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이진우 한국마사회 말산업연구소 해외종축개발팀장

마주의 소망은 한가지다. 즉 코리안더비나 대통령배, 그랑프리 경주에서 자기 소유말이 우승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말을 구매해야 하는 데, 경주마를 평가하는 두 가지 요소인 적성과 클래스(경주능력)를 예측해야 한다. 경주적성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주는 “스피드유전자형”과 경주능력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육종가”를 이해하면 유익하다.

적성(Aptitude)은 스피드/스태미나적성, 모래/잔디적성, 조숙성/만숙성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스피드가 있는 말은 단거리에 강하며 조숙한 경향이 있다.

자식이 부모를 닮는 것을 유전이라고 하는 데, 유전자는 세포속의 DNA에 존재한다. 정자가 난자와 만나 수정이 될 때, 부모 각각의 유전자를 한 개씩 전달받게 된다. 마필마다 각각의 유전자의 대부분은 동일하나 DNA의 염기사슬 1000개 당 한 개 꼴로 염기가 다르며(SNP라고 함), 이 유전자형에 따라 개체의 특징이 달라진다. 유전자형은 단순화하면 AA, AG, GG형, 이렇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경주마의 경주능력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수백에서 수천 개나 되는 것으로 알려진 반면에, 경주마의 적성에 관여하는 유전자 중에 슈퍼유전자가 하나 존재한다. 이것은 말의 근육형성에 관여하는 MSTN 유전자로 “스피드 유전자”라고 부른다.

1. 스피드 유전자형

스피드 유전자형이 GG형인 경우 근육형성이 증가하며 근육 내 속근의 비율이 높아진다. 달리기선수로 보면 우사인 볼트 체형이 되는 것이다. 반면 AA형인 경우 근육형성이 덜 되고 상대적으로 속근의 비율도 낮아 마라톤선수인 이봉주의 체형처럼 날씬하게 된다. 당연히 많은 근육과 속근을 가진 GG형 경주마가 단거리(1000m-1200m)에 강한 반면, 장거리 경주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AG형은 그 중간 형태로 1400m-2000m의 경주거리에서 가장 유리하며,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우승할 수 있는 슈퍼경주마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AA형은 2000m 초과 경주거리에서 유리하다.

국내 경주체계에서 경주마는 일반적으로 2세 후반에 1000m경주에 데뷔하고 우승하면 출주거리가 늘어난다. 2016년 개최된 2세 한정 경주의 85%는 1000m인 반면, 1400m 이상 경주는 브리더스컵(Breeders‘ Cup(GⅢ), 1400m) 하나 밖에 없다. 따라서 스피드유전자형이 GG형인 2세 경주마는 유리한 반면, AA형 경주마는 단거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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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스피드유전자형별 2세마 1000m경주 복승률

위의 표를 보면 2세마 경주(1000m)에서는 GG형이 38%로 AA형에 비해 압도적으로 유리한 것을 알 수 있다.

국내산 경주마의 스피드유전자형은 부마와 모마의 유전자형을 알면 추정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국내 최고씨수말인 메니피의 스피드유전자형은 GG이다. 즉 부마인 할란(Harlan)으로부터 G를, 모마인 앤캠벨(Anne Campbell)로부터도 G를 물려받았다. 메니피는 자마에게 G형만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메니피자마는 “GG형” 또는 “AG형”만 생산할 수 있다. 메니피와 달리 국내 2위권 씨수말인 엑톤파크의 스피드유전자형은 AG형이다. 엑톤파크는 GG형, AG형, AA형의 씨수말을 모두 생산할 수 있다.


▲(표) 주요 씨수말의 스피드유전자형

흥미롭고 유익한 정보가 있다. 지금까지 코리안더비의 우승마의 스피드유전자형은 모두 AG형이다. 코리안더비(3세 5월 개최, 1800m)에서 이기려면 스피드와 스태미나를 겸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표) 역대 코리안더비 우승마의 스피드유전자형

국내 출주한 경주마 1907두의 스피드유전자형과 경주성적과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표) 국내 출주마 스피드유전자형별 경주성적

GG형은 출주당 수득상금은 높으나 평균출주횟수가 낮은 반면, AA형은 출주당 수득상금이 가장 낮으나 평균출주회수는 가장 많다. AG형 경주마는 출주당 수득상금이 GG형과 비슷하고 평균출주횟수도 많아 가장 유리하였다.

마주 입장에서 경주마의 스피드유전자형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코리안더비 우승이 목표라면 AG형 경주마를 사야 한다. 조기에 말 값을 뽑으려면 GG형이 유리하다. 소유 경주마가 GG형이라면 단거리 경주 위주로 출주시켜야 유리하고, 1900m를 초과하는 장거리 경주에는 출주시키지 않는 게 좋다. AA형 경주마를 가진 마주는 경주마가 성숙하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충분히 기다리며 2세말이나 3세초에 1200m 이상의 경주에 출주시키는 게 유리하다.

씨수말 및 씨암말의 스피드 유전자형은 말혈통정보홈페이지(studbook.kra.co.kr) 의 교배정보 코너의 “K-NICKSⅢ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다. 원하는 씨수말과 씨암말을 선택하면 태어날 자마의 스피드유전자형과 경주능력(종합등급)을 조회할 수 있다.


▲(표) K-NICKSⅢ프로그램 메니피×신속돌파 교배조합

이 조합으로 태어난 말이 “파이널보스”로, 파이널보스의 스피드형은 “AG”임을 알 수 있다.

