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의 경마공원 산책
나는 기수시절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체력이 신통치 않아 체력유지를 위해 몸에 좋다는 것은 많이 먹었다. 그중 즐겨 찾았던 곳이 용문산에 있는 뱀 집이었다. 그곳에는 여러 곳의 뱀 증탕집이 모여 있었다. 그 무렵 권투선수인 장정구선수가 세계챔피언으로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는데 장정구선수의 장모(현재는 이혼)가 열심히 뱀탕을 달여 장정구 선수에게 가져다 주었다. 내가 갈 때마다 자주 만나게 되어 뱀탕집 주인에게 물어보았더니 장정구선수의 장모라고 알려주었다. 사람들은 몸보신을 위해 한약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건강 보조식품들을 먹는다. 그러나 경마장의 말들은 아마도 사람보다 더 먹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주들도 보약 및 건강 보조식품을 열심히 가지고 와서 자기 말에게 먹여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조교사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어떠한 것들을 경주마에게 먹이고 있을까? 그 종류도 무척이나 다양하다. 가장 많이 먹이는 것이 홍삼을 달인 물이다. 홍삼은 열이 많은 체질이거나 냉한 체질에도 부작용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다음으로는 인삼이나 수삼이다. 인삼에다 꿀을 섞어 먹이곤 한다. 어떤 경우는 사람도 먹기 힘든 장뇌삼을 꾸준히 먹이는 경우도 있다. 김명국조교사는 식물을 선호한다. 쑥과 민들레 등 여러 가지 식물들을 먹인다. 나도 조교사시절 쑥과 인삼, 그리고 용문산에서 얻어온 뱀가루를 먹여 본적이 있다. 그러나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지만 역효과를 본 경우도 있다. 뱀가루는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 짧은 시간에 반짝 힘을 쓰는데는 효과적이다. 그러나 성질이 날카로운 말에게 먹였다가 역효과를 보곤 했다. 인삼은 별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 경마대회를 앞둔 ‘벽오동’이란 말에게 많이 먹였었다. 그런데 훈련때 보면 컨디션이 최고인데 실전에서는 오히려 평소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나름대로 원인을 분석해보니 ‘벽오동’이란 말은 평소에도 경주에 출전하면 땀을 많이 흘리는 말이었는데 인삼을 꾸준히 먹였더니 경주를 마치고 난 후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그래서 땀이 많은 말에게 인삼을 먹이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오는 것 같다. 쑥은 약쑥을 가마솥에 넣고 푹 달여서 국물을 말밥에 섞여 주었는데 그 맛이 써서 말밥을 잘 안 먹고는 했다. 그래서 물엿을 섞어서 꾸준하게 먹였더니 잘 먹었다. 그 결과 내장이 보호되어 말밥을 잘 안먹던 말까지 식욕이 좋아지고 겨울철 감기에 걸리지도 않았다. 이외에도 붕어즙, 인삼가루, 보리쌀, 콩을 볶아 갈아 만든 콩가루, 연맥의 싹을 틔어 자란 새싹 등을 먹인다. 비출혈이 발생하는 말에게는 지혈작용에 좋은 연뿌리를 먹이곤 한다. 과거 A마주는 서울의 사업체와 병행하여 경기도에 사슴농장을 하였는데 사슴뿔을 가져와 말에게 달여 먹이라고 조교사에게 주고 가곤 했다. 과거 뚝섬 경마장 시절에는 말에게 낙지나 살아있는 뱀을 대나무로 이용하여 먹였다고 한다. 밭에서 작업을 하는 소가 힘이 부족할 때 이 방법을 쓰면 힘이 생겨나 거뜬하게 밭을 갈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밖에 사람이 먹는 건강보조식품을 말에게 먹이는 경우도 있고 말의 컨디션 회복을 위하여 포도당 주사나 비타민 영양주사는 자주 투여한다. 이러한 것들이 약물도핑에 문제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사전에 도핑테스트에 문제가 없는지 검사하는 것은 필수이다. 그렇다면 이런 것들이 말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겠는가? 말에 따라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은 편이지만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오히려 역효과를 보았다고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경주마에게 급여하는 여러가지 보조식품의 효과에 대하여 의학적, 생리학적으로 연구논문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 마주나 조교사는 소의 꼬리가 되기보다는 닭의 머리라도 되기 위해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좋은 모습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과하면 부족한 것 보다 못하다는 속담이 여기에서도 통하는 것 같다. 과학적인 연구결과가 없다보니 본인들의 주관에 의해 먹이는 양과 방법들이 가지각색이다. 그러다보니 역효과도 분명히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경주마에게 지급하는 보조식품의 효과 및 급여방법과 급여량에 대하여 좀 더 과학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 선배조교사들이 주관적인 방법으로 건강식품을 먹였다가 오히려 경주중에 부상을 입고 경주로를 떠난 말들도 많았던 사례에서 배움을 가져야 할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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