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경마 최초의 여성 기수인 나유나(38) 기수가 사단법인 제주경마기수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렛츠런파크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40여 명의 기수 권익을 대변할 나유나 기수는 지난 2005년 제주 경마 기수로 데뷔해 여성 기수 최초로 경마대회 우승, 여성 기수 최초 200승 돌파 등 각종 신기록을 달성한 파워우먼이다. 통상 경마는 남자들의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해 여성 최초 협회장 취임은 각별하다.

나유나 신임 기수협회장은 “제주 경마 기수를 위한 경기력 향상 훈련 인프라와 제도적 뒷받침은 아직도 뒤처져 있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뛰어난 기수를 배출해 한국 경마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경마가 제주를 대표하는 레저 스포츠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내 여성기수로는 최초로 100승을 돌파한 바 있는 나유나 기수가 역시 국내 여성기수 최초로 경마대회 우승이라는 쾌거를 일궈냈다. 나유나 기수는 2009년 9월20일(일) 제7경주로 펼쳐진 제19회 KRA제주컵 경마대회에서 ‘망포의꿈’에 기승해 우승을 차지하면서 본인의 첫 경마대회 우승은 물론 국내 여성기수 중 최초로 경마대회 우승을 기록했다. 1700m 제주산마 최고의 우열을 가린 이번 KRA제주컵 경마대회에서 나유나 기수는 당초 경마팬들의 별다른 기대를 얻지 못했지만, 경주초반 중위권에 머물다 4코너 직선주로에서 폭발적인 스퍼트로 ‘망포의꿈’과 환상적인 호흡을 과시하며 맨 처음 결승선을 통과했다.

2005년 7월에 경주로에 데뷔한 나유나 기수는 데뷔 첫 해 3승을 기록한 이후 매년 20승이 넘는 우승수를 기록 남자기수에 밀리지 않는 성적으로 11명의 동기생중 4번째로 100승을 돌파하는 활약을 펼쳤다.

이에 앞서 2001년 8월에는 철옹성 금녀구역으로 여겨지던 기수 세계에 거센 도전을 한 두 여성이 있었다. 이금주(당시24세, 현재 강릉대 교수)와 이신영(당시 22세, 현재 조교사)기수다. 이들은 1999년 20기 기수후보생으로 입소 후 2년간 교육과정을 마치고 정식 데뷔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기수는 지난 1975년의 이옥례 씨(전 마주)였다. 그러나 이씨는 아주 짧은 기간동안 기수생활을 하다가 포기했기 때문에 크게 부각되지는 못했다. 6개월 남짓 활동하다가 부상으로 인해 은퇴했다. 교육과정도 3개월에 지나지 않았으며 단기 2기 출신이었다.

그러나 이금주, 이신영 2명의 여성기수는 1999년 제20기 기수후보생으로 입소해 2년간 3,400시간의 강도 높은 교육과정을 마치고 데뷔했다. 함께 입소했던 3명의 여성동료들이 혹독한 훈련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 하차하는 모습을 보면서 갈등과 번민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기수라는 직업은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한 직업이다. 경주결과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경마팬들의 찬사를 이끌어내는 `경주의 마술사`이다. 그러나 기수는 냉엄한 승부의 세계에서 자기 자신과 끝없는 싸움을 펼쳐야하는 외로운 승부사이기도 하다. 특히 여성기수는 남성 기수들 틈에서 조직적인 생활을 해나가려면 많은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경마계에서는 여성기수에 대한 견해가 각기 다르게 나타났다. 아직은 금녀의 벽이 너무 높은 것이 한국적인 현실이기 때문에 못다핀 꽃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과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잘 활용하면 예민한 경주마와의 호흡에서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섰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버리고 여성기수들의 활약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김혜선, 최은경, 안효리...등 여성기수들은 남성기수들보다 더 많은 인기를 등에 업고 경주로를 질주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사단법인 제주경마기수협회 회장까지 배출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우리 여성기수들이 서울, 부산, 제주의 한국 경마장 뿐만아니라 세게의 유수 경마장에서 활약하는 날도 올 것으로 기대한다.

김문영 말산업저널 발행인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