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장애물 경주마 ‘소시 나이트’(Saucy Night)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경주를 우승해 화제를 뿌린바 있다
편자를 착용할 경우 구절 침하로 다리부상률 크게 높아
美캘리포니아에서는 연말내 맨발제(蹄)의 경주마 출전 전면 허용될 듯

과거 어떻게 하면 보다 빠른 스피드의 경주마를 생산할 수 있을까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던 경마산업은, 빈번한 근친교배와 약물남용 등으로 인해 경주마들의 사운드니스(Soundness) 즉, 체질 약화라는 부작용을 빚어내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세계 서러브레드 산업은 새로운 물결을 타고 있으며, 그것은 다름 아닌 경주마의 안전성 향상을 최대과제로 삼고 있다.
2005년 영국 장애물 경주에서 경주마 ‘소시 나이트’(Saucy Night)가 세계 최초로 편자를 착용하지 않은 채 우승을 차지하면서 큰 화제를 몰고 온 이후, 주요 선진국에서는 경주마의 건강한 발육과 부상위험을 줄일 목적으로 발굽에 편자를 착용하지 않는 맨발제(蹄) 도입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댄 헨드릭스(Dan Hendricks) 조교사는, 2006년 산타아니타 더비 우승마인 ‘브라더 데릭’(Brother Derek, 블랙타입 6승)을 키워낸 명 조교사다. 그는 경주마의 건강한 발굽 발육을 위해 최소 2세가 되기 전 까지는 편자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편자는 예로부터 말이 긴 거리를 주행할 경우 발굽의 보호를 위한 수단이었지만, 그다지 긴 거리를 뛰지 않는 경주마에게는 편자가 오히려 발굽의 올바른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며, “처음에 편자 없이 훈련을 할 경우 경주마가 아픔을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이 발굽을 강하게 만드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그는 경주마에 편자를 부착시키지 않자, 이후에는 발굽이 훌륭한 상태가 되어 거의 손질이 필요 없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 메릴랜드 주의 래리 스미스(Larry Smith) 조교사도 경주마에게 편자를 착용하지 않는 맨발제의 예찬론자다. 그는 10년 전부터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경주마에게 편자를 착용하지 않은 채 훈련에 임하고 있다. 관리마인 ‘토우 보우즈’(Tow Bows)는 최근 출전한 2번의 클레이밍 경주와 얼라운스 경주에서 편자 없이 우승을 차지했다. 다만 그는 경주마의 앞발에만 편자를 착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뒷발에는 편자착용이 불가피하고, 경주마의 다리부상이 주로 앞다리에 많기 때문에 부상위험을 줄이는 데는 앞다리의 편자제거가 효과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스미스 조교사는 최근 코넬 대학 축산연구소와 공동으로 경주마의 주행자세를 분석한 결과, 다리부상이 편자착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서 편자 없는 사양관리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말이 편자를 착용할 경우 ‘구절’의 과잉침하를 가져와 심각한 다리골절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경주마가 어린시절부터 편자를 착용하면, 발굽이 균형있게 자라지 못해 발굽의 앞부분은 너무 길어지고 뒷부분은 발육이 멈추는 ‘롱 토 - 로우 힐(Long toe-Low heel)증후군’에 노출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구절이 주저앉는 형태를 띠게 된다는 설명이다. 구절이 침하하게 되면, 결국 구절 뼈를 감싸고 있는 근육의 완력이 과다하게 신장되면서 구절을 구성하는 뼈가 서로 부딪치면서 구절의 골절은 물론 ‘계인대’와 ‘종자골’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또한 스미스 조교사는 핸드릭스 조교사와 마찬가지로, 편자 착용이 발굽 내 혈액순환을 막아 발굽의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말의 제차(주. 발굽 밑바닥 뒷부분에 위치한 V자형 부위로 착지시 충격완화역할을 한다)부위에는 많은 수의 가는 혈관이 있어, 착지를 할 때마다 이 부분에 압박이 가해지면서 혈액이 밀려 나오게 되면서 발굽전체에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제차를 말의 ‘제2의 심장’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하지만 발굽에 편자를 착용하게 되면 아무리 두께가 얇은 경우라 하더라도 발굽과 지면과의 간격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차의 정상적인 기능을 빼앗고 있다”고 말했다.
맨발제는 조교사 뿐 아니라 경매업자에게도 파급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북미 콘사이너(생산자로부터 어린 말을 위탁받아 순치,육성,판매를 실시하는 업자)가운데 매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커크우드 목장은, 맨발제를 활용해 보유마의 상품성을 높이는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커크우드 목장의 크리스토퍼 에르서 대표는, 당세마는 굽의 틀을 잡기위해 편자 착용이 필요하지만, 1세 이후에는 편자를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가 생산자로부터 위탁받거나 구입한 1세마의 경우, 일절 편자를 착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그는, “말에 따른 발굽의 자연성장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상태에 따른 맞춤관리가 말의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구매자들이 말의 체형은 물론 발굽의 발육상태도 중요시 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우리 목장을 통해 상장되는 말의 주가는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에르서 대표는 밝혔다.
이렇듯 각 계에서 맨발제의 활발한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반해 제도적인 장치는 미흡한 실정이다. 유럽과 호주에서는 편자를 착용하지 않은 경주마의 출전을 일부 허용할 뿐이며, 북미 남서부 등지에서는 맨발제의 경주마 출전을 일체 허용하고 있지 않다. 특히 모래주로가 많은 북미에서는 편자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발굽에 전달되는 마찰력이 커지기 때문에 경주마의 발굽부상 증가는 물론 비가 올 경우에는 미끄러지기가 쉬워 경주중 사고율이 높다는 것을 금지 사유로 들고 있다.
또한 일선의 많은 조교사들도 말이 발굽을 착용하지 않을 경우 스피드의 손실을 우려해 맨발제 도입을 주저하고 있는 것도 맨발제 출전 허용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변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는 가운데 2009년 2월 캘리포니아주 경마 위원회(CHRB) 회의에서는 수의사 및 관계자들로부터 인공 주로에서는 맨발제로 출전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아들여 정식의제로 채택, 오는 연말까지 구체적인 법안 수정의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CHRB의 다이안 이즈벨 수의사는 이미 캘리포니아의 많은 조교사들이 맨발제로의 훈련방식을 도입하고 있다고 밝히며, “맨발제를 실시하지 않는 조교사들도 말의 편자 미착용이 발굽과 관절에 좋은 효과가 있고 실전에서 스피드의 손실도 크지 않은 것을 연구결과와 경험을 통해 인지하고 있지만, 스스로 과거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하며, “맨발제의 허용 법안이 가결되면 북미 경주마의 안전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미 캘리포니아 주재 경마장은 모두 인공주로로 교체를 완료한 상태여서 이번 법안이 가결될 경우 사실상 캘리포니아에서는 맨발제 도입을 전면 허용하는 셈이 된다.

서석훈 편집국장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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