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산업 연구 심포지엄 특별 인터뷰]

세리마치, “승마장 효율성 높이는 경주 퇴역마 활용이 관건”
서명천 박사, “학교체육 편입 위해서는 표준화 지도안 필요…승마장 경영 인식 개선도”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전국 각지에서 모인 말산업 관계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펼쳐진 ‘2017 말산업 연구 심포지엄’은 그야말로 성황이었다.

하루 종일에 걸쳐 진행된 규모만큼이나 채워진 심포지엄 내용들도 충분히 유익했다. 1부에서는 ‘학교체육’에 ‘승마’를 편입하고 학생승마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펼쳐졌으며, 2부에서는 ‘경주 퇴역마 순치·조련’을 주제로 한국 말산업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각 분야에서 가장 핵심적인 발표를 한 한국마사회 말산업연구소 ‘서명천 박사’와 일본 크레인승마장 승마교관 ‘세리마치 요시타카’를 만나 발표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는지 들어봤다.

■세리마치 요시타카(일본 크레인 승마장)

-일본에도 한국마사회처럼 경마와 승마를 함께 담당하고 있는 단체가 있는지.
한국마사회처럼 일괄돼서 경마와 승마를 함께 하는 단체는 일본에 없다. 경마는 JRA 일본중앙경마에서 담당하고, 승마는 일본 전국승마클럽진흥협회에서 담당한다. 물론 승마협회에서 일본중앙경마로부터 보조금 받긴 하지만, 두 단체의 목적과 활동은 다르다. 한국의 한국마사회처럼 말 생산부터 육성, 조련, 승마 등 까지 한 곳에서 하는 단체는 없다.

-오늘 말산업 심포지엄에서 경주 퇴역마 순치·조련법에 대해 발표한다. 가장 핵심은 무엇인가.
말 생산부터 승마장 경영까지 말산업 효율성을 높여 이익을 내는 게 핵심이다. 한국, 일본은 유럽과 미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전문 승용마는 숫자가 적지만 경주마 생산 두수는 많다. 그래서 경주 퇴역마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승마장 경영을 위해서는 효율성을 높여 수익을 내야 한다.
일본 말산업이 한국보다 앞서 나갈 수 있었던 요인은 효율 좋은 경주 퇴역마를 승마 부분에 잘 활용한 덕분이다. 대표적으로 우리 회사(크레인)는 저렴함 경주 퇴역마를 잘 순치·조련시켜 승용마로 보급했던 게 가장 주요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오늘 그 내용을 발표한다.

-순치·조련 훈련법은 어떤 것이 있나.
경주마로 쓰이는 더러브레드는 숙명적으로 빠르게 뛰도록 설계된 말이다. 경주 퇴역마들을 승용마로 변모시키기 위해서는 전력질주 말에서 안전한 말로 바꾸는 훈련법이 핵심이다. 앞쪽에 쏠려있는 무게 중심을 앞에서 뒤로 가도록 훈련시킨다. 구체적인 훈련법들은 조마삭이든 기승훈련 등을 통해 배워나갈 수 있다.

-일본에서는 승마에 경주 퇴역마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일본에서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에 쓰이는 말은 어떤가.

물론, 일본에서도 전문체육에서는 쓰이는 말은 유럽의 웜블러드이다. 웜블러드는 종 자체가 생활체육에서 쓰이는 경주 퇴역마와는 말의 질과 수준이 크게 차이난다. 하지만, 웜블러드는 숫자가 한정되고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대중화되기는 힘들다. 승마 대중화를 위해서는 경주 퇴역마를 갖고 일반인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고 관련된 대회를 활성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말과 인연을 맺어온 집안으로 알려졌다.
일단 할아버지 일본 국가대표 마장마술 코치였고, 아버지도 마찬로 승마 코치셨다. 집안에서 강압적이나 강제적으로 말을 타야 된다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계속 말을 탈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다보니 이 길을 스스로 선택하게 됐다. 지금은 직업이 돼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선수 생활을 하기도 하고 가르치는 일에 만족한다.

-올해 경북 영천과 전북 장수에서 말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강연을 펼치고 말산업 현장도 둘러 봤다. 한국 말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한국의 말산업 열기가 대단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지금 현재는 일본 말산업이 앞서 있지만, 분명히 몇 년 지나면 일본을 추월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미 그 정도로 말산업 관계자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금메달리스트인 ‘세리마치 요시타카’는 일본 크레인 승마장의 기술지도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2월 한국마사회와 일본 크레인승마장과의 기술 교류 업무협약을 통해 매월 경주 퇴역마의 순치·조련법 등을 전수했다.



