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의 경마공원 산책
직업에 따라 스트레스를 받는 내용과 이유는 다양하면서도 가지각색이다. 기수와 조교사들에게는 무엇들이 스트레스를 받게 만드는지 알아보자. 기수들이 가장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상금과 훈련이나 경주중의 부상이다. 그리고 체중감량과 기승정지이다. 나의 1995년 석사논문인 “경마기수의 경기불안이 경주성적에 미치는 영향”의 일부내용을 보면, 기수들이 느끼는 경기불안이 여러 요소에서 경력이 짧은 기수집단보다 경력이 많은 기수집단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그와 반대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경주상금과 부상에 대한 요소에서도 경력이 많은 집단에서 경기불안이 높게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본인의 경주결과가 마주와 조교사 그리고 관리사의 상금을 좌우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책임감에서 기승경력이 짧은 집단보다 많은 집단이 경기불안을 더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도 이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기수와 조교사가 사택인 ‘준마아파트’에 의무적으로 함께 살아야 했기 때문에 서로간의 간접비교로 인해 보이지 않게 상금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은 그때와 주거환경이 바뀌어 사택이 아닌 여러 곳에서 살고 있지만 여전히 상금획득이 가장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다음이 훈련과 경주중의 부상이다. 내가 기수부회장일 때 기수들의 부상에 대한 통계를 내 본적이 있다. 1년에 기수가 평균 1.6회에 걸쳐 병원에 입원하였고, 연평균 입원일수는 16일로 나타났다. 현재의 수치는 잘모르겠지만 그때와 달리 지금의 국산마가 순치도 많이 받았을 뿐더러 경마장 입사전에 조교검사를 받고 입사하는 경우도 많고 또한 강착제도로 인한 진로방해도 줄어들어 과거보다는 부상에 대한 수치가 낮게 나타날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부상을 입게 되거나 부상의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두려움이 큰 스트레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계속되는 체중조절이 또 하나의 고통이자 스트레스다. 가정을 이룬 기수들은 체중조절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알 수 있다. 가족이 함께 맛있는 식사도 못할 뿐더러, 외식은 꿈도 못 꾼다. 가장이 매일 굶다시피 하는데 가족들만 맛있게 먹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가장인 기수가 집에 없을 때 가족이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기승정지에 대한 스트레스다. 본인이 경주중 잘못한 것에 대한 결과로 기승정지를 받게 되지만 기수는 거의 모든 상금이 경주에 출주함으로써 얻게 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경주후 조교사로부터 받게 되는 꾸지람도 기수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며 그것이 조교사와의 갈등으로도 작용한다.

그렇다면 조교사의 경우는 어떠한가. 조교사에게 가장 크게 작용하는 스트레스 역시 경주상금이다. 조교사의 경우 본인상금도 중요하지만 마주상금에 가장 민감하다. 마주상금은 곧 신마의 구입과 미구입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관리사들의 사기진작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이 마필수급 문제이다. 곳간에 쌀을 채우기 위해서는 벼를 심을 수 있는 논이 필요하다. 조교사에게 논은 곧 말이다. 경주에 나갈 마필 없이는 어떠한 희망도 없다. 풍족한 마필의 자원은 곧 상금인 것이다. 꾸준한 마필자원이 조교사들의 상금 순위를 결정하는데 가장 큰 요소이다. 그다음이 마필부상이다. 마필부상은 전쟁터에 나간 병사들이 부상을 입는 것과 같다. 부상병이 많아서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렵듯이 부상당한 말이 경주에 나가 이기기는 쉽지 않으며 그런 마필을 정상컨디션으로 끌어 올리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부상당한 말은 머지않아 경주마에서 퇴사 될 가능성이 많아 늘 조교사의 머리를 무겁게 만든다. 말이 부상을 당하게 되면 조교사는 마주에게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여러 번 전화기의 수화기를 들었다 놓았다 한 후에 전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도 기수가 경주에서 실망스러운 경주를 하였을 때나 마필관리사의 인력관리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크다. 그리고 경주 전 약품사용에 대해서도 민감하다. 간단한 상처에 바르는 소염제라 해도 경주 10일전에 사용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10일 이전에 사용해도 가끔 약물검사에서 나오는 경우가 있어 조교사들이 관리사에게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주의를 주곤 한다. 약물이 검출되면 관리조와 마필이 일시적으로 관리정지되거나 관리조가 해체를 당할 수 있다. 이처럼 기수와 조교사는 어느 직업보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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