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안을 두고 대다수 언론은 엉뚱하게 A조교사에게 화살을 돌렸다. ‘조교사’에 대한 항간의 편견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종편 채널A는 29일 동료 직원들의 발언, “큰 변화 없고 일상과 똑같았다”고 소개하면서도 “P씨가 숨지기 전 말 관리 방법을 놓고 마주, 조교사와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를 했다(사진= 채널A 갈무리).
P는 대학 강의하며 만난 제자…졸업 때 양복과 넥타이 사서 메어줘
사건 직후 만난 유족들도 “자주 말씀 들었다…훌륭한 스승”으로 기억
후배조교사에 추천해 관리사 시작, 2012년 조교사 개업하며 팀장으로 스카우트 인연
가장 가슴 아픈 분들 유가족…죄인 취급에 나 또한 누구보다 괴롭고 힘들어
아끼던 제자 P를 다시 볼 수 없어 깊은 슬픔…정신과 다니며 약 먹고 있어

국내 제1호 말 마사지사로 잘 알려진 렛츠펀파크 부경의 관리사 P씨(38)가 5월 27일 새벽 1시 5분경, 마방 인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산 출생인 그는 부산정보고와 제주 탐라대학교 레저스포츠학과를 졸업한 뒤 2004년 말 관리사로 입사했다. 2012년 소속 마방이 개업하면서 팀장으로 스카우트돼 근무를 해왔으며 책임감과 리더십이 강해, 동료 및 선후배의 인정을 받아왔었다.

유서는 죽은 장소로부터 80m가량 떨어진 숙소에서 발견됐으며 A4용지 한 장에 보드마카로 써 있었다. ‘X같은 마사회’라는 문구가 포함된 3줄의 짧은 문구 탓에 그의 사인 배경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부산에 적을 둔 모 언론은 “전날 오후 11시 30분경 가족과 통화에서 자살을 암시한 말을 한 뒤 연락이 되지 않았던 상태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사인은 복합적인데도 대다수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보도로 제2차 피해를 일삼고 있다. 특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내용이 ‘P씨 소속 마방 A조교사가 P씨에게 입에 담지 못할 심한 욕설을 했고 인격적으로 모독했다’는 것. 5월 26일 금요일 부경 제1경주에서 뛴 ‘초동신화’가 발주기에서 세 차례 기립하며 출발 불량으로 2개월의 출전 정지를 당하자 팀원들 앞에서 심한 욕설을 했다는 것이다.

평소 A조교사의 성품과 후학 사랑, 말에 대한 자긍심을 잘 알고 있기에 의아했던 부분. 그러나 사안이 중요한 만큼 사실 확인은 필수였다. A조교사 주변과 사건 전후 관계자들을 종합 취재한 결과 “그럴 분이 아니”라고 했다. 그날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도 그런 폭언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말이 낳은 또 다른 피해자, A조교사와 수차례 통화하고 관련 사실을 확보한 뒤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 사건 당일 상황은
당일 새벽 1시 40분쯤 집에서 잠자고 있었는데 P가 자살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정신없이 마방에 왔는데 이미 시신은 경찰이 수습해 병원에 안치됐다고 했다. P의 부모님이 부산 강서경찰서에 와 계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달려갔다. 그 자리에는 렛츠런파크 부경의 행정센터장도 와 있었다. 그 자리에서 “제가 P 담당 조교사입니다”라고 말씀드렸다.

- 유가족 반응은
경황이 없는 순간에도 P의 부모님은 “P를 통해 자주 이야기를 들었다. P가 대학 졸업할 때 교수님께서 양복과 넥타이를 직접 사서 메어줬던 분이라고 들었다”라며 “P에게 참 잘 해주시고 훌륭하신 분이라고 P가 자랑했다. 부모인 제가 한 번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어야 했다”고 하셨다.

