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의 경마공원 산책
돈이 몰리는 곳이면 어디나 유언비어가 난무한다. 이는 경마공원만이 아니라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증권가에서는 기업에 대한 유언비어도 떠다니지만 연예인들의 사생활도 떠다닌다. 심지어 연예부의 담당기자보다 증권가에서 먼저 연예인들에 대한 소식을 접하는 경우도 많다.
증권가에서 이쯤되면 경마시장이야 오죽하겠는가. 고인이 된 노무현대통령이 검찰과의 막장토론에서 말한 “이쯤되면 막가자는 이야기죠”가 경마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이야기다. 매일 각기 다른 경주가 펼쳐지고 짧은 순간 적중자와 비적중자의 희비가 교차되다보니 사실에 근거한 루머에서부터 전혀 허무맹랑한 루머까지 경마와 관련하여 돌아다니는 루머를 중량으로 잴 수 있다면 그 무게는 천문학적인 숫자가 될 것이다. 루머는 말과 승부와 관련된 것부터 기수와 조교사 개인의 사생활까지 그 범위는 광범위하다. 필자가 경마공원의 기수와 조교사로 있을 때에는 경마팬들로부터 직접 그러한 루머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조교사직을 떠나 목장관련 일을 하고 있을 때 경마팬들의 호흡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었다. 각종 경마대회가 있을 때 목장을 대표하여 서울경마공원과 부산경마공원을 방문하곤 했다. 혹시 우승을 하게 될 경우 생산목장에게도 수여하는 우승컵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경마대회가 열리는 날 관람대에 있는 마필생산자들의 관람실까지 가다보면 많은 경마팬들 사이를 지나가게 된다. 그럴 때 경마팬들이 나누는 대화뿐만 아니라, 누군가와 전화를 하면서 나누는 대화까지 듣게 된다. 대화내용은 어느 말이 간다, 어느 말은 안된다, 어느 기수가 탄 말은 빼놓고 사라 등등... 이렇게 떠다니는 루머가 어느 정도 정확한 정보일까? 이러한 정보들은 경마팬들을 떠나 가끔은 마주실에서도 떠다니는 경우가 있다. 경마팬 사이에 떠다니는 루머를 마주가 듣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내용을 조교사에게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 마주로부터 듣게 되는 루머를 조교사 대부분은 거의 별 가치가 없다고 치부해버린다. 그렇지만 아주 드물게는 그러한 내용이 기수와 조교사 사이에 오해와 불신의 벽을 만들어 놓는 경우가 간혹 생기게 된다. 2년 전 어느 날 나는 경마대회를 관람하고자 제주목장을 떠나 김포공항에서 과천까지 리무진을 탄 후 다시 택시로 서울경마공원까지 간적이 있다. 내가 경마공원까지 가자는 말에 택시기사는 나를 경마팬으로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그 택시기사는 경마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나에게 계속해서 경마와 관련된 내용들을 늘어놓았다. 그중에는 루머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나에게 황당한 루머를 진짜인양 들려주었다. (택시기사) “사장님 오늘 박태종기수가 탄 말은 무조건 빼고 사세요” (필자) “뭐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세요” (택시기사) “박태종기수가 지난주 와이프가 바람이 난걸 알았는데, 박태종기수가 살맛이 안나서 오늘 말들은 모두 안간다고 했답니다” 나는 일주일전에 박태종기수가 와이프와 함께 제주에 내려와 다정하게 골프를 치고 간 것을 알고 있는데 새빨간 거짓말을 진짜인양 이야기 했다. 그날 박태종기수는 두 개의 경주에서 우승을 하였다. 나도 조교사 시절 나와 관련된 이와 비슷한 루머를 들은 적이 있었다. 이러한 루머는 더욱 부풀려져 진짜가 되기도 한다. 만약 박태종기수가 그날 우승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면 그 루머는 진짜가 되는 것이다. 경마공원의 돈은 주인이 없는 돈이라고 말하는 경마팬들이 많다. 먹는 사람이 주인이란 뜻이다. 그러니 그 돈을 먹기 위하서는 선의적인 거짓말에서부터 악의적인 거짓말까지 꾸며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기수와 조교사에 관련된 루머만이 아니다. 말에 대한 루머 또한 많다. “A말이 밥을 먹지 않아 컨디션이 안 좋대” “B말이 훈련중에 무리를 해서 다리에 열이 난대” 간혹 이러한 거짓정보를 가지고 선량한 경마팬의 주머니를 베껴 먹을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마공원에 루머는 없을 수 없지만 이것을 진짜인양 신뢰하여 무리하게 베팅하는 경마고객이 없었으면 한다. 수많은 루머 중에 알짜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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