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의 경마공원 산책
경마일에 경주가 진행되는 동안 기수들에게는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며 어떻게 겪게 될까?
경주가 진행되는 동안 경마팬들의 관점에서 보면, 별다른 문제없이 진행되는 것 같지만 기수들에게는 많은 일들을 겪게 된다.
우선 예시장에서부터 시작 된다. 예시장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중 가장 민망한 일은 암말이 발정기에 접어들었을 때 수말이 심벌을 내밀고 좌우로 흔들어 댈 때이다. 짓궃은 경마팬들은 그것을 보며 민망한 소리를 던진다. 그럴 때 그 말에 기승한 기수는 홍안이 되곤 한다. 여자기수가 기승한 경우는 더욱 더 이상한 소리들을 내뱉곤 한다.
그다음은 지하마도를 나와 관람대 앞을 지나갈 때이다. 말이 가지 않으려고 뒤돌아서 버리거나 계속해서 옆걸음질만 치게 되면 기승한 기수는 당황하게 된다. 계속해서 그럴 경우 유도마가 유도해서 끌고 가곤 한다. 또한 발주기까지 가는 동안 단축구보로 몸을 풀어주려고 하는데 말은 전속력으로 내달려 경주 전에 힘을 써버리는 말을 만나기도 하고 그러한 말을 정지시키다 보면 기수도 경주 전에 힘이 빠지는 경우도 가끔 발생한다. 그리고 경주를 하기 위해서는 말들이 게이트 안에 진입을 해야 하는데 이순간이 기수나 말에게 가장 예민한 순간이다. 발주기안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말이 버티면 기수도 신경이 매우 예민해진다. 어떤 말들은 발주기 안에 잘 들어가 놓고 앞다리를 들어 올리거나 발주기 아래 틈 사이로 빠져나오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기수는 극도로 긴장을 하게 된다. 그 이유는 말과 기수가 크게 다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수에게 경주중 가장 긴장되는 때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대다수 기수들이 발주기 안에서 출발을 기다리는 순간이라고 말할 것이다. 발주기 문이 열리고 출발을 하는 순간 말이 뛰어나가지 않으려고 하는 말도 있다. 이때는 등에서 식은땀이 흐른다고 하는 것이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경주중에는 진로방해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된다. 본인이 상대에게 진로방해를 하지 않으려고도 하지만 방해를 받지 않으려고도 신경을 쓴다. 진로방해는 부상의 위험도 있지만 경주성적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마팬들이 보기에는 기수들이 조용하게 말몰이를 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결승선에서는 조용한 말몰이를 하는 편이지만 반대편 주로에서는 서로 좋은 자리를 잡기위해 고성이 오갈 때가 많다. 자리를 잡고 잘 가고 있는데 다른 말이 옆에 붙어서 서로 경쟁을 하는 경우 말들은 많은 힘을 소진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 “야! 앞으로 나가” 또는 “뒤로 빠져”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그리고 갑자기 외곽에서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면 “들어오지 마” “비켜”하고 외치기도 한다. 어느 날 나는 경마팬으로 부터 “기수들이 경주를 하면서 짜고 말을 타더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 경마팬은 관람대가 아닌 주로안의 공원에서 경주를 관람하고 있는데 말을 타는 기수들이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소리들을 지르면서 말을 타더라는 것이다. 기수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말을 타는 것을 듣고는 짜고 타는 것으로 오해하였던 것이다. 우천으로 인하여 주로가 질퍽거려 기수들이 시야확보가 잘 안되는 날이면 이런 일들이 더욱 많이 발생한다. 과거 내가 기수시절만 해도 후배가 선배의 진로를 방해하게 되면 기수대기실에서 선배로부터 심한 구타를 당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지금이야 그런 일이 거의 없어졌지만 말이다. 진로방해는 발주기에서 스타트 한 후 자리를 잡는 약 200미터 구간에서 많이 발생한다. 특히 단거리 경주에서는 그 빈도가 늘어난다. 단거리에서 늦발주를 하거나 자리싸움에서 밀려버리면 그만큼 우승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장거리 경주에서는 스타트 후 보다는 코너를 돌 때 진로방해 확률이 높다. 이와 같이 기수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경주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고자 하는 마음과 함께 동시에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지르게 되는 것이다. 살아있는 동물을 소재로 이루어지는 경주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현상들인 것이다. 만약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수들이 소리를 지르지 말라고 한다면 사고의 확률은 더욱 높아 질 것이 분명하다. 내가 기수로 데뷔한 1986년 이후 경주중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기수들이 6명에 이른다. 이는 4년에 한명 꼴로 경주중 기수가 사망한다는 뜻이다. 죽음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 위해 오늘도 기수들은 경주중 소리를 지르면서 말을 타고 있는 것이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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