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의 경마공원 산책
얼마 전 경북대학교 마필산업연구원이 주관하는 말(馬)산업 전문인력 과정에 한주동안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수강생중에서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해온 사람이 있었다. 기수와 조교사를 한 경험이 있으신데 “정말 경마에서 승부조작이 있습니까?”
나는 잠시 승부조작이 어느 범위까지 포함되는지를 잠시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말과 관련된 전문인력과정을 공부하는 사람마저 경마에 대해 이렇게 불신을 하고 있는데 경마팬들이야 오죽하겠는가라는 생각이 뒷통수를 때렸다. 그 질문에 대하여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경주를 조작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자기 말에 대한 컨디션을 어느 특정인에게 알려주는 경우는 간혹 발생한다. 그것이 경마부정이다. 여러분들이 매스컴에서 경마부정을 접하게 되면 마치 기수들이 경주를 조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은 전혀 아니다. 그러나 기수가 경주에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에게 경마정보를 교환하는 것들이 경마부정으로 매스컴에 등장하곤 한다는 설명을 해주었다. 가끔 우리는 기수와 조교사 그리고 마필관리사들의 경마부정사건에 대하여 접하게 된다. 그중에는 무혐의나 무죄를 받고 복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사건들로 인하여 경마를 부정적으로 인식시키곤 한다.
그러면 이러한 경마정보를 얻는 특정의 경마팬은 얼마 정도의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
경마관계자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하는 이야기가 있다. 기수는 1년, 조교사는 2년, 마필관리사는 3년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것은 기수에게 정보를 얻어서 경마를 하게 되면 거지가 되는데 1년이 걸리고 조교사는 2년, 마필관리사는 3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많은 경마팬들이 기수나 조교사 그리고 마필관리사에게서 정보가 될 만한 것들은 모두 주워들으려고 하는데 거지가 된다는 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경마팬들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되는 소리일 것이다. 그러나 기수와 조교사들은 충분히 동감하는 이야기다. 기수는 말고삐를 잡고 있는 당사자다. 경주성적과 관련된 최일선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기수의 한마디 정보에도 확신을 갖고 베팅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 할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것을 기수나 조교사에게 직접 경마정보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정확한 답을 줄 것이다. 과연 기수와 조교사에게 정보를 얻어서 결과적으로 돈을 딴 사람이 있는가 말이다. 오늘 100원을 딸 수는 있겠지만 내일 200원을 잃는데 어떻게 돈을 딸 수 있단 말인가. 기수와 조교사들이 마권을 사지 않는 것은 마권을 사는 것이 경마부정이라는 측면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아마 돈을 따기는 커녕 잃을 확률이 더 크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마는 적은 돈으로 취미삼아 즐길 때 즐길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럴 때 경마는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게 될 것이고 또 그것이 경마가 가야 할 방향인 것이다. 누가 그랬던가. 친구를 망하게 만들려면 경마를 가르치라고..
기수와 조교사를 해보았던 필자는 분명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 기수와 조교사에게 정보를 얻어서 경마를 하는 순간 그는 망할 날을 잡아 놓은 사람인 것이다. 그것이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나는 기수시절 어느 날 가깝게 지내던 친척이 찾아 온 적이 있다. 그리고 경찰생활을 하는 친구도 찾아 온 적이 있다. 그들은 나에게 경마정보를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했다. “내가 경마정보를 주어 본인들이 부자가 될 수만 있다면 주겠다” “그러나 내가 경마정보를 주는 순간 돈을 따기는커녕 더 많은 돈을 잃게 되기 때문에 알려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믿지 않았다. 나의 핑계로 생각했다. 결국 여러 번의 부탁을 거절했고 지금은 집안의 행사에서 어쩌다 보게 되지만 서로 간에 서먹서먹함은 남아 있다. 또한 친구와는 서로 보지 않는 사이가 되었다. 그 친구는 현재 경찰 중견간부가 되었다. 현직 경찰도 경마정보를 얻으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일반 경마팬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기수와 조교사를 알면 빨리 망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것을 경마팬들은 알았으면 좋겠다. 과거 기수와 조교사에게 경마정보를 얻어 부자가 된 사람이 어디 있는가? 요즘세상 한번 망하면 일어서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一敗塗地(일패도지: 한번 패하면 다시 일어설 수 없음)가 주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 볼 일이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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