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 금악목장 사장
오는 5월18일 코리안더비가 서울 경마공원에서 열린다. 1998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이번이 11회째를 맞이한다. 경마를 시행하는 많은 나라들이 더비경주를 시행하고 있다. 처음 더비경주가 시행된 영국에서는 2400미터로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매년 5월 첫째주 토요일 켄터키주(州) 루이빌의 처칠다운스 경마장에서 2000미터로 치러진다. 초기에는 2400미터였으나 1896년부터 현재의 거리인 2000미터로 축소되었다. 올해로 134회를 맞이한다. 일본의 경우는 금년 75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작년 5월 27일 동경경마장에서 2400미터로 잔디주로에서 18두가 출주하여 암말인 ‘보드카’(Vodka)가 우승을 하여 커다란 뉴스거리가 되었다. 암말이 일본더비를 우승을 한 것은 1943년 ‘크리후지’가 우승한 후 작년에 우승까지 3두에 불과 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10회 대회중 4두가 우승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암말이 더비를 우승하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처럼 암말이 많이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생산 및 육성환경이 매우 열악했기 때문이다.

선진 경마국과 달리 생산환경이 열악했던 우리나라의 경우는 수말보다 조기성숙을 하게되는 암말이 우승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생산환경과 육성훈련 시설이 잘되어 있는 선진경마국에서는 수말을 조기에 완성할 수 있는 조건이다 보니 3세마필만 출주하는 더비경주에서 암말이 우승을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암말이 우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후기육성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더비경주에 우승했던 마필들의 경주마 수명이 짧아 경마팬 뿐만 아니라 마주를 비롯한 경마 관계자들을 매우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코리안더비를 “죽음의 문턱” “코리안더비의 저주”라고 부를만한 일이다. 코리안더비 우승마들이 그러한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경주로를 떠나갔기 때문이다.

1회대회 우승마인 ‘우승예감’은 더비우승 후 곧바로 은퇴를 하였다. 2회 대회 우승마 ‘만석꾼’ 역시 더비 우승후 이듬해 초반 경주로를 떠나게 되었다. 6회 우승마 ‘하비동주’는 휴양후 재기에 실패했고, 7회 우승마 ‘무패강자’는 더비 우승 이후 우승,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롱런을 기대케 했지만 역시나(?) 더비의 저주를 피하지는 못하였다. 9회 우승마였던 ‘백록정’은 최고의 전성기여야 할 4,5세에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우승마였던 ‘제이에스홀드’는 10월 이후 경주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부상을 치료하면서 휴양중에 있는 ‘제이에스홀드’는 절치부심 재기를 노리고 있지만 회복된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렇듯 더비경주의 저주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되는가. 바로 경주의 시기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선진경마국에서 5월에 더비경주를 치른다고 우리도 따라 하다보니 그런 상황들이 계속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5월에는 수말에 비해 성장이 빠른 3세 암말경주인 오크스경주를 시행하고 9월이나 10월에 코리안더비가 개최됨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우수한 국내산 마필들이 해외 원정경주에 출주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코리안더비 우승마들의 경주수명 단축은 한국의 경주마 가치와 자산을 크게 손실하는 결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작 성 자 : 권승주 ranade@krj.co.kr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