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의 경마공원 산책
1. 마주와 조교사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사이

필자도 과거 서울경마공원의 조교사 생활을 5년 정도 해본 경험이 있다. 마주에게나 조교사에게 가장 공통적인 관심사는 말이다. 그다음으로 마주는 조교사이고 조교사는 마주이다. 이렇듯 두 사람과의 관계는 서로 상호 보완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쉬운 말로 마주는 구단주이고 조교사는 감독이라고 한다. 그러나 잘못된 표현은 아니지만 서로의 역학관계로 보면 다른 스포츠의 구단주와 감독과의 관계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타 스포츠에서 구단주는 절대적인 반면, 경마에서 구단주격인 마주는 절대적인 관계라고만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간혹 마주가 조교사의 눈치를 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현직인 조교사일 당시에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필드에 나와 보니 마주와 조교사의 서로 입장에 대해 당사자들로 부터 들을 기회가 많다. 마주는 마주의 고충에 대해 이야기 하고 조교사는 조교사의 고충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필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와의 중간에 낀 남편과 같은 입장을 느끼곤 한다. 어느 한쪽을 편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마주의 입장에서 들으면 마주의 이야기가 맞고, 조교사의 입장에서 들으면 조교사의 이야기가 옳기 때문이다. 마주의 입장에서 주로 하는 이야기는 조교사가 이익을 내주지 못함으로써 발생되는 여러 가지 사소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고, 조교사들의 입장은 열심히 말을 관리하고 있는데 좋은 성적이 안 나오거나 경주나 훈련 중에 운동기질병으로 인해 휴양을 하거나 폐사를 하는 것에 대하여 마주들이 불만을 갖는다는 이야기가 대다수이다. 가끔은 기수의 선정이나 레이스전개에 대하여 마주들의 불만이 있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조교사들은 조교사의 권한까지 마주가 간섭한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이러한 이해관계들로 인해 일반적인 마주와 조교사와의 관계를 넘어 형과 동생으로 호칭을 부를 정도의 친근한 사이였거나, 형과 동생은 아니어도 보통이상의 친밀도를 과시하던 서로의 관계가 어느 날 돌연 결별을 선언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곤 한다. 이렇게 마주와 조교사와의 관계가 청산된(?) 뒤에 들려오는 뒷이야기는 마주와 조교사의 이야기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별의 이유에 대하여 각자의 입장에서 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서로가 쿨하게 이별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몇 년이 지난 후 다시 재결합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곤 한다. 마주와 조교사, 그리고 조교사와 기수의 관계는 믿음과 의리도 갖고 있지만 불신과 배신이라는 단어들도 함께 공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는 돈을 벌기위해서는 승부에서 이겨야 하는 냉혹한 현실이 빗어내는 산물의 결과로 인해 비롯된다. 마주와 조교사의 관계가 돈독할 때 10두 가까이 위탁을 하다가 이별을 통보한 후 위탁조의 관리마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마필을 다른 마방으로 옮겨가는 일이 가끔 벌어지곤 한다. 이는 서울이나 부산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렇다보니 말을 옮겨 가는데 있어서도 각 단체의 입장이 다르다. 마주협회에서는 내말을 가지고 내가 옮겨 가는데 무슨 제약이 따르냐고 반문한다. 조교사협회에서는 신마를 열심히 훈련하여 써먹을 만하면 다른 마방으로 옮겨 간다면 이는 마주의 재산권의 권리를 넘어 조교사들의 생활권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의 합의점이 서울의 경우 마주가 다른 마방으로 말을 옮겨가려면 최소 1년은 기존의 마방에서 관리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부산의 경우는 조교사간에 양해가 있을 경우 1년이 안되어도 옮길 수 있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마주나 조교사 모두에게 말은 재산이다. 오로지 말이 있어야 상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서로의 이해관계 속에서 이런저런 일들이 있을 수 있으며 그로 인해 결별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을 수밖에 없다. 필자는 어느 날 서울조교사인 동기생과 목욕탕을 같이 간적이 있다. 탕 속에 몸을 담그고 필자는 동기생 조교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마주와 조교사와의 관계를 어떻게 비유하면 좋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한동안 생각만 한 채 말이 없었다. 그래서 필자가 그 답을 꺼냈다. “마주와 조교사와의 관계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같은 존재야!”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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