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구」, ‘사행산업 도박중독유병률 활용 정책에 대한 고찰

저자= 김종국 한국마사회 전 공정본부장
저자= 김종국 한국마사회 전 공정본부장

본 기고문은 「사회연구」(2016년 통권 제1호, pp. 9~56)에 실린 김종국 한국마사회 전 공정본부장의 ‘사행산업 도박중독유병률 활용 정책에 대한 고찰(공동 저자 이홍표 교수)’입니다.

한국연구재단 학술지인 ‘한국사회조사연구소’의 「사회연구」에 실린 본 기고에서는 국내 합법 사행산업에 대한 과도한 확산을 방지하는 규제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는 ‘도박중독 유병률’의 산정 방식과 적용상의 문제점을 검토해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유병률 조사에 대해서는 사감위 출범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논란이 많았기에 유병률 조사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이를 활용한 매출총량 배분정책이 타당한가에 대한 테제를 본지와 함께 제안하고자 연재를 시작합니다. - 편집자 주.

▣ 조사방식의 문제
□ 비확률 표집방법
사감위의 조사방법은 비확률 표집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확률표집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1950년, 북미와 서유럽은 90년대 이후 확률 표집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나, 국내 도박중독 유병률 조사는 비확률 표집방법인 할당표집 혹은 편의표집 사용하고 있다. 최승혁 외에 따르면 비확률 표집이 확률표집 방법보다 도박중독이나 도박중독 위험자를 약 2배 이상 높게 추정된다. 따라서 이 결과는 확률적으로 전 국민의 유병률이라고 주장할 수 없고, 표집된 응답자의 특성에 불과한 단순 기술 통계치다.

사감위의 2012년 유병률 조사에서도 비확률 표집인 비례할당 표집 방법 사용하고 있다. 사감위의 2012년 연구는 최종 응답자가 거부하거나 부재시 바로 다른 응답자로 교체하고 있다. 윌리엄과 볼버그(Williams & Volberg, 2010)는 선진국은 과학적 조사를 위해 거절 및 부재자를 다른 응답자로 대치하지 않고 최대한 표본에 포함하고 원인 파악 및 설득방법 개발, 한 연구는 16번의 시도로 연락 가능한 모든 문제성 도박자들에게 접촉 성공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는 응답을 거부한 사람들과 조사에 응한 사람들 간의 체계적 차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데 만약 도박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거부하는 것이라면, 실제 도박중독 유병률 조사는 대부분 도박 친화성이 높은 응답자를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유병률 추정치가 실제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응답 거절률이 높으면 면접원이 면접원칙을 위반하도록 조장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김교헌·조성겸은 한국의 경우 면접원 수당은 면접에 성공시 지급하므로 면접원은 거절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접근해서 조사하기 보다는 그럴 가능성이 낮은 사람을 찾아 조사하려고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감위의 2012년 조사에는 이런 표집오류의 가능성을 해소할 만한 대책과 설명이 없는데 일반인의 경우 부재시 다른 표집으로 대체한다고 되어 있고 이용자의 경우 n번째 이용객을 확률 표집한다고 하나, 응답 거부시 대처에 대한 정보가 없다.

한편 사감위 연구 표집은 너무 작아 신뢰성을 담보불가하며 적은 수의 표집을 하면 한 지역에서 표집 되는 인원이 수백 명(동 연구는 약 1천2백만 명 인구인 서울에서 단 260명을 조사)에 불과해 전 국민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하다.

국내 총 인구수를 3,800만 명이라고 가정할 때 조사 결과의 95% 신뢰수준을 보장하는 조사적정 인원은 약 19,590명, 대략 2만 명 정도의 표본이 필요하다. 한국과 비슷한 인구수를 가진 영국에서도 9천명 이상의 표집, 호주는 3만 명 표집으로 조사하고 있다.

□면대면 조사방식
사감위의 유병률 조사방식은 면대면 조사방식인데 이는 전화조사방법보다 유병률이 더 높게 나올 수 있다.

