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의 경마공원 산책
경마의 주역인 기수와 조교사의 경마일 대기실은 예시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관람대 지하에 있다. 기수대기실과 조교사대기실이 나란히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두 곳의 풍경은 매우 다르다. 기수대기실은 조용한 반면 조교사대기실은 약간 시끌하다. 기수대기실은 경주에 나가기 전 기수가 대기하는 장소이다 보니 침착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경주에서 몰입할 수 있도록 각오를 다지기 때문이다. 또한 새벽훈련을 한 후 경주에 출전하다보니 피곤 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간이침대도 마련되어 있고 그곳에서 토막잠을 자는 기수들도 많다. 때로는 귀에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기도 하고 바둑을 두면서 긴장감을 해소하기도 한다. 여자기수들은 남자기수 대기실 옆에 따로 대기실이 마련되어 있으며 그곳은 금남의 장소이다. 각 대기실에는 TV가 설치되어 있어 TV를 시청하기도 한다. 경주중 주로의 모래가 기수의 몸에 튀기도 하고 땀도 나기 때문에 샤워장도 갖추어져 있다. 또한 체중을 조절할 수 있도록 간이 한증막도 설치되어 있다. 기수대기실 앞에는 경주전과 후에 체중을 개체하는 검량실이 있고, 경주후에 경주를 판독하여 기수에게 제재를 주는 재결실이 복도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각 경주를 마치고 기수대기실에 들어온 기수들 중 레이스운영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되는 기수는 호출하여 그 상황을 설명할 기회를 준 후 최종제재를 결정하는 장소가 재결실이다. 경주직후 재결실에서 호출하는 것을 기수들은 가장 싫어한다. 기승정지를 받게 되면 기수대기실로 돌아 온 후 채찍과 모자를 집어 던지면서 화풀이를 하는 기수도 가끔 있다. 재결실의 제재를 납득하기 어렵거나 또는 제재의 양이 너무 클 경우 그런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본인의 과실을 수긍하면서도 왜 그렇게 했는지에 대한 반성의 표현에서도 그런 행동을 하기도 한다. 제재를 받고 돌아오는 기수에게 서로 위로를 하기도 하고 가끔은 경주에서 있었던 일로 인해 기수 간에 언쟁이 오가는 곳도 기수대기실이다. 이러한 기수대기실은 조교사들도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만큼 경마일 기수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최대한 편하게 해 주려고 하는 배려에서다. 연속해서 말을 타는 경우 기수는 매우 바쁘다. 경주 후 곧바로 후검량과 샤워를 하고 기수복색을 갈아 입다보면 예시장에서 기승을 하지 못하고 지하 마도에서 기승을 하기도 한다. 특히 비오는 날 이런 경우가 더욱 많이 발생한다. 경주에서 계획대로 기승을 하여 우승을 한 기수들의 얼굴은 밝고 성적이 좋지 않거나 조교사에게 기승에 대한 꾸지람을 듣거나 경주중 말이 부상을 당한 경우 기수들의 표정은 어둡다. 그러므로 각자 기수들 간의 마음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어떤 기수는 평소 이야기를 잘하지만 경마일 기수대기실에서는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기수도 있다. 그러나 조교사대기실의 분위기는 기수대기실과는 다르다. 기수만큼 긴장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TV로 경주를 지켜보면서 응원을 보내기도 하고 함성을 지르기도 한다. 그리고 경주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한숨을 쉬기도 한다. 간혹 한 경주에 출주한 조교사들끼리 경주결과에 따라 점심과 음료수 내기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기수가 경주에서 실망스럽게 기승을 하였을 경우 기수대기실 밖으로 호출하여 야단을 치는 조교사들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조교사의 얼굴을 어둡게 만드는 것은 말이 부상을 당했을 경우다. 이런 경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장래가 기대되는 신마이거나 관리하는 마필중 대표마일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이런 일이 있을 때 우승을 한 조교사도 해당 조교사 앞에서는 기쁜 표정을 자제하곤 한다. 이렇듯 경주에서 발생하는 모든 기쁨과 슬픔의 애환을 간직한 기수대기실과 조교사 대기실이 경주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이에 따른 함성을 지르고 하는 관람대 지하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경마팬들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수없이 관람대를 오고 가는 경마팬들의 발자국 소리 아래에 그들의 희비를 결정짓는 주인공들의 대기실이 위치해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경마팬은 얼마나 될까? 30센티 두께의 콘크리트 사이로 기수와 조교사 그리고 경마팬들이 나뉘어져 있지만 우승에 따른 희비의 쌍곡선은 모두가 같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니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처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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