2. 육종가 (Breeding Value)

육종가로 경주마의 클래스(경주능력)를 예측할 수 있다.
육종가는 경주마의 혈통, 경주성적 데이터를 이용하여 추정하는 데 이 과정을 “말 유전능력평가”라고 한다. 먼저 경주능력(주파기록 또는 수득상금)을 보정(경주거리, 연령, 성별, 출주번호, 기수 등의 차이)한 후, 전체변이 중 부모와 자식의 닮은 정도(유전력)를 계산한다. 그리고 혈통표를 이용하여 가중치를 계산한다. 예를 들면 전형제간에는 유전자의 절반을 공유하므로 가중치가 1/2이 되고 반형제 간에는 가중치가 1/4이 된다. 이렇게 유전되는 경주능력에 혈통가중치를 곱한 값을 합산한 것이 육종가이다. 즉 육종가에는 자신의 경주성적, 부모, 자식 등 직계, 사촌 등 방계(4대 혈통 포함)의 경주능력 등이 다 통합된 정보라 볼 수 있다. 육종가는 경주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정확해진다.

망아지는 부모 육종가의 평균이 자신의 육종가가 되며, 경주에 출주하면 자신의 경주능력이 더해지면서 육종가가 변하고 정확도는 급상승한다. 번식마로 활동하여 자마의 경주성적이 포함되면 육종가의 정확도가 다시 올라간다. 약 30두의 자마가 출주하게 되면 육종가의 정확도(상관계수로 0∼1의 값을 갖음)는 1(정확도 100%. 참값)에 가깝게 된다.

육종가는 주파기록과 수득상금 두 가지로 평가하고 있으며, 단거리(1000∼1400m), 중장거리(1500m 이상) 육종가도 제공한다. 단거리 육종가는 전체거리 육종가와 값이 비슷한 반면, 중장거리 육종가는 전체거리 육종가와 큰 차이가 날 수도 있으므로 함께 고려하면 장거리 경주능력이 떨어지는 말을 걸러내는 데 도움이 된다. 수득상금 육종가는 지능지수(IQ)처럼 표준화(평균 100)한 것으로 높을수록 좋다.

예를 들면 2016년 Breeders’ Cup (GⅢ) 우승마인 “파이널보스”의 육종가는 다음과 같다.


▲“파이널보스”의 육종가

위 표를 보면 파이널보스의 1세 후반(‘15.12) 수득상금 육종가는 125이다. 2세 때 6번 출주한 경주성적이 포함되면서 육종가는 147(‘16.12)로 상승하였으며, 정확도도 0.62에서 0.73으로 올라간 것을 알 수 있다.

육종가는 국내경주성적을 이용하여 산출한다.
국내경주성적 만을 이용하는 것은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은 국내에서 가장 잘 뛰는 말(국내 경마환경에 맞는 적성을 가진 말)을 선발할 수 있는 것이다. 단점은 국내에 많이 수입되지 않은 혈통에 대해서는 정확도가 낮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2000년 대 이후 미국에서 다양한 혈통의 경주마가 국내로 수입되어 육종가의 정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육종가를 참고할 때는 정확도를 함께 봐야 하며, 정확도가 낮은 경우 미국 내 후대경주성적(AEI, APEX지수, 주로적성 고려)을 고려하여 보정하면 좋다.

수득상금 육종가가 높을수록 경주능력이 우수하다. 2세 때 경마장에 입사하는 말의 평균 육종가는 100이다. 우승마의 평균 육종가는 100보다 10정도 높고 대상경주 출전마, 대상경주 우승마로 클래스가 올라갈수록 육종가가 높아진다. 다음 표는 2015년 국내 브리더스컵 출전마 내역이다. 출전마 11두 모두 육종가가 100이상 이었으며, 가장 높은 말이 우승하였다.


▲[표] 2015년 Breeders’ Cup 경주 결과


최근에는 유전자형 정보를 이용하여 유전체육종가를 추정하여 종축을 선택하기도 하는 데 이를 “유전체선발”이라고 한다.
유전체선발은 말 유전능력평가에서 산출한 육종가와 유전자형(SNP) 간의 상관관계를 이용한다. 연관성이 높은 유전자마커(SNP)를 선발하고, 각 유전자마커의 가중치를 계산하여 모형을 만든다. 이 모형에 새로운 말의 유전자형을 대입하면 유전체육종가를 계산할 수 있다. 망아지의 유전자형을 알면 통계육종가와 유전체육종가를 종합하여 더욱 정확한 선발지수를 산출할 수 있다.

사실 육종가는 경주능력보다는 종축능력을 추정하는 데 더 정확하다. 이는 경주능력은 많은 환경변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육종가가 높아도 건강하지 않거나 체형 상 결함이 크다면 좋은 경주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경주능력이 좋은 말을 사기 위해서는, 육종가가 높고 체형이 좋으며 질병이 없어야 한다. 1세마의 경우 걸음걸이가 중요하고, 2세마는 달리는 폼이 중요하다.

또한 구입한 말을 부상 없이 잘 훈련시켜 적합한 경주에 출전시키는 유능한 조교사가 필요하다.

종축능력은 해당마가 경주에 출주하지 않거나 잘 뛰지 못해도 남아있다. 유전자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종축선발 시 혈통이 경주능력만큼이나 중요한 이유이다.

육종가는 매년 2회(1월, 8월) 평가되어 말혈통정보 홈페이지에 게재된다. 말혈통정보 홈페이지에서 경주마를 검색한 후 개별메뉴 중 “육종가”를 클릭하여 볼 수 있다.

※본 글은 이진우 한국마사회 말산업연구소 해외종축개발팀장이 부산경남마주협회 회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본지는 저자의 동의를 얻어 원고를 소개합니다.

교정교열=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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