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 윤민중 경북대학교 말/특수동물학과 교수

(사)한국축산학회 마(馬)연구회(회장 정승헌)가 ‘말산업 발전을 위한 국내 승용마 적정 공급 방안’을 주제로 12월 4일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과학관에서 2018 추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특히 ‘국내 승용마로서 전문 승용마와 경주퇴역마 활용 방안의 충돌, 그 해법은 무엇인가’에 대해 국내 말산업 주요 협회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백분토론회 형식으로 의견을 나눴다. 관심은 뜨거웠다. 본지 <말산업저널>은 주요 토론자들의 발제 내용을 압축, 정리해 소개한다. - 편집자 주

왜 한국에서는 승마를 안 한다고 할까? 이유는 두 가지다. 말 선진국과 비교해 제대로 된 승용마가 없다. 또한 이를 구별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 승용마 생산 육성 체계가 국내에 정착해야 한다. 그래서 농축산식품부와 마사회, 지자체에서는 해외 전문 승용마 도입을 시도했고 사업을 시작한 지 이제 약 4년 정도 돼간다. 기쁨과 기대를 안고 망아지가 태어났고 이제 승용마로 성장하고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승마장에 보급되는 경주마들을 제대로 선발하고 완벽하게 승용마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마사회 말산업연구소 연구원들이 Best Retired Thoroughbred 프로그램을 개발해 국내에 도입했다. 이 두 가지 모두 안전한 승마산업을 견인해 줄 중요한 전략이고 담당자들께 경의를 표한다.

2003년에 릭 워렌 목사님이 쓴 ‘목적이 이끄는 삶’이란 책이 많은 이들의 삶의 지침서가 된 적이 있다. 책의 주된 내용은 인생을 어떤 모습으로 살던지 조물주가 부여한 목적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멀지 않은 과거에 우리나라에서 말산업육성법이 제정됐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5년마다 말산업 육성 계획이 수립되고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말산업육성법이 만들어진 목적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바로 ‘FTA와 구제역으로 시름하는 우리 축산 종사자들의 새로운 소득원’을 개발하기 위해 말산업을 육성하자고 의견이 모아졌고 말산업육성법이 국회의원의 전원 찬성으로 통과된 것이다.

지금 전문 승용마 생산과 경주퇴역마 재순치를 통한 승용마 보급이라는 두 개의 방법이 충돌하고 있다. 이 두 가지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국내 승용마 수요를 늘려야 한다. 이는 마사회에서 잘 진행 중이지만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때까지 전문 승용마 생산이 자리 잡아야 하지만 이제 첫 시도다.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을 알지만 전문 승용마 생산자들은 국내 첫 세대 ‘전문승용마생산자’라는 자긍심과 ‘안전한 승용마를 보급하겠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마사회와 협력하며 어려운 길을 걷고 있다.

말산업 어떤 지표보다도 이분들이 금전적 이익이 보장될 때 말산업육성법의 목적이 달성됐다고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산업은 생산, 육성, 순치, 조련, 유통, 이용, 6차산업까지 전 분야를 포함한다. 말산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말을 만드는 생산, 육성, 순치, 조련 과정이 없는 산업은 말산업이라 할 수 없다. 말산업육성법이지 말 이용 특별법이 아니다.

말이 산업동물이냐 반려동물이냐 구분할 때 본인은 경주마는 산업동물, 승용마는 반려동물이라 구분한다. 경주마는 300년 동안 경주마로서 철저히 개량·육성·조련됐다. 승용마로서의 기능은 1%도 고려되지 않고 철저히 경마산업의 최종 목표 스피드를 위해 과학적으로 생산됐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주퇴역마는 기능이 저하된 상태다. 호주 관계자들에 따르면, 90% 이상이 위궤양을 앓고 있고 다리 파행을 가지고 있다. 산업적 용도가 끝나면 ‘산업 폐기물’로 간주해야 한다. 산업 폐기물은 사용 용도가 끝나면 제거해야 한다. 랜더링이다. 외국의 경우 경주퇴역마를 도축하거나 랜더링한다.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우수하고 온순한 전문 승용마의 믿음에 경주퇴역마가 자리 잡을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육성법이 시행되고 초기에 경주퇴역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때 말산업을 담당하는 마사회에서는 원천적으로 경주퇴역마의 승용마 전환 및 말고기 시장 유입을 막았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경주퇴역마를 ‘산업폐기물’로 규정하고 철저한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 경주퇴역마 중에서 5%(50두) 정도는 철저한 재순치 방식을 적용했을 때 승용마로 사용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경주마로 순치·훈련했기 때문에 승용마로 전환해 사용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6개월간 재순치 훈련을 받고 이번에 마사회에서 개발한 BRT 테스트를 활용한 철저한 심사를 거쳐 승용마로 등록 변경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의 비용은 국가에서 보조하지 말고 전환을 담당하는 사람의 감당해야 한다.

말산업육성법은 승용마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그러므로 경마산업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데 소중한 말산업육성법에 기초한 예산을 사용할 근거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불법 유입을 막기 위해 폐기를 장려하는 데는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문 승용마 생산 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 400여 말의 품종은 각각 특색이 있다. 품종에 맞는 단일 품종대회도 열리고, 품종에 따른 학 협회들도 생겨야 한다. 방법은 한 가지다. 농축산식품부 및 마사회, 지자체 등 말산업 관련 기관의 평가 지표를 단순화시켜 전문 승용마 판매 두수 및 평균 판매가로 설정하면 해결 가능하다. 모든 기관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곧 말산업육성법의 본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경주하게 될 것이다.

※ 심포지엄 영상은 본사 홈페이지 내 KRJ 방송을 통해 시청할 수 있습니다.

교정·교열= 이용준 기자 cromlee21@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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