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린 ‘위니데이’에서의 현명관 한국마사회장. 당시 한국마사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명관 회장은 렛츠런 키즈 시범단의 사이드워커로

재활승마가 이미지 개선 ‘도구’로만 전락해서는 안 돼
민간이 자생·뿌리내릴 수 있도록 ‘프로토콜’ 보급해야

사회 공헌 증대를 통해 이미지 전환을 기대하는 한국마사회가 재활승마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방식을 두고 재활승마계에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한국마사회 마케팅본부 직속인 렛츠런 승마힐링센터(센터장 박진국 커뮤니케이션실장)는 올해를 ‘재활·힐링승마 사업 본격화를 위한 원년의 해’로 삼았다. 총 4곳으로 사업장을 확장할 예정인 렛츠런 승마힐링센터는 작년 T/F으로 시작해 재활승마와 함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힐링승마를 운영하고 있다. 재활승마 프로그램은 전체적으로 고객 만족도가 높은 편이며 힐링승마는 올해 내 300여 명의 고객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재활승마 관계자들은 우리나라의 재활승마를 뿌리내리기 위해 민간에서도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렛츠런 승마힐링센터의 직영 사업이 민간 재활 승마장의 힘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재활승마를 한국마사회의 마케팅 ‘도구’로 만들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실수요자가 만족해야 하는 재활승마

올해 4월 30일, 한국재활승마학회 학술대회에서는 재활승마를 하는 어린이들의 부모들이 고객의 시선으로 재활승마의 발전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날 발표했던 재활승마 고객들은 한국마사회의 재활승마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매우 좋았다는 데에는 동의했으나, 재활승마 접근 자체가 매우 어려웠으며 실제 이용하기까지 대기자들이 너무 많았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재활승마 고객들은 공통적으로 관련 홍보가 미비하고 재활승마를 이용하기 위한 접근 방법을 알기 어려웠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말산업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말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민간으로의 이양’이라는 틀을 잡았다. 관 주도가 아니라 각 승마장이 풀뿌리가 되어 각지에 말산업이 자리하자는 것이 골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각 특구를 찾아가 간담회를 개최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으며 이를 토대로 제2차 말산업육성종합계획을 수립할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재활승마가 정착하려면 렛츠런 승마힐링센터의 역할은 민간 승마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전체 사업을 키우려한다면, 말산업연구소와 관련 학회와 함께 과학적 연구를 발굴하고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민간에 재활승마를 이양시키기 위해서는 예산 지원은 물론 프로토콜을 개발해 보급해야 하며 재활승마를 하는 승마장들의 접근 방법에 대해 고객들에게 홍보해야 하는 역할이 우선이다.

◆ 수요는 넘치는데 줄줄이 손 떼는 민간

민간에서는 재활승마에 손을 떼는 승마장들이 줄줄이 생기고 있다. 최근 재활승마에서 손을 뗀 O 승마장 측에 따르면, 수요는 많았으나 바우처 사업, 예산 등의 제도적 문제로 사업에서 손을 떼야 했다고 말했다. O 승마장 관계자는 재활승마 특성상 말을 준비해야 하고 자원봉사자들을 관리하는 등 다른 심리 지원 서비스와 비교해 인력과 시간이 배로 드는 데도, 관련 공무원들이 재활승마를 타 예산과 심사 기준 등을 동일하게 적용해 결국 사업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재활승마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말해야 한다는 데에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작년 말 문을 닫은 C 승마장도 마찬가지다. C 승마장은 한때 정력적인 활동으로 재활승마로 유명한 기관이었으나, 활동 중 적자 발생 등으로 인해 사업을 접었다. 이처럼 재활승마가 민간에서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는 수요가 부족한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장치가 허술한 데에 있다.

민간에서는 수요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재활승마의 실행에 있어 여러 현실적 문제가 있어 활동을 접었다. 재활승마가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릴 수 있으려면 관 중심으로, 직영으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민간에서 재활승마를 하는 승마장들이 관련 정부 제도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안 마련을 적극 도와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요구다.

이런 상황인데도 렛츠런 승마힐링센터는 이미 인천과 시흥의 실패에도 렛츠런파크 부경, 렛츠런팜 원당과 함께 공공승마장에 ‘렛츠런’의 브랜드로 재활승마활동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과거 한국마사회는 인천과 시흥, 대구에 공모를 통한 외부 단체와 함께 마사회의 또 다른 브랜드인 ‘KRA’를 내세운 재활승마센터를 세웠으나 재정적 문제와 외부 단체와의 갈등으로 현재는 KRA대구승마힐링센터만을 운영하고 있다. KRA시흥승마힐링센터가 작년 문을 닫을 때, 지방 언론을 비롯한 지역사회에서 ‘일방적 폐쇄’라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실패에도 렛츠런 승마힐링센터는 아예 재활승마를 직영으로 바꿔 운영할 예정이다. 렛츠런파크 부경, 렛츠런팜 원당에 승마힐링센터를 개소하고 공공승마장에 한해 ‘렛츠런’이 인증한 승마장을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로 했다. 재활승마 관련 자금 또한 렛츠런재단이 운용하고 있다.

