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일 오전 11시경 경기 과천시 한국마사회 위니월드(현 포니랜드) 내에서 이 시설 관리를 담당하던 이모 부장이 “회사에 환멸을 느낀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목매 자살했다. 이모 부장은 현명관 전 회장이 추진했던 체험형 테마파크, 위니월드의 관리담당이었다.

위니월드가 개장 때부터 업체 선정 비위, 사업비용 부풀리기, 임금 체불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국정감사를 통해 본격적으로 문제가 드러나자 이양호 전 회장이 부임한 후 2017년 2월 테마파크관리담당을 맡았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모 부장은 위니월드 선정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고, 임금 체불 등 문제가 불거지자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뉴비즈니스추진본부 산하 나눔사업단장에서 서울지역본부 산하 테마파크관리담당을 맡았다.

하지만 한국마사회와 위니월드 위탁업체가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과정에서 마사회 자료를 넘긴 혐의로 지난 5월 보임된 서울고객지원지원처장에서 직위 해제됐으며, 7월부터 자체 감사를 받았다. 두 달간 이뤄진 ‘테마파크 조성사업 추진 실태 적정성’ 감사에 따라 위니월드 테마파크 입장 객수 과대평가, 평가위원회 구성, 특정 업체 유리 공모 조건 등과 관련해 업무 부적정 평가를 받았고 ‘내부 문서 유출 등 직원 준수 의무 위반’으로 중징계를 받아 고발 여부 검토가 요구됐다.

직위 해제된 후 인사부에 대기자 소속이었던 이모 부장은 이날 오후 인사위원회를 앞두고 심적인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과천경찰서는 현장에서 ‘회사에 환멸을 느낀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A4 1장짜리 유서를 발견했으며 외상 등 타살 혐의가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유족, 관계자를 대상으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직장 동료였던 한국마사회 관계자들은 이모 부장이 평소 내성적이었으나 성실하고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는 성격이었다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한 인사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지난해와 같은 사안으로 또다시 비극이 반복됐다”라며 “정권이 바뀌어도 마사회 내부 조직이 안정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분개했다. 빈소는 9월 14일 경기도 안양시 평촌한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한편, 말산업종사자들의 자살은 최근 몇 년 사이 쉬지않고 이어져왔다. 지난해 벽두인 1월 11일 새벽, 렛츠런파크 서울 소속 K 관리사 이후 5월 27일과 8월 2일 렛츠런파크 부경의 P, L 관리사가 연이어 자살했다. 10월 9일엔 농림축산식품부 감사를 받던 한국마사회 간부급 직원 J 부장이, 사흘 뒤인 10월 12일에는 부산경남본부의 K 부장이 운명을 달리했다. 지난해만 5명의 말산업 종사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한민국 말산업은 잇단 종사자들의 자살로 멘붕 상태에 빠지고 있다. 근본원인은 무엇인가? 경마 산업 어느 한 분야에서 일어나는 상황이 아니고 조교사 관리사 뿐만아니라 시행체인 한국마사회 간부까지 자살을 하니 그야말로 어이가 없다. 과거에는 부정과 관련되어 자살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근간에 일어나는 자살은 부정보다는 여러 제도의 피해를 고민하다가 자살하는 경우로 나타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치유하는 것이 시급하다.

말산업은 1차 2차 3차 4차산업이 융복합되어야 완성되는 산업이다. 어느 한 군데서라도 문제가 생기면 일파만파로 번져나간다.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조화를 이뤄야하는 특징이 있다. 말산업은 글로벌 산업이다. 세계와 당당하게 경쟁하는 방향으로 가야만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 식민지 잔재가 그대로 남아 있는 한국마사회라는 이름과 조직을 버리고 가칭 ‘말산업진흥공단’으로 재탄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마시행은 현행 한국마사회법을 경마법으로 전환하여 말산업진흥공단 산하에 두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 나아가 선진국들처럼 차제에 경마를 완전히 민영화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문영 말산업저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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