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신뢰 위한 최선의 길, 설립 목적 충실한 기관으로 되돌아가는 것
신뢰 회복의 ‘지름길’로는 모든 분야 업무 투명하게 진행하는 일 밝혀
경마 통한 수익 창출은 목적 아닌 수단…공공성·공유성 우선돼야 할 것
서로 신뢰하는 조직 문화 만드는 데 앞장 당부…공정 인사로 조직 신뢰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김낙순 제36대 한국마사회장이 지난 1월 19일 오후 4시 전격 취임했다. 20여 분 가까이 진행한 취임사에서 김낙순 회장의 목소리에는 비장함이 실려 있었다. 취임사를 하기 앞서 김낙순 회장은 지금까지 미리 준비한 원고로 인사를 한 적이 없었다며 비서실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격식을 갖추고자, 심혈을 기울여 3박 4일간 취임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취임사는 원고지 25매 분량, 3500여 단어에 이르는데 한국마사회가 직면한 현안 과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엿볼 수 있는 대목. 취임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국민’, ‘투명’, ‘책무’, ‘신뢰’ 등으로 핵심 키워드를 정리해 볼 수 있다. 은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의 취임사를 분석하고 전문 일부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김낙순 회장은 먼저 한국마사회 제36대 회장으로 ‘부름’받았고, 개인적으로 영광의 자리라고 했다. 대부분 취임사가 그렇듯 날씨를 언급하며 “정작 추운 건 날씨보다도 작금의 한국마사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라며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새롭게 거듭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 두렵기 그지없다”고 운을 뗐다.

국민의 불신과 질타, 적폐 대상 공기업 대표로 낙인 찍혔지만 이유도 책임도 묻지 않겠다고 했다. 한국마사회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꼭두각시가 되기를 자처한 경영자와 입신의 도구로 활용한 일부 추종 세력이 문제”였기 때문. 그렇다고 모두가 떳떳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잘못된 부분에 대해 용기 내 말하지 못한 책임은 부끄러워해야 하고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방법은 새롭게 거듭나는 것뿐이라고 강조하며 취임식 당일은 “국민의 마사회로 거듭나는 자리임을 국민 앞에 약속하고 선언하는 새로운 역사의 출발일”로 기억되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한국마사회 조직을 사랑하고 무한히 신뢰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민으로부터)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김낙순 회장이 밝힌 한국마사회의 과제 두 가지는 대국민 신뢰 회복과 경마산업 사양화 난관 대처였다.

“내면의 얼어버린 차가운 마음을 따듯한 시선으로 되돌리는 건 참으로 어려운 난제”이지만, 한국마사회 임직원의 출중한 능력과 열정 그리고 김낙순 회장의 신념을 더해 반드시 국민 신뢰 회복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최선의 길이자 한국마사회의 집중 목표는 바로 설립 목적에 충실한 기관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한 그는 “그 길은 국가가 우리에게 부여한 책무이고 국민이 기대하는 한국마사회의 참모습”이라고 했다.

경마를 통한 수익 창출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고도 했다. 이윤 창출 극대화 대신 이제는 공공성과 공유성이 우선돼야 하며 “우리 공동체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 생산성을 기대하는 건강한 기관이 되도록 힘쓸 것”이라고도 했다. 특히 승마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 또한 중요한 가치이기에 “경마뿐 아니라 승마산업도 동반 성장해야 진정한 의미의 말산업 육성 완성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대국민 신뢰 회복에 앞서 서로 신뢰하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일이 우선이라고 했으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바로 한국마사회장으로서 인사 공정성이기에 이를 약속한다고 했다. 김낙순 회장은 “공정한 인사로 조직 신뢰를 지켜갈 것이고 능력에 맞게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할 것”이라며, “공정 인사가 저 김낙순의 트레이드마크가 될 것이다.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

김낙순 회장의 취임사를 면면히 보면 한국마사회장으로 부임하기 전 경마산업과 한국마사회 조직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충분히 공부했다는 점이 눈에 띤다. 또한 취임 즉시 서둘러 부서별 업무 파악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그는 취임 당일과 지난 주말 그리고 24일까지 부서별 업무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반가운 점은 “한국마사회가 정보기관도 아니고 특별히 보안이 요구되는 기관도 아니”라는 인식에서 “가능한 모든 분야의 업무가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부분. 그것이 바로 “대국민 신뢰 회복의 지름길”이라고도 했다. 전임 회장들이 일부 추종 세력의 ‘조언(?)’에 따라 일부 언론과 단절하거나 회피하면서 촉발된 한국마사회와 말산업 이미지 악화 문제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두 번째 과제는 경마산업의 사양화 대처로 집약할 수 있다. 세계적인 추세로 보더라도 경마를 통한 수익 창출은 장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힌 김낙순 회장은 장외발매소 폐쇄 위기를 언급했다.

말산업 최고 전문경영인으로서 일부 우려와 염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한평생 정치 현장에 몸담았고 전문경영인으로, 대학에서 문화 예술에 관해 강의와 연구를 한 학자로서의 이력을 밝히며 “조금의 두려움이나 초조함조차 없다”고 밝힌 김낙순 회장은 “최고경영자는 올바른 방향 제시와 문제 해결의 능력이 최우선의 덕목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특히 1988년 6월 15일 제13대 국회에서 노동위원회 상임위원회가 최초로 설치될 때 국회 초대 노조위원장 보좌관으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권위, 노사의 소통과 상생이 기업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몸소 경험했고 노사관계에 대한 저의 철학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이 또한 실천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내부 파벌 문제가 마사회장에 대한 불만과 국회 및 언론 등 외부에 투서하는 일로 번졌던 과오에 대해서도 파악한 듯 “이 길에 어떠한 저항이나 압력도 저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저의 모든 것을 걸고 결단코 막아낼 것”이라고 했다. 반면 열심히 일하고 창의적이고 국가의 부름에 충실히 부응하고 국민 이익에 보탬이 되는 직원들에게는 국가를 대신해서 충분히 보답할 것이라며 “제가 여러분의 기대를 충족할 때 아낌없이 성원하고 힘을 보태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회장은 기관과 조직을 보호하고 조직 구성원은 회장을 신뢰하며 지켜주는 것”이라며 “그것이 한국마사회로는 공동체의 번영을 약속하는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한국마사회는 달라질 것이고 달라져야 한다”라며 “국민으로부터 사랑받을 것”이라고 밝힌 김낙순 회장은 “사랑하는 마사회 임직원 여러분, 우리 다함께 당당한 자세로 한국마사회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주역이 되자”고 했다.


이날 취임식 분위기는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첫 마사회장이라는 기대 때문인지 평소 경직된 분위기와 달리 취임사 도중 박수가 나오거나 김낙순 회장의 질문에 우렁찬 대답이 쏟아지기도 했다. 취임사가 ‘비장’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인식한 듯 “목소리만 비장하지 실제로는 상당히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밝힌 김낙순 회장은 취임식이 끝난 후에는 본관 로비 앞에서 전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취임식 이후 한국마사회 한 관계자는 “내정 당시 낙하산이다 비전문가다 하는 우려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오늘 취임사를 들으면서 우리 내부의 불신을 극복하고 대외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이 실리는 것 같다”며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회사를 만들어 가자고 다수 임직원들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의 취임사 및 취임식은 본사 홈페이지 내 ‘KRJ 방송’을 통해 직접 시청할 수 있습니다.

이용준·박수민 기자 cromlee21@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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