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의 경마공원 산책
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화두는 ‘지피지기(知彼知己)’다. 이것이 승산(勝算)에 대한 분석이다. 지피지기에는 세가지 분석이 있다.
첫째, 적을 알고 나를 알고 싸우면 백번 싸워 모두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敗)
둘째, 상대방에 대하여 모르고 나만 안다면 승률은 일승일패이다(不知彼而知己, 一勝一敗)
셋째, 상대방과 나에 대하여 전혀 모르고 싸우면 모든 싸움에서 위태롭게 될 것이다.(不知彼知彼, 每戰必敗)
이 세가지 분석은 경제의 분석에서도 통용되지만 경마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하다. 많은 경마팬들은 하루의 경주중 여러 경주에 베팅을 하곤 한다. 이는 위에서 말한 지피지기와는 거리가 멀다. 많은 경마전문가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베팅의 전략은 자신있는 몇 경주만을 노려서 해라고 권한다. 그러나 막상 베팅을 하다보면 쉽지않은 얘기다. 돈을 딴 사람은 더 욕심이 나서, 잃은 사람은 본전생각이 나서 여러 경주에 손을 대게 된다. 이렇게 해서는 이길 승산이 적다. 경주는 매 주마다 수없이 돌아온다. 그러나 돈은 끝이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있는 경주만을 노려야 한다. 그러려면 끊임없는 자제력을 가져야 한다. 경마에 있어 자제력을 갖는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자제력 없이는 결코 이길수 없는 것이 경마이다.
기수와 조교사가 경주마를 분석하는 유형에도 보통 세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대체로 자기가 관리하고 있는 말을 다른 마방의 말보다 강하게 보는 경우다. 둘째, 반대로 자기 말을 상대 말보다 대체로 약하게 보는 경우다. 셋째, 상황에 따라 자기 말을 쎄게 보기도 하고 약하게 보기도 하는 경우다. 이 세가지 유형중 경주에서 가장 실패하기 쉬운 유형이 첫째 유형이다. 자기 말을 지나치게 강하게 보다가 지는 경우가 가장 많다. 자기 말이 잘 훈련되어 있다거나, 말의 능력을 과대평가 하는 착오에 빠지기 때문이다. 상대 말은 그보다 더 잘 다듬어져 있고 잠재능력이 더 있다는 것에 점수를 주지 않으려는 경향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는 경마팬이 베팅을 할 때에도 해당된다. 소위 말하는 기둥으로 놓는 말을 지나치게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우 실패도 그만큼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때론 상황에 따라서 우승예상마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할 때도 있다. 몇 개월 전 부산의 김영관조교사가 박진희기수의 자살사건과 관련하여 마음고생을 한 적이 있다. 박진희기수를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았다는 유서의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조교사는 맹장은 되지만 덕장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모든 스포츠의 감독이 맹장과 덕장을 겸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현재 서울과 부산경마공원을 합해서 가장 잘 나가는 조교사는 김영관 조교사다. 필자는 그이유가 무엇인지 나름대로 분석을 하려고 노력중이다. 그 이유중 기타 다른 것은 제쳐 놓는다고 해도 김조교사의 말(馬)에 대한 분석만은 놀라울 정도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11일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배(서울경마공원)를 하루 앞두고 그 경주에 참가하는 서울과 부산의 마주, 조교사, 기수, 그리고 생산자들을 한국마사회에서 초청하여 서울경마공원 인근에 있는 교육문화회관에서 환영 리셉션을 열었다. 나는 그해 9월6일에 있었던 일간스포배에서 우승한 ‘칸의제국’이 출주하게 되어 생산자 자격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는 각 스포츠 신문을 비롯한 경마담당 기자들도 참석하였다. 많은 사람들은 ‘상승일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우승후보마로 점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3관경주중 이미 두개경주인 KRA마일컵과 코리안더비를 우승하였고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까지 우승하게 되면 3관마가 탄생하기 때문이었다. 리셉션도중 경마관련 기자들에게 질문의 시간이 주어졌다. 어느 기자가 김연관조교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3관경주의 마지막관문인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에 ‘상승일로’와 ‘남도제압’ 두 마리를 출전시켰는데 두 마리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상승일로’가 우승하여 3관마가 탄생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상승일로’도 컨디션이 좋지만 ‘남도제압’의 컨디션이 더 좋다고 말하였다. 경주결과는 ‘남도제압’의 우승에 ‘상승일로’가 3위를 했다. 여기서 우리는 의 지피지기에 대한 세가지 분석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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