■서명천 박사(말산업연구소)

-오늘 발표한 내용은 무엇인가.
시범학교에서 사용할 표준화된 지도안에 대한 내용을 발표한다. 시범학교 운영을 위해서는 담당교사가 가르칠 수 있는 표준화된 지도안이 개발이 필요한데 그것이다. 아울러, 표준화된 지도안은 교사들이 자신감 있게 학생들에게 교육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해 중요하다. 지금은 학교 승마체험을 실시하는 승마장마다 지도안이 제각각인데 차후 승마 저변 확대가 이뤄질수록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표준화된 지도안 개발은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에 편입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승마를 학교 체육에 편입하기 위해서는 시범학교를 운영이 필요하고, 이후 일반학교에 확산, 국가교육과정 편입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표준화된 지도안은 꼭 필요하다. 오늘 그 내용을 발표했다.

-승마의 학교체육 편입 가능성은 있나.
아직은 조금 이른다. 2021년이나 2022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에 앞서 승마장의 경영 및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승마장들이 지원을 받는 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승마장 스스로가 경영 개선을 위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실제 수요자 입장에서 학생들을 위한 승마 교습법과 승용마, 안전한 승마장을 구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른바, 책임경영이다. 향후 2021년, 2022년 목표도 그게 선행될 때 이야기이지 그렇지 못하다면 시기적으로 요원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현재 교육과정평가원은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승마장의 ‘책임경영’을 얘기 했는데, 실제 국내 승마장들의 경영 상황은 어떤지.
잘하고 있는 승마장도 있지만 몇 군데 외에는 아직도 이론 수업이나 체계적으로 구분해서 하는 승마장이 드물다. 무조건 회원을 모집해서 말을 태워야 한다는 식의 단순한 경영 마인드를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럼 ‘책임경영’을 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마사회 차원에서도 지원을 하겠지만 스스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전국승마시설사업자협회’가 생겼으니 협회 중심으로 정보 공유를 통해 일선 승마장들의 경영 인식 등을 계몽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마사회 협력승마시설과 함께 ‘전국승마시설사업자협회’ 소속 승마장들을 대상으로 확대 교육해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외국에서도 민간 협회에서 산업을 주도해나가는 것처럼 전국승마시설사업자협회가 주도적으로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서명천 박사는 공공승마장의 역할을 모색하는 연구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민간 승마장 중심의 사업 지원을 넘어 공공승마장 활성화를 통해 말산업의 균형적인 발전과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말산업 분야는 아직도 연구가 필요한 분야들이 많다.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공공승마장의 역할 모색’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민간승마장에 사업비 지원 등이 주를 이뤄왔지만, 이제는 공공승마장에 대한 연구와 지원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말산업을 끌고 가기 위해서는 민간승마장만 갖고는 어렵다. 공공승마장은 지방비가 일부 나오기 때문에 유지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하고 공익적인 역할 수행도 할 수 있다. 민간처럼 마케팅 능력은 떨어질 수 있지만 공공승마장에 필요한 인력 충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 기능이라든지 재활승마 등 공익적 역할을 해나갈 수 있다. 승마의 고급 스포츠라는 이미지를 상당부분 중화시켜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공공승마장이 확대될 수 있단 취지에서 민간 승마장과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말산업 현장을 자주 찾는 걸로 알고 있다. 현장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공통된 메시지는.
말산업이 걸음마 단계이다 보니 상당히 정보에 목말라 있더라. 많은 승마장 경영자들이 경영 마인드는 뛰어난데 정보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현재 말산업연구소에서는 승마장 우수사례 분석을 통한 컨설팅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우수 사례 분석을 통해 열악한 승마장에 관련 정보를 전파하기 위한 목적이다.
또한, 선진 사례에 대한 견학 등도 필요한 부분이다. 말산업 분야에서 우수한 승마장은 포상도 하고, 선진지역 견학을 통해 경영자들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될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장에서는 선진지 견학이나 우수 프로그램, 마케팅법, 회원관리 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 했다. 말산업 공간이 협소한데도 서로 정보가 전달이 원활히 안 되면 대책이 없다.

▲성공적이었던 ‘2017 말산업 연구 심포지엄’에서 분야별로 핵심적인 발표를 했던 두 명에 대한 인터뷰를 담았다. 말산업연구소 서명천 박사와 일본 크레인 승마장의 세리마치 요시타카가 그 주인공이다.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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