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競馬)의 생명은 경쟁(競爭)에 있다. 경쟁을 하지 않는 경마는 죽은 경마이다. 경마는 세계가 하나로 움직여지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쟁을 하지 않고는 경마의 존재의미를 찾을 수 없다.

서러브레드로 움직여지는 세계경마산업의 현황을 살펴볼때 경마를 시행하는 나라들끼리는 어느 나라의 경주마(씨수말과 씨암말 등의 번식마 포함)가 더 우수한 가를 놓고 경쟁한다. 경마를 시행하는 시행체들은 어느 시행체가 더 상금을 많이 주며 질좋은 경주마로 경마를 시행하는가 경쟁을 한다. 생산자는 누가 더 질좋은 경주마를 생산하는가 경쟁을 하게 되고 마주는 누가 더 질좋은 경주마를 소유하는가 경쟁을 해야한다. 조교사는 누가 더 경주마를 잘 훈련시키고 관리하는가 경쟁을 해야하고 기수는 누가 더 기승술이 뛰어난가 경쟁을 하게 된다. 경마예상가는 누가 더 분석과 추리를 잘하는가 경쟁을 하며 경마팬은 누가 더 적중하는 마권을 잘 구입하는가 경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경마는 그동안 많은 발전을 해왔지만 아직도 경쟁을 가로막는 요소들이 곳곳에 있다. 비경쟁적 요소를 일일이 열거하려면 한정된 지면의 어려움이 있어 지난 29일 장수육성목장에서 있었던 내륙국산마 경매결과와 관련하여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올해 장수 경매는 낙찰률이 지난해 57.4%에서 올해 30.4%로 무려 27%나 감소했다.

경매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마필의 질과 마필의 가격, 그리고 마케팅과 구매자의 구매욕구 등이다. 그러나 이번경매에서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마주들의 구매욕구의 저하라고 본다. 마주와 조교사들을 만나면서 피부에 와 닿은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었다. 대다수의 마주들은 마주를 하면서 경제적으로 재미를 보지 못한 것을 떠나 적자를 보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조교사들은 그러한 마주들에게 말을 사달라고 권유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간혹 마주가 조교사에게 경매에 참여 할 의사를 전달하더라도 저가의 가격에서 마필을 구입하려는 마주에게 마필구매를 보류할 것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 조교사의 입장에서도 저가의 마필이 마방에 입사하게 되면, 마방만 차지하고 더 좋은 말을 사려는 마주의 마필이 마방에 입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라 질이 떨어지는 경주마로는 경주상금을 벌기가 쉽지 않고 그 결과의 책임은 어느 정도 조교사에게도 돌아오기 때문이다.

2세마의 입사는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경우 더욱 어려움이 있다. 서울경마공원은 총 관리 두수에서 마방을 활용하면 되지만 부산경마공원은 한해 2세마의 마방입사를 총 마방 임대관리 두수의 1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1세 때 개별 구매한 마필이 많은 조교사는 경매에 참여하고 싶어도 입사두수에 걸려 구매할 수 있는 폭이 그만큼 적어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부산경마공원의 조교사중 절반은 올해 입사할 수 있는 마필두수를 이미 개별구매로 구입하였다. 이러한 결과들이 경매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였다고 본다. 또한 경매마의 평균가 상승에는 경주마의 관리비 상승도 한 몫을 했다. 능력이 떨어지는 마필로는 관리비만 지출하게 되고 그 적자 금액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경매는 당분간 평균가는 상승하고 낙찰률은 떨어지는 현상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 과거에는 중간정도 수준의 마필을 선호하는 마주가 많았지만 이제는 높은 가격의 마필로 옮겨갔다. 이제 중간정도의 마필도 주인을 만나지 못하여 경마공원에 입사조차 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매 활성화를 위해서는 경주수를 늘리고 경마상금을 높이며 마주경쟁을 유도하는 하드웨어적인 요소도 중요하겠지만 부산경마장의 입사제도부터 규제를 푸는 것이 직접적인 소프트웨어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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