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의 경마공원 산책
모든 스포츠의 스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 지지 않는다. 그 어떤 훌륭하고 유명한 선수라도 그만큼 유명하기까지는 해당종목에 대한 교육과정을 거친다. 아름다운 보석으로 탄생하려면 원석을 잘 다듬고 만들어야 한다. 원석을 어릴 때부터 잘 다듬어 최고의 보석으로 만들어진 골프선수 타이거우즈가 얼마 전 자유분방한(?) 사생활로 인해 지금껏 쌓아온 인지도가 땅에 떨어지고 경기 성적도 예전에 날카로웠던 샷과 퍼팅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의 유명축구선수인 베컴과 루니가 성파문에 시달리고 있다. 훌륭하고 유명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사생활관리도 무척이나 중요한 요소이다. 사생활관리를 잘못하여 하루아침에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정,재계뿐만 아니라 연예계, 스포츠계 할 것 없이 그 범위는 너무나 크다. 기수들은 어느 집단보다 이러한 일들이 많다. 돈과 직결되는 직업이다 보니 언제나 유혹이 끊이질 않는다. 한명의 기수를 키워내는데 1억원이 넘게 든다고 한다. 그러니 기수한명이 불명예로 면허가 취소될 때 손실이 그만큼 큰 것이다.

이러한 기수양성을 하는 과정의 궁금증을 풀어보고자 한다. 우선 기수가 되기 위해서는 키와 몸무게가 가장 중요한 기본사항이다. 키168센티미터 이하, 몸무게 48킬로그램 이하가 되어야만 기수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학력은 고졸이상이며 1차 적성검사와 신체검사에 합격해야 한다. 적성검사는 기수가 되기위한 기초적인 것들로 지구력과 순발력, 평형감각 그리고 인내력 등과 관련된 측정을 한다. 이것을 통과하게 되면 최종면접을 통해 기수후보생이 된다. 요즘은 기수도 인기직업인이 되다보니 경쟁도 치열하다. 어렵게 기수후보생이 되었다고 안심할 수 없다. 고난의 3년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매일 이루어지는 기승에 대한 실기와 말의 전반에 관한 이론은 물론 외국어 회화까지 이수해야 할 과목이 기다리고 있다. 기수양성학교에 입학한 후 철저한 개인관리가 이루어진다. 하루세끼 밥을 먹고 바로 체중계에 올라가 체중 48킬로그램이 넘지 않아야 한다. 3회 체중이 초과되면 자동 퇴소조치가 이루어진다. 아무리 운동신경이 좋아 기수로서 자질이 있다고 해도 체중이 초과되면 기수로서 대성을 할 수 없다. 내가 기수후보생 시절에는 체중조절을 위해 식이요법을 사용하거나 이뇨제를 먹으면서 체중관리를 했다. 그러나 요즘은 하루세끼를 반드시 먹고 바로 체중을 측정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체중이 기수로서 적합한 후보생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수가 된 후 본인도 체중과의 싸움으로 고생스럽고 그 결과로 인해 최고의 컨디션으로 말에 기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말에 기승하는 실기수업도 무척이나 힘들다. 단순히 말을 타는 것이 아니라, 기수로서 맞춤식교육을 하다보니 적성에 맞지 않아 스스로 퇴교를 하는 경우도 있다. 경마기수로서 경주마 기승기술을 배우기 전 약 1년과정은 기본적인 승마기술을 배운다. 그 위에 경마기승술을 덧입힌다. 기승자세와 말컨트롤, 훈련방법 그리고 발주기 진입과 출발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교육을 받게된다. 이 과정에서 성실하지 못한 후보생은 기수로서 대성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기수후보생시절 배우지 않았던 훈련방법을 요즘 후보생들은 하나가 더 추가하였다. 화롱타임(200미터)을 이용한 마필컨트롤 훈련방법이다. 국제화 기수를 대비하여 추가된 교육과정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마필훈련은 화롱타임을 이용한 훈련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세계 선진경마국들은 모두가 화롱타임을 이용한 훈련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현재의 기수들이 화롱타임을 이용한 훈련을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미터 구간을 기수가 달리고자하는 초까지 정확하게 맞추어야 하는데 그런 훈련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경기도 원당에 있는 경마교육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기수후보생들이 화롱타임을 이용한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제 그들이 기수가 된 후에는 현재의 조교사들도 화롱타임을 이용한 조교지시를 내려야 할 것이다. 좀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방법이기 때문에 기존의 조교사들이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이런 과정을 거친후 기수학교를 졸업했다고 기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1년간 조교사에게 소속되어 실전경주에 임하면서 최종평가에 합격되어야 기수후보생 딱지를 떼게 되는 것이다. 정식기수가 되었다고 해도 그 길이 쉽지만은 않다. 선배기수들과의 피나는 경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 동기생이었던 부산의 이정표 조교사가 기수후보생 시절 고향쪽(충남강경)을 바라보며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힘든 과정을 잊으려고 애쓰던 모습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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