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산업과 관련해서 ‘풍선 효과’라는 말이 있다. 합법시장에 대한 옥상옥 규제만 하다보면 본래 취지와 달리 불법시장만 키운다는 역효과를 일컫는 의미로 쓰인다.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부풀어 오르는 이치다. 여기에 대응하는 의미로 ‘기관차 효과’란 말이 쓰인다. 합법시장이 커지면 불법시장도 함께 커진다는 논리다. 오래전부터 ‘풍선’이 맞느냐 ‘기관차’가 맞느냐 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은 계속됐지만,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풍선 효과가 옳음이 증명됐다.

사감위의 경마산업 매출액 자료를 보면 2012년 경마산업 총매출은 7조8,397억 원에서 2016년 7조7,459억 원으로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반면 불법 사행산업 규모는 2012년 약 75조원에서 지난해 170조원으로 불과 4년 만에 무려 95조원이나 급증했다. 합법 규모의 7배가 넘는 수치다. 이처럼 경마를 포함한 사행산업 규제를 강화하기만 하면 불법 사행산업은 확대된다. 개별 사행산업 특성을 감안해 균형적 규제와 업종간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국내 사행산업은 2000년 이전에는 경마와 복권과 외국인 카지노만이 존재했다. 당시에는 경마가 사행산업의 대표주자로서 국가 및 지방 재정의 주요 역할을 해왔다. 경마의 경우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승마경기 지원을 위한 시설 건설기관으로 1983년 한국마사회가 지정돼 장외발매소를 통한 조세 및 축산발전기금 확충의 길이 열렸다. 복권의 경우는 이후 2004년 로또복권으로 통합되면서 매출액 급증으로 복권기금도 급증하고 있다.

한편, 서울올림픽 개최 이후의 올림픽 시설 등 관리와 체육진흥을 위해 1994년 경륜, 2002년 경정이 출범했고, 2002년 월드컵 경기 지원을 위해 체육진흥투표권인 토토가 2001년 발매되며 체육진흥기금의 주역이 됐다. 석탄산업의 쇠퇴로 퇴락한 지역 경기를 살리기 위한 내국인 카지노도 2000년 허용되면서 지역개발기금 등이 사행산업을 통해 조성됐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 들어 합법 사행산업의 확산은 IT산업의 발달에 따른 게임산업의 육성과 이에 편승한 불법 사행성 게임의 범람(스크린 경마, 바다이야기 등)으로 인해 사행산업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사감위법) 제정으로 사감위의 규제를 받게 됐다. 이로 인해 사행산업은 매출총량, 영업장 총량 등의 규제를 받아 과거와 같은 성장을 하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국민소득 증대와 더불어 전체 총량은 매년도 증가하고 조세와 기금의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합법사행산업에 대해서는 사감위 등의 규제로 인해 적절히 관리되고 있지만 불법사행산업은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해 20조원대의 합법사행산업을 능가하는 100조원 규모로 커져 조세 및 기금의 유출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어 왔다. 합법사행산업의 존재 목적 중 하나가 ‘불법 자금의 양성화’이며 이를 통한 국가 및 지방 재정의 확충을 통한 복지 재정 등에의 기여라는 점에서는 합법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사행산업 중에서는 업종간 특성에 따라 과도한 규제는 관련 산업에 어려움을 야기하고 업종간 불균형적인 규제는 업종간 불균형적인 성장에 따른 불균형적인 조세 및 기금 등의 기여 문제를 야기한다.

합법 사행산업의 전체 볼륨 규모의 확대는 불법 사행산업의 단속을 통한 불법의 합법으로의 이전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법산업의 육성은 사행산업을 통한 조세 및 기금의 확대를 가져오며 이것은 곧 사행산업 기금 확대 방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복권이나 토토는 인터넷 등 온라인을 통해서 발매할 수 있지만 마권은 그러지 못한다. 마권은 2009년7월20일 잘되고 있던 온라인 마권발매 시스템(농협과 제휴한 Knetz) 마저도 폐지해버렸다. 신분이 철저하게 드러나고 마권구매상한선(10만 원)도 확실하게 지킬 수 있는 제도인데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이해 못할 아이러니다. 사감위는 합법사행산업은 개별 기관에 맡겨두고 옥상옥 규제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불법사행산업 확산 방지에 나서야 한다. 불법사행산업감독 전담기구 탈바꿈해야 국민의 여가선용 및 국가산업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

김문영 말산업저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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