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산업 생산·육성 기반의 잣대가 되는 경매 지표가 우울하다. 2018년 하반기 첫 경매에서 2005년 이래 13년 만에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가 주관한 2018년 9월 국산마 경매가 4일 제주 조천읍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 경매장에서 열렸다. 2세마와 0세마 총 93두를 대상으로 열린 이번 경매에서 낙찰 두수는 22두, 낙찰율은 23.6%를 기록했다. 최고가는 6,500만 원으로 ‘메니피’와 ‘러브메도우’의 2016년 5월생 자마(암)가 기록했다. 부경의 김광원 마주가 낙찰받았다. 2세마는 한국마사회 측이 상장한 19두 가운데 5두만 낙찰됐고 생산농가에서는 70두 가운데 17두가 낙찰됐다. 0세마는 농가에서 4두만 상장, 단 한 두도 낙찰에 성공하지 못했다.

전체 평균가는 3,200만 원으로 총낙찰액은 7억400만 원. 지난해와 비교하면 전체 낙찰율은 27.1% 하락했고, 평균 낙찰가도 162만 원 하락했다. 기존과 달리 마사회 측의 결과가 참담하다. 낙찰율은 48.7%, 평균 낙찰가는 907만 원이나 하락했다. 상장 두수도 최근 4년간 큰 변동이 없었지만(2015년 95두, 16년 84두, 17년 83두, 올해 89두), 예정가는 소폭 상승해(2,579만 원, 2,660만 원, 2,953만 원, 올해 2,993만 원) 생산농가의 기대치가 반영됐으나 마주들의 구매 의욕과는 괴리가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번 경매 결과인 낙찰 두수 22두, 낙찰율 23.6%는 2005년 이래 13년 만에 최저치다. 2015년 경마 혁신안이 발표되며 생산농가가 우려했던 국내산마 외면 현상의 조짐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005년 10월 경매에서는 최고가 5,500만 원, 130여 두 상장에 23두 낙찰로 낙찰율 18%를 기록했었다. 2005년 6월 경매에서는 84두 상장에 24두만 낙찰, 낙찰율 28.6%를 기록했었다. 내륙 경매 역시 2005년 4월, 50두 상장에 7두만 낙찰, 낙찰률 14%라는 저조한 기록을 남긴 바 있다. 당시는 국내 경매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거래가 더 활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경매 결과는 역대 최악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말산업 가운데 경제 상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가 경주마 경매다. 문재인 정부 2년차 들어 경제 부문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고 기존 제조업 등에 종사하는 마주들의 구매 의욕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반면 외산마 경매에 참여하는 비율과 구매 현황은 국내산마 경매와 달리 하락폭이 크지 않아 결국에는 국내산마 경쟁력이 시장에서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매 시장의 장기 불황 시작점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료값과 인건비 등 비용이 증가하면서 민간 생산 목장은 최대한 많은 말을 상장하고 예가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민간 차원에서 양질의 씨수말과 씨암말을 도입했고, 한국마사회는 교배 관련 지원 사업을 확대했음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마주의 성적 역시 ‘부익부 빈익빈’ 구조로 급격히 전환되며 투자에 어려움이 따르는 점 등 악순환이 반복되며 말산업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경매 시장이 국내에만 머물던 과거와 달리 미국 패시그 팁튼, 킨랜드 오칼라 경매 일본 경종마협회 주관 일본산마 경매 등 현지에서 직접 ‘공동 구매’하고 혈통 분석을 하면서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세계로 확대됐다는 점 또한 국내 시장의 위축을 불렀다는 분석도 있다.

말산업의 1차산업인 말의 생산과 육성 관련 사업의 토대가 되는 국내 생산 목장이 무너지면 말산업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즉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정 체결로 쌀 시장이 완전 개방되며 농가가 피해를 겪고 WTO, FTA 등 각종 농산물 수입 개방 정책과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농촌이 위기로 접어든 전철을 말산업도 밟고 있다. 말 생산과 육성, 경매 활성화를 위한 대안과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김문영 말산업저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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