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의 경마공원 산책
경마팬들의 마권선택에 있어 잠깐의 선택이 기쁨과 슬픔을 좌우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주나 조교사의 신마구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 서울경마장을 주름잡았던 ‘새강자’란 마필도 예외는 아니었다. ‘새강자’는 모마 ‘축제’와 부마 ‘피어슬리’의 교배로 대천목장에서 태어났다. 이 마필의 구입과정이 순간의 선택이 행복을 가져다준 예이다. 어느 날 이 마필을 구입하려고 박흥진 조교사가 대천목장을 방문하였다. 마필의 상태를 보니 전체적으로 균형도 잘 잡혀 있었다. 그런데 당시 다리의 한 부분이 약간 부어 있었다. 마필은 탐이 났으나 그런 마필을 구입할 수는 없었다. 그 후 얼마의 시간이 지나 지금은 조교사협회장을 지내다 퇴직을 한 후 부산마주를 하고 있는 박원선 조교사가 그 목장을 방문하여 ‘새강자’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행운이랄까? 아니면 인연이랄까? 분명 박흥진 조교사가 보았을 때와 같이 다리가 미세하게 부어 있었는데 그것이 박원선 조교사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말을 보는데 있어서는 누구보다 일가견이 있다는 박원선 조교사인데 말이다. 박흥진 조교사는 그 마필을 박원선 조교사 소속의 마주가 계약한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당시 자기도 그 말에 관심이 있었는데 다리가 약간 부어 있어 계약을 하지 않은 말이라는 것을 박원선 조교사에게 들려주었다. 다시 가서 확인해 보니 그 이야기가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중급정도의 가격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꾹 눌러 인주가 바짝 마른지 오래 되었다. 약간의 걱정은 있었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 경주마로 등록을 마치고 박원선 조교사의 관심 속에 다리가 부었던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경주마로서 승승장구하며 15연승과 함께 통산 58전 33승, 경마경주 7관왕을 달성하였다. 수득상금도 15억 원을 넘게 벌고 화려하게 은퇴를 하였다. 그러나 ‘새강자’의 모마인 ‘축제’는 혈통이 6대손까지 추적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한국마사회에서 서러브렛계 종으로 판명하였다. 규정상 서러브렛계 종인 씨암말의 자마는 경주마로 데뷔할 수 없었다. 그러자 대천목장에서는 ‘축제’인 씨암말을 폐사시켜버렸다. ‘새강자’를 키워낸 박원선 조교사가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그 말을 구입할 당시 왜 나의 눈에는 다리의 부종이 안 보였는지 모르겠다. 만약 나의 눈에 그것이 보였다면 나도 그 마필을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그 마필의 마주가 복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조교사가 복이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거야 말로 순간의 선택이 행복을 가져다 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내가 금악목장의 사장직을 맡고 있을 때 현재 조교사에서 은퇴한 이왕원조교사의 독특한 마필구매 방법이 있었다. 마필을 구매하기 전에 반드시 그 마필이 태어난 날짜와 시간을 확인하였다. 그 이유를 물으니 해당마필이 태어난 날짜와 시간을 보고 마주가 마필구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사람이 태어난 날짜와 시간을 보는 사주를 말에게도 적용시키는 것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신마를 구입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개별구매와 경매를 통해 구입하는 방법이다. 개인마주제가 시작되고 몇 년은 조교사들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나이가 어린신마 구입에 많은 경험이 없다보니 비싼 말들의 경주성적이 형편없고 싼 마필들이 잘 뛰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조교사의 선택에 따라 말을 구입했던 마주들로서는 비싼 말을 살 필요 없이 저렴한 가격의 말을 사려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교사들도 어린 육성마를 보는 눈이 높아지면서 대체로 비싼 말들이 잘 뛰고 싼 말들은 잘 못 뛴다는 인식을 각인 시켜 놓았다. 신마를 선택하는데 있어 조교사의 결정권이 큰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로인해 조교사가 선택한 마필이 경주에서 별로 좋은 성적을 못 내거나 경주중 운동기질병이 발생하게 되면 그 책임을 조교사에게 전가시켜 구입한 말을 바꿔오라고 여러 차례 요구하는 극소수의 마주들도 있다. 이런 마주에게는 조교사가 의견을 내세우지 않고 마주의 의견대로 말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사례도 있다. 요즘 조교사는 물론 마주들도 말의 혈통과 좋은 말을 고르는 식견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외국에서는 고가의 신마를 계약하기 전에 수의학적인 검사를 하기도 한다. 심장의 기능 및 폐활량과 산소섭취량 그리고 젖산분해 능력 등을 미리 테스트한 후 구입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정밀한 테스트를 거친 후 신마를 구입할 날도 우리나라에서 현실이 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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