◆ ‘스탠다드’ 아닌 ‘프로토콜’ 만들어 보급해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재활승마는 다양한 목표를 갖고 여러 단체가 함께 나아갈 방향을 공동으로 모색하고 있다. 렛츠런 승마힐링센터가 국내 재활승마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쉽게도 마케팅과 홍보 부분으로만 접근했지 소통하는 근본 역할은 도외시해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민간에서 재활승마를 담당하는 관계자들은 렛츠런 승마힐링센터가 ‘실전 재활승마’를 모른다고들 이야기한다.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재활승마와 관련된 외부 활동에 관계자들이 참석하지 않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소홀하다는 것. 전시 행정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실제 민간에서 재활승마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부분들을 파악해야 현실에 맞는 정책을 꾸려나갈 수 있다.

재활승마를 위한 다양한 메뉴 개발이 급선무라는 것이 재활승마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현재 재활승마 분야에는 오랜 세월 함께해 온 관계자들에겐 너무나도 익숙하고도 틀에 박힌 메뉴만 존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렛츠런 승마힐링센터가 출범 초기부터 우리나라 재활승마의 ‘스탠다드’를 보급한다고 나서자, 민간에서는 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펼치려 한다며 센터의 활동 방향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재활승마 관계자들은 재활승마가 다양한 목적이 있는 만큼, 렛츠런 승마힐링센터는 ‘프로토콜’을 연구 및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탠다드가 절대적인 기준이라면, 프로토콜은 규칙 또는 약속을 뜻한다. 미국, 유럽 등의 대표적인 재활승마 선진국에서도 아직까지 방향성을 논의하고 있는데도, 렛츠런 승마힐링센터에서는 미국의 재활승마만을 따르며 ‘스탠다드’를 보급하겠다고 하자 관계자 사이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 자원봉사자 문제 해결 등 다양한 문제 산적

현재 재활승마장들이 가장 고초를 겪고 있는 문제는 ‘자원봉사자’다. 주말은 어느 정도 사정이 낫지만, 평일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모이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렛츠런 승마힐링센터도 자원봉사자로 골치를 썩이는 것은 마찬가지다. 현재 렛츠런 승마힐링센터도 자원봉사자가 모자랄 때면 PA들을 이용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를 자원봉사자라 부를 수 없는 셈이다. 렛츠런 승마힐링센터가 진정으로 재활승마의 한 축을 담당하기를 원한다면, 홍보 활동은 물론 자원 봉사자 교육 등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시급한 과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

재활승마 관계자들은 현실상 아무리 힘들더라도, 재활승마가 가지는 상생이라는 취지를 생각한다면 말을 끄는 ‘리더’, 기승자가 안전하게 말을 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이드워커’는 온전히 자원봉사자들로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다.

재활승마지도사 국가자격증 제도도 실효성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로 5회차를 맞은 말산업 국가자격시험제도는 점차 응시 인원이 늘며 호응도가 높아져 가고 있지만 자격증을 따도 이를 살리지 못하고 취업과의 연계율이 낮은 편이다. 재활승마를 민간으로 이양해 전체 말산업의 파이를 키워야 취업문이 넓어진다는 사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렛츠런 승마힐링센터는 KRA인천승마힐링센터와 KRA시흥승마힐링센터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재활승마를 총괄하는 ‘헤드쿼터’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실수요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재활승마를 어디서 해야 하는지, 왜 좋은지 등 기존 정보 가공 및 연구 발굴을 통한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재활승마의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각 승마장 개별의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황수인 기자

▲올해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린 ‘위니데이’에서의 현명관 한국마사회장. 당시 한국마사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명관 회장은 렛츠런 키즈 시범단의 사이드워커로 참가했다.
 

▲민간승마장에서 말과의 교감을 통한 힐링승마를 하고 있는 사진. 승마가 청소년의 신체·정신적 부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며 민간에서도 유·청소년들을 타겟팅으로 힐링승마를 하고 있다.
 

▲민간승마장에서 재활승마를 하고 있는 사진. 우리나라에서 재활승마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한국마사회는 프로토콜 개발에 힘을 쏟고, 주축은 민간승마장들이 되어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작 성 자 : 황수인 nius103@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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