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동조합 위원장

지난해만큼이나 마사회, 경마장, 마필관리사 등등의 단어가 언론에, 그렇게 많이 오르내렸던 적이 있었나 싶다. 그것도 안타까운 사고와 불미스러운 사건의 연루 등 전부 부정적인 것들이었고 그만큼 직·간접적인 당사자인 경마 관련 종사자들에게는 힘겹고 어려운 시기였다.

안타깝게도 부경에서 두 명의 마필관리사의 죽음으로 촉발된(알려지지 않았지만 서울경마장에서도 지난해 2명의 조합원이 자살했다) 마필관리사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과도한 경쟁시스템, 열악한 노동조건 등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고 논의가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마치 서울의 관리사들은 고용도 안정되고 경쟁성도 낮기 때문에 일은 적게 하고도 월급은 더 많이 가져간다는 이분법 논리로 몰아갔다. 서울과 부경(제주는 논외로 하더라도)의 역사가 다르고 마필관리사 노동자들의 근무경력, 평균연령 등은 전혀 거론되지 않고 서울은 고비용 저효율, 부경은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마사회의 논리를 언론은 검증도, 반박하지 않고 그대로 보도했고 그 덕에 경마관계자, 심지어는 일부 마주나 경마팬들까지도 같은 논리로 서울을 배부른 돼지로 여론을 몰아가는 안타까운 상황까지 만들었다.
서울경마장은 100여 년 가까운 역사를 거치면서 선배 관리사들, 선배 노동자들이 열악했던 노동조건을 하나하나 개선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일을 안 하고, 덜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법과 규정과 제도를 지키면서 일을 하자는 것이다. 거기에는 마필관리사 노동자들의 고용, 생존권, 산재로부터의 안전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부경경마장도 그 테두리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어찌 됐든 또 한 해가 시작되었다. 올해는 제발 ‘경마혁신’이라는 괴물이 좀 잠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니 마사회가 일방적으로 만든 혁신은 전면 백지화되어야 하고 관계 당사자들과 머리를 맞댄 고민과 공감이 전제된 혁신방안이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
지난해는 시무식 날에도 투쟁조끼를 입고 집회를 했고, 그 이후 눈보라가 치는 날에도 매일 같이 마사회 정문 앞에서 조합원들은 ‘경마혁신 철회’, ‘고용안정 보장’, ‘생존권 보장’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제 그런 구호 그만 외치고 싶다. 비단 지난해만의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마사회는 김낙순號가 출항을 시작했다. 과거 전 정권과의 부정한 고리를 빠짐없이 청산하고 경마관계자 모두가 상생하는 제도로 더불어 발전하는 한국경마를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동안 마사회는 국제화, 선진화만을 따라가다 보니 사람보다는 시스템이 먼저였다. 그러는 동안에 스스로, 또는 산업재해나 질병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경마장을 떠나야만 했다. 제도개선은 될 턱이 없었다. 경쟁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자의든 타의든 더 이상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경마는 그만 멈춰야 한다. 사람이 평안하고 안전하고, 행복해야 좋은 경주마도 나온다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다행히 지난해 양대노총과 마사회, 을지로위원회, 농식품부 등이 참여해 체결한 ‘말 관리사 고용구조개선 방안’에는 경마실무위원회(가칭)와 범경마인합동워크숍 등을 분기별로 개최해 경마계획 및 실무 관련 현안 문제 등을 협의하기로 했다. 마사회와 경마유관단체간의 소통이 원활히 되고 현장의 목소리가 제도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동조합 위원장 신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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