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제 승마공원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승마 종합마술 경기에 출전한 한국승마 대표팀(송상욱·김성수·김석·홍원재)은 단체전 참가팀 8개국 중 6위를 기록했다. 2014년 인천대회 당시 종합마술 개인전·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했던 한국승마는 4년 만에 챔피언 자리를 다시 일본에게 내주고 말았다. 동메달도 얻지 못한 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기대를 모았던 송상욱 선수(소노펠리체 승마단)는 감점 34점으로 개인전 8위를 차지해 아쉬움을 남겨야만 했다. 지난 인천대회 종합마술 개인전·단체전 우승의 주역으로 한국승마를 대표하는 라이더인 송상욱 선수는 국내 선수 중에는 최고 성적을 냈지만 메달권 진입에는 미치지 못했다. 홍원재 선수는 감점 75.8으로 18위를 차지했다.

종합마술은 3일 동안 마장마술, 크로스컨트리, 장애물 등 3개 종목 경기의 성적을 합산해 순위를 가리는 승마 종목으로 ‘승마의 꽃’ 또는 ‘종합세트’로 불린다. 단체전은 각 국가의 4인 출전 선수 중 상위 3인의 성적을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국제규격에 맞는 종합마술(크로스컨트리) 시합장 하나조차 없는 열악한 국내 승마 여건에서 매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도 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장애물 종목에만 관심을 갖고 있으며, 종합마술에 대한 관심도 부족하다.

개인전·단체전 모두 금메달을 획득한 일본은 국제승마대회 중 최고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올림픽과 세계승마선수권에 자국의 선수들을 매번 출전시켜 국제경험을 쌓고, 국제승마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으며, 특히 아시안게임 종합마술에서는 최강국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일본승마는 이번 대회에서 종합마술 단체전 우승과 함께 개인전 금메달도 획득했다. 요시아키 오이와가 22.70 감점으로 1위를 기록했으며, 총 3명의 일본 선수가 5위권 내 들었다.

한국 승마대표팀의 초라한 성적표는 사필귀정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순실-정유라 사태 이후 난파위기의 험로를 딛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것 만도 기적이라는 의견이다. 우리나라 승마대표단은 대한승마협회의 파행으로 인해 출전 여부조차 불투명했던 상황에서 우여곡절 끝에 아시안게임 무대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한국승마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효자 종목으로 매번 메달 획득에 성공해온 터라 더욱 반가운 소식이었다. 협회가 좌초할 위기에서도 국내 승마선수들의 꿈인 아시안게임 출전 기회를 포기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 어떻게 승마 국가대표 선수단은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었을까.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대한승마협회의 재정자립금의 사용 승인을 받아 가능했다. 다른 종목과 달리 승마는 선수 외 말도 함께 시합에 나서기 때문에 국제대회 출전을 위해서는 말 운송비 등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서는 말 운송비만 5억여 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협회의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승마계는 아시안게임 출전만은 물릴 수 없다는 데 공감하고, 7월 6일 ‘제3차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어 ‘재정자립금’의 사용 승인의 건을 상정·의결했다.

배창환 회장 재임 시 이사회에서 제시됐던 아시안게임 출전비 9억 5천만 원에서 3억 원이 감소된 6억 5천만 원 규모로 10년 상환을 조건을 걸었다. 이어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기금 사용 승인을 거친 후 아시안게임 출전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현재 대한승마협회가 보유한 재정자립적립금은 총 36여억 원 규모로 경기력지원비 24억 원과 법인화 기금 적립금 12억 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대회 출전비로 쓰인 금원은 경기력지원비에서 지출됐다.

어렵사리 아시안게임에 나선 한국승마의 좋은 성적이 기대되지만 대한승마협회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한체육회의 판단에 따라 관리단체 지정여부가 결정되며 대대적인 대회 규모 축소 및 재정비 등은 불가피하다. 관리단체 지정여부는 임의적이므로 9월에 열리는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근본적인 엘리트승마 발전대책이 마련되면 좋겠다.

김문영 말산업저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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