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 금악목장 사장
“春來不以春(봄은 왔으나 아직 봄이 아니다)” 이란 한자 숙어는 요즘 경주마 생산자의 상황을 잘 표현하는 말이다. 그렇다. 매년 경매에서 최고가 마필 가격이 갱신되어 왔으며 올해 경매에서도 작년보다 일천만원이나 높은 일억 일천만원에 낙찰되었기 때문이다. 경마 관계자들과 마주들 사이에서는 이제 마필 생산도 해 봄직한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실상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즉, 산은 볼줄 알지만 숲을 보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마필의 최고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지만 낙찰률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금악목장 경매의 낙찰률이 작년에 비해 약 20% 넘게 하락 하였으며 한국 경주마 생산자협회에서 실시한 경매도 마찬가지였다. 장수 육성목장에서 실시한 내륙경매는 더욱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매년 한국마사회의 육성목장에서는 생산목장으로부터 6개월령 당세마를 매년 100여두 넘게 매입해 주었으나 그 또한 내년부터는 중단하기로 방침을 정하였다. 올해 약 300두정도의 2세 마필이 경마장에 입사하지 못한 채 경주마로서의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되어야 할 판이다. 그러나 이 또한 여의치가 않다. 승용마의 시장에서도 별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더러브렛을 승용마로 쓰려는 사람들은 경주 퇴역마중 순한 암말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말이 육용으로 처리되는 것은 매우 적으며 이 또한 조랑말이 사용되고 있다. 승용마와 육용마로 처리된다고 해도 200만원을 넘기 힘들다.
한국마사회에서는 마필의 과잉생산을 방지하고 국내산마의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질이 떨어지는 씨암말의 도태를 장려해 왔다. 그리하여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씨암말의 도태장려금을 지급하여 왔다. 한 마리의 씨암말을 도태시킬 경우 두당 300만원(세금포함)의 장려금을 지급하여 왔다. 그러나 생산자들의 호응은 매우 저조하였다. 그 이유는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개장으로 국내산 마필의 수요가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치가 씨암말의 증가를 가져왔으며 또 다른 원인은 한국마사회에서 도입되는 고가의 씨수말과 교배를 하려면 한국마사회에서 요구하는 우수 씨암말의 조건에 부합하는 씨암말을 구입해 와야 했다. 이러한 요인들이 과잉생산을 가져오는 요인이 되었다. 그러함에도 도태장려금을 신청하는 씨암말은 얼마되지 않았다. 그러자 한국마사회에서는 2007년부터는 씨암말 도태장려금 제도를 없애 버렸다.
그 후 2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씨암말의 증가와 함께 육성마의 과잉으로 인하여 경주마 생산농가들이 어려움에 처해있다. 여기에 사료값과 인건비의 인상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2세의 마필이 되기까지 제반비용이 약 2000만원이 넘게 들어간다. 그런데 2009년도에는 경마장에 입사하지 못하고 폐기처분해야 할 2세마필이 약 400두에 다다를 예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루빨리 생산농가들은 과감하게 씨암말을 도태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필농가의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한국마사회에서는 씨암말 도태 장려금을 다시 부활해 주었으면 좋겠지만 그러한 예산이 여의치 않을 경우 농수산부의 축산발전 기금에서라도 씨암말 도태 장려금이 지급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생산농가의 현실과 경주마의 수급불균형에 대하여 경주마 생산자협회와 함께 농수산부를 이해 시켜야 한다. 또한 씨암말의 도태에 적극 나서겠다는 생산자들의 약속도 뒤따라야 한다. 그럴 때 몇 년 전 폐지되었던 씨암말 도태 장려금 제도가 새로 부활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경주마 생산자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의 교훈을 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작 성 자 : 권승주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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