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마공원 경주장면
이뇨제의 일종으로 알려진 ‘푸로세마이드(furosemide)’가 경주마의 폐출혈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호주 멜버른 대학의 케네스 힌치클리프 박사,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폴 몰리 박사, 남아공 프리토리아 대학의 앨런 거스리 박사로 구성된 연구팀은, 남아공 현역 서러브레드 경주마 167두를 대상으로 ‘푸로세마이드’를 경주당일 투입한 결과 운동 기인성 폐출혈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각 경주마에게 2회에 걸쳐 실험을 실시했는데, 첫 번째 출전시에는 경주 전 푸로세마이드를 투여하였고, 두 번째 출전시에는 플라시보(약리 효과가 없는 위약)를 투여해 비교한 결과, 푸로세마이드를 투여한 말이 플라시보를 투여한 말에 비해 폐출혈 발생률이 적게는 3배에서 11배까지 크게 줄었으며, 이미 폐출혈이 발병한 경주마도 푸로세마이드 투여를 통해 사후 발병률이 60%이상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서러브레드 경주마의 운동 기인성 폐출혈 예방에 관한 푸로세마이드의 유효성」논문을 통해 미국 수의사회 저널에 발표될 예정이다.
현재 사릭스(Salix)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되고 있는 ‘푸로세마이드’는 일반적으로 라식스(Lasix)로 통용되고 있는 약물이다. 이뇨작용을 돕고 경주마 체내의 높은 칼륨 수치를 줄여 폐출혈이 발병한 경주마에게 회복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동안 폐출혈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설이 제기되며 논란이 계속되어 왔으나 실제로 그 효과를 입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으로 서러브레드 보건복지에 크게 기여할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푸로세마이드’의 유효성 입증에도 불구하고 실제 폐출혈 예방약으로 범용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는 ‘푸로세마이드’가 대부분의 경마 시행국에서 금지약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
캐나다, 영국, 홍콩, 호주 등 주요 국가에서는 ‘푸로세마이드’를 경주 당일 투여할 경우 경주마의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이유로 투여여부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금지약물로 규정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힌치크리프 박사는 “금지약물에 관한 자문기구를 두고 있는 국제 경마 연맹(IFHA)이 푸로세마이드 금지규정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가겠지만, 당장 푸로세마이드의 사용 허가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해 다소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데 공감했다.
그는 “영국, 홍콩 등 현재 푸로세마이드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나라에 있어서는 더욱 큰 과제가 될 것”이라며, “경마에서 약물 제로(zero)의 룰과 발병의 예방이라는 두 가지 과제에 대한 균형점을 찾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푸로세마이드’의 투여를 허용할 경우 약물 비용의 상당한 증가도 또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석훈 편집국장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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