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부소방서 이종무 소방위 인터뷰

“스트레스 해소에 크게 도움, 말 타는 동안 잡념 사라져
기마경찰대처럼 소방안전 기마순찰대 창설하면 어떨지”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불과 싸우는 영웅’ 소방관을 대상으로 한 한국마사회의 재활승마 강습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한국마사회는 8월 10일 소방청과의 업무 협약을 통해 현실 속의 영웅인 소방공무원의 스트레스 회복 및 신체 증진을 위한 승마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아울러, 일부 소방관을 대상으로는 전국에 있는 협력승마시설 등을 통해 9월부터 11월까지 좀 더 특별한 재활·힐링 승마 교육 프로그램(소방관 EAL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각종 재난 현장의 최전선에서 참혹한 현장을 목격하고, 강도 높은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소방관들을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으로 전국에서 75명의 소방관이 특별한 재활·힐링 승마 프로그램(소방관 EAL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교육 참석자 가운데 말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이자 협력승마시설로 지정된 서라벌대학교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을 통해 확실한 변화의 모습과 가능성을 경험했다는 영웅 소방관이 있어 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소방관 EAL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울산 중부소방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종무 소방위이다. 재활승마 프로그램이라고 하니 많은 소방관들이 정상적이지 못하다고 인식될 수 있단 우려감에 참가를 꺼려했는데 승마가 재활뿐 아니라 많은 좋은 점이 있다고 해서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참가하길 정말 잘했단 생각이 든다.

-어떤 점에서 참가하길 잘했단 생각이 드는가.
▶일단 스트레스 해소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을 느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가 인간관계에서 오는 게 대부분인데 승마는 말과 함께 하는 것이다 보니 그런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고, 마음이 편한 기분이 들었다.
또한, 말을 타게 되면 집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잡념이 없다는 점이 좋더라. 승마를 배우는 시간동안에는 뭔가에 집중할 수 있고, 생각을 안하게 되니 스트레스 해소에 상당히 도움이 됐고 치유도 되는 기분이었다.

-16번의 교육이 진행됐다. 짧다면 짧은 기간인데 인상 깊은 교육이 있다면.
▶16번의 교육 모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모든 교육과정이 신기하고 좋았지만 마지막 교육에서 진행된 구보가 가장 인상 깊었다. 참석자 중에서 나이가 있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교육에 임했고, 교육생 중에 나와 젊은 소방관 둘만이 구보까지 할 수 있었다. 말을 달릴 때가 가장 좋았고 기억에 남는다.



-프로그램 참가 전 승마에 대한 관심이 있었나. 승마에 대한 인식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승마는 귀족스포츠로 알고 있었고, 돈과 시간이 많은 사람들만이 즐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승마도 자기가 노력만 하면 저렴하게 즐길 수도 있는 운동임을 알게 됐다.

-승마 전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교육을 통해 구보까지 하게 되니 약간 자신감이 생겼다. 많은 교육생이 구보까지 못 가고 중간에 포기했는데 난 끝까지 갈 수 있어 더욱 그런 것 같다. 배우는 과정에 응원과 격려를 받다보니 더 잘 배워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 관계자들도 조금만 더 배우면 사극에 나오는 말 액션 엑스트라 아르바이트 할 정도 수준까지 된다고 말해줬다.

-특별히 교육에 잘 녹아들고 잘 적응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뭔가.
▶일단 겁이 많으면 안 된다. 말 위에서 떨어질까 두려워 조바심을 내면 안 된다는 거다. 난 평소에도 여러 가지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다른 운동과 다른 점이 있다면.
▶승마는 확연히 다른 운동과 차이가 있더라. 대부분의 스포츠가 고정된 공간 또는 수면 위에서 본인 스스로가 컨트롤하는 운동인데 말과 호흡을 맞추는 승마는 반대인 것 같았다. 움직이는 말한테 내가 맞춰야 하는 운동이었다. 말에게 맞춰야 해서 한 템포씩 타이밍이 늦어지고 놀라 말을 정지시키거나 흐트러지기 일쑤였다. 그런데 대충 파악이 되고 난 후부터는 빨리 배웠던 것 같다. 잘 안 되는 사람은 말과 많이 시간을 보내고 적응할 수밖에 없는 것 같더라.
그리고 참 신기했던 게 달리는 게 가장 편안한 운동이라는 거다. 말은 달리니까 전달되는 충격이 더 적더라. 속보할 때는 충격이 상당한데 막상 달리니깐 없어진다는 게 신기했다.

-또 다른 느낀 바가 있다면.
▶승마를 혼자 하는 것도 좋지만 가족과 함께하면 더욱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는 동료 중에는 가족과 함께 말을 타기 위해 몽골여행을 떠났다는 이들도 있던데 공감이 가더라.

-처음으로 선보인 프로그램으로 보완해야 될 점도 있을 것이다. 어떤 점이 개선되면 좋겠나.
▶울산에서는 나처럼 선임 소방관들이 참석했는데 경북에서는 후임 소방관이 주로 왔다. 선임 급들이 신청을 안 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이제 얼마 안 된 직원들은 근무시간을 빼고 교육에 참석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누군가는 근무 대기를 해줘야 하는데 말이다.

또한, 개인적인 생각인데 소방관 중에 조금 내향적인 성향이나 주변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 하는 이들을 승마 프로그램에 참여토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사람과 달리 말은 동물이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고, 말과 호흡하면 성격도 밝아질 수 있기 때문에 돌아가서 직장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쾌활하고 외향적인 사람이 와서도 도움을 받겠지만 내향적인 이들이 더욱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소방관과 승마, 또는 말(馬)과 연결시킬 만한 아이디어가 있나.
▶지금 국내 소방 여건이 좋지 않고, 인원 부족에 시달리다보니 안 좋게 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기마경찰대처럼 소방 안전 기마순찰대 같은 게 생기면 좋겠다. 구급대원과 구조대원이 함께 응급처지 용품을 소지한 상태에서 안전순찰을 돌면 상당한 인기를 끌지 않을까. 그리고 요즘에는 산에서 하는 행사들도 많은데 혹여 산에서 도움이 필요하는 상황이 생기면 차로 못가는 곳에 말을 이용해 접근할 수도 있다.

-이번 계기로 승마를 접했다. 향후에도 승마를 계속 이어나갈 예정인가.
▶마음은 계속하고 싶은데 여건상 계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승마라는 게 개인적으로 말을 구입해서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전문가의 지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운동임은 틀림없다. 마사회에서는 맛보기 프로그램만이 아닌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운용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아까 말한 것 것처럼 순찰기마대를 창설할 수준까지 이른 인력을 다수 확보 한다면 소방 당국 입장에서도 우수한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서라벌대학에서 소방관 EAL프로그램을 진행한 박금란 마사과 교수는 “말과의 교감을 통한 심리적인 안정감과 승마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소방관들에게 처음으로 제공된 EAL프로그램이 안전하게 성공적으로 끝남으로서 앞으로도 많은 소방관들에게 기회가 확대돼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마사회는 8월 10일 소방청과의 업무 협약을 통해 현실 속의 영웅인 소방공무원의 스트레스 회복 및 신체 증진을 위한 승마 프로그램과 일부 소방관을 대상으로 하는 재활·힐링 승마 교육 프로그램(소방관 EAL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교육 참석자 가운데 프로그램을 통해 확실한 변화의 모습과 가능성을 경험했다는 이종무 소방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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