최승혁은 국내외 도박중독 유병률 연구들을 분석해 면대면 조사방법이 전화조사보다 유병률을 더 높게 추정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동 연구에 따르면 해외 29개 연구는 전화조사 방법을 사용했으나 한국은 11개 조사 전부가 면대면 조사 방법을 사용했다.

외국의 연구에서도 면대면 조사방법이 전화조사에 비해 도박 중독 유병률을 1.3~1.6배 정도로 더 높게 산출되며 문제성 도박자들이 원래 도박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어 더 쉽게 응답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동 연구의 저자는 모든 한국 연구들이 비확률 표집과 면대면 조사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단순히 한국이 외국보다 유병률이 더 높다고 해석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면서 향후 서구 유병률과 직접 비교가 가능하고 보다 더 과학적인 방법인 전화조사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면대면 조사방법은 사감위의 2014년 조사에서도 시정이 되지 않고 있다. 김태우는 외국의 경우 거의 모든 국가에서 RDD 조사법(전화조사, Random Digit Dialing: 프로그램을 사용해 숫자를 무작위로 조합, 전화번호를 생성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어 국가간 유병률 비교에 편리한데 사감위에서만 유독 면접조사를 사용하고 있으며 실제로 RDD를 사용하면 유병률 하락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용자 조사방식
현재까지 사감위에서는 일반인과 이용자를 대상으로 도박중독 유병률을 조사해 이 수치를 해당 합법사행산업이 발생시킨 도박중독의 유병률처럼 발표했으나 이는 명백한 오류이다.

다중도박(불법 포함, 여러 게임을 즐김)과 기술발달(유비쿼터스 환경)로 인해 이용자들이 특정 장소의 해당 산업만으로 중독되었다고 주장하기 어렵다. 따라서 과학적 근거와 자료 산출 가치가 부족한 이용객 대상 조사는 중단하고 일반인들만 대상으로 조사하거나 필요에 따라 응답자의 주 도박이 무엇인지에 따른 유병률을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

보건복지부나 정보통신부에서도 식당과 술집에서 알코올 중독 혹은 특정 PC방에서 인터넷이나 게임중독에 대한 유병률 조사를 하지 않는다. 야구장에 야구팬들이 많이 모이고 PC방에 게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당연하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현장 조사보다는 많은 표본 확보, 충분한 조사기간, 응답 거부에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김태우는 사행산업 이용객을 대상으로 유병률을 조사하는 것은 과학적 방법이 아니므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각 사행산업별 유병률을 조사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서 사감위도 사행산업이용실태 조사 보고서에서 이용객 조사를 폐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즉, 동 보고서는 지금까지의 이용객 조사가 표본의 대표성과 조사방법의 한계 때문에 결과를 해석하고 활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나 앞으로는 많은 수의 일반인 표본을 확보해서 이용 경험이 있는 표본을 활용하여 좀 더 정확한 실태 조사가 가능하므로 추후 이용객 조사를 폐지하거나 이를 유지할 경우 유병률 지표는 제외하자고 제언하고 있다.

이용객 조사가 표본의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토토와 복권의 경우는 판매점이 전국적으로 각각 6~7천개소가 넘는데 이중에서 각각 500명 내외를 조사하므로 사실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며 따라서 유병률이 낮게 나온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와 경마(경륜·경정)은 경마공원(3개소), 장외발매소(30개소)의 이용자(500명)를 대상자로 조사해 유병률이 높게 나온 결과를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경마의 경우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경우는 이용 경험자가 적으므로 유병률이 낮게 나오므로 토토와 복권의 경우처럼 이용자 대상의 조사는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감위 보고서도 유병률 정책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정보 중 객장에서 직접 조사할 때 자료의 타당성이 가장 높을만한 지표를 선정하여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사행산업종사자에 대한 조사 등을 보완하는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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