- P와의 관계는 어떻게 시작됐나
제주 탐라대학교에서 강의하면서 만난 제자다. P가 졸업하기 전 2004년은 부경이 개장을 준비할 때다. P는 부모님과 가까운 곳에서 직장을 다니고 싶어 했다. 내가 후배 조교사에게 추천했고 P는 처음으로 직장 생활을 부경 마방에서 시작하게 됐다. 내가 2012년에 부경에서 조교사로 개업하자 스승과 함께 일하고 싶다 해서 우리 마방으로 오게 됐다. 팀장이라는 직책을 주기에 이른 나이(당시 34살)였지만, 그에게 팀장 직책을 줬다. 동기 부여를 위해 말 마사지에 대한 공부도 권유했고 어느새 국내 제1호 말 마사지사라는 명칭도 얻게 되었다.

- 사건 전날 경주가 문제의 발단으로 지목됐다
5월 26일 금요일 부경 제1경주에서 뛴 ‘초동신화’가 발주기에서 세 차례 기립하며 늦게 나와 출전 정지 2개월을 받았다. 경주 후 모든 관리사가 있는 가운데 ‘초동신화’를 오늘 휴양 신청했다고 말했다. P가 “이 말을 다시 받을거냐”고 물었고 나는 “마주가 다시 주면 받아야 되지 않겠냐”고 했다. P는 “알겠습니다”라고 했다. 그 후 P가 발주기 안에서 말에 조금 부딪쳤는데 아프지 않냐고 묻지 않아 조금은 서운해 했다는 이야기를 다른 관리사로부터 전해 들었다. 당시엔 다친 사실을 몰랐기에 물어보지 못했었다. 이것이 전부다. 그런데 심한 욕설을 했다는 이야기로 와전됐고 언론에 유포된 것을 납득할 수 없다.
나는 관리사에게 단 한 번도 욕을 하거나 인격을 모독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 현재 부경에 있는 기수후배인 조교사들에게도 존댓말을 하고 있으며 마방의 관리사들에게도 인격적으로 대해주는 등 최고의 조교사로 인정받고 있다.

- 이후 유족들의 반응은
5월 31일 문상을 간 우리 마방의 또 다른 팀장이 유족에게 “사실이 아닌 것이 사실처럼 언론에 게재돼 우리 조교사가 많이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유족은 “이야기가 와전되고 언론화 돼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또 “조교사의 얼굴 보기가 미안하니 장례식장에 오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러한 기사가 나가지 않도록 노조에게도 다시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 유가족도 유가족이지만, 본인도 큰 상처를 입었다
이번 사건으로 가장 가슴 아픈 사람은 유가족이겠지만 누구보다 괴롭고 가슴 아픈 사람 또한 저다.
첫째는 아끼던 제자 P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것, 둘째는 죄인 아닌 죄인 취급을 받고, 인터넷에 조교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악플이 달리는 것을 보면서도 장례절차가 끝나지 않아 모든 것을 참고 감내하는 것이 인간적인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무엇보다 P가 떠나갔다는 것이 현실로 느껴지지 않고 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정신과에 다니며 약을 먹고 있다. 마방의 다른 관리사 이름을 분명 부르는데 내 입에서는 “P야”, 하고 부르게 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 향후 계획은
P의 장례까지 무사히 치를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잘못된 기사가 다시 나갈 때는 그 진위를 파악하고 간과하지 않겠다. 나 역시 마음이 많이 아픈데 사실이 왜곡된 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산업계 미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진실이 정확히 알려지기를 바란다.

한편, 부산강서경찰서 측은 P 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에 대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살 원인은 이미 조사를 마쳤고 곧 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사안을 두고 대다수 언론은 엉뚱하게 A조교사에게 화살을 돌렸다. ‘조교사’에 대한 항간의 편견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종편 채널A는 29일 동료 직원들의 발언, “큰 변화 없고 일상과 똑같았다”고 소개하면서도 “P씨가 숨지기 전 말 관리 방법을 놓고 마주, 조교사와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를 했다(사진= 채널A 갈무리).
▲이번 사건으로 또 다른 피해를 보게 된 A조교사. A조교사는 모 대학 교수이자 주요 협회장을 맡고 있으며 평소 성품과 후학 사랑, 말에 대한 자긍심으로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사안이 중요한 만큼 사실 확인은 필수였다.
▲국내 제1호 말 마사지사로 잘 알려진 렛츠펀파크 부경의 관리사 P씨(38)가 5월 27일 새벽 1시 5분경, 마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사인을 두고 현재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곧 경찰의 수사 발표가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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