’ 밴드에 일정을 회고한 서희원 씨는 본지 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 우수한 말을 도심에서 어떻게 함께 놀며 지낼 수 있을지 고민하다 제주 해안가라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승마 종주를 기획했다”며, “전체 일정의 80%를 소화했다. 추울 때 하게 돼 아쉽다. 함께한 모두 다음에 다시 도전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말 타고 제주를 ‘순례’하며 말산업을 발전시킬 비전과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다. 말을 타고 해안가와 도로를 다니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반갑다고 차에 내려 사진도 찍고 인사도 나누는 경험이 도움이 됐다. 서희원 씨는 “대중은 체고가 큰 말을 두려워하는데 이런 인식은 말산업 발전에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며, “말의 고장 제주의 관광지와 도로마다 말을 볼 수 있다면 사람들에게 제주의 말을 홍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일정을 함께 지켜봐주고 도와준 이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서희원 씨는 “권승세 한국마사회 말산업인력개발원장님이 염려해 주고 자문도 해 주시는 등 격려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며, “일정 내내 함께한 동료와 수의사님, 장제사님, 협찬해 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번 일정과 현장 사진들은 네이버 밴드 ‘승마종주’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서희원 씨는 종주 후 회고하는 글을 이곳에 남겼다.

▲제주 500리 해안 승마 종주 타이틀을 걸고 승마 순례를 시작한 남성우·박성남·서희원 씨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서희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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