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준기 팀 에스디원 코치 인터뷰

[말산업저널] 안치호 기자= 국제승마연맹(FEI)은 장애물비월, 마장마술, 종합마술, 지구력, 마차, 마상체조, 레이닝 총 7개의 종목을 공인해 주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마차는 장애물, 마장마술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승마 경기로는 마차가 가장 오래된 종목으로 1900년 제2회 파리올림픽에서 우편과 마차복합 경기가 비공식 종목으로 치러졌지만 1970년이 돼서야 정식종목으로 인정받았다.

마차라고 하면 보통 꽃마차, 관광 마차로 동물 학대를 생각해 인식이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적인 마차 교육으로 말의 복지를 우선시하며 장애, 재활 승마에 힘쓰는 등 한국 말산업과 마차산업을 발전시킬 마차 협회 설립을 준비 중인 곳이 있다. 마장마술 선수로 시작해 현재 한국의 유일한 마차 선수인 마차·트레일러 판매 업체 ‘에스디원’의 민준기 코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포니 마차·재활 마차로 대중 인식 개선해야
전문 교육 받아 말 복지 생각하는 전문가 필요
올바른 마차산업 함께 나아갈 협회 설립
마차로 새로운 말산업 일자리 창출 가능”

-국제승마연맹 공인 종목이지만 마차는 생소하다
“한국에서 마차 종목은 생소해 배우려는 사람도 없었고 저도 2015년쯤부터 알게 돼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 마차는 FEI 종목이기는 하지만 올림픽 종목은 아니고 유럽에서는 일반 승마나 장애물, 마장마술만큼이나 인기 종목이다. 호주에서는 선수층도 넓고 일반인도 굉장히 많이 즐기는 종목이다. 말을 타기 힘든 사람이나 체력적으로 힘든 사람 등 몸이 불편하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말과 가까워지기 위해 마차를 하고 있다.

예전에 한국마사회 위니월드에서 근무했을 때 마차를 위니월드에서 진행하자고 해서 마차 전문가를 불렀다. 마사회에 온 마차 전문가가 현재 저의 코치님이 되셨고 마차를 타다가 FEI 마차 경기를 보니 정말 멋있어 보였다. 한국에는 마장마술과 장애물을 하는 선수층도 넓고 경쟁력이 센데 새로운 것을 도전해보고 싶었고 한 사람이 말 4마리를 컨트롤하는 것이 멋있어 보여 마차의 매력을 느껴서 마차에 도전하게 됐다”

-마차의 경기 방식과 규칙이 어떻게 되나
“마차는 일반 승마처럼 마장마술, 장애물 경기가 있고 콘드라이빙 경기도 있다. 마장마술은 일반 승마에서는 60X20 경기장에서 진행하지만 마차는 크기 때문에 100X50 경기장에서 진행한다. 마차 경기는 1두, 2두, 4두 마차로 진행되며 FEI 경기는 말 두수에 따라 클래스별로 경기를 하고 챔피언십은 4두로 진행된다. 채점 방식은 말의 조합이 얼마나 잘 맞는지, 리듬이 보폭에 맞게 잘 가고 있는지 등을 본다.

장애물은 보통 마라톤 경기라고 하며 승마의 크로스컨트리와 비슷하다. 6~7개의 장애물을 건드리지 않고 코스를 통과하는 경기다. 콘드라이빙은 승마의 장애물 경기와 비슷하다. 양쪽에 콘이 있고 경기마다 다르지만 보통 20개 이상의 콘이 있다. 콘 위에는 공이 있고 제일 빨리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통과하는 경기다.

국가별로 3개의 경기 점수를 합쳐 4년마다 열리는 승마 월드컵에 나가 인도어(indoor) 경기를 진행한다. 인도어 경기는 실내에서 콘과 장애물을 설치해 빨리 통과하는 경기다”


▲민준기 에스디원 코치가 마차 경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차에는 마장마술, 장애물, 콘드라이빙 경기가 있다.

-호주 유학 등 외국에서의 경험을 듣고 싶다
“한국에서는 배울 곳이 없어서 호주에 가서 배우게 됐다. 아시아 최초로 호주에서 경기를 뛴 선수고 저 말고도 코치 자격증을 따서 독일에 있는 코치가 있어 2명의 한국인 마차 코치가 있다. 한국에서 마장마술 선수를 했고 마차도 타봤기 때문에 호주에서 마차를 배우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호주에서 시합을 나가면 아시아인들이 안 보이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신기해했다. 팀 경기다 보니 팀원들의 많은 도움으로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마차 세계 챔피언인 Boyd Exell의 지도도 받고 호주 마차 최고 Level2를 취득하며 호주 마차 챔피언을 뽑는 CDE Champs 3위, 마장마술과 비슷한 경기를 하는 Bungenndore, Goulburn Show 1위 등 호주 대회에서 성과를 냈다”

-호주의 마차 경기는 어떠한가
“호주는 마인드가 다르다. 한국은 엘리트와 생활 체육으로 나눠서 구분하는데 호주는 구분이 없다. 일반인이 얼마나 큰 대회를 나가서 성적을 냈느냐, 본업이 승마 선수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호주에서는 일반인들이 많은 시합에 나가면서 프로 시합에도 나간다. 보통 집에 말이 있고 앞에 연습할 수 있는 장소가 넓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선수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지역별로 매년 여름 시즌에 계속 시합이 있어 많을 때는 1주일에 한 번씩 참가하기도 한다”

-해외와 한국의 마차 인프라 등 현황을 비교하자면
“한국마사회에서 마차 보급을 시작한 지 3년 정도 된 것으로 알고 있고 한국 마차 종사자들의 전문지식이 부족하다. 예전 경주 말 학대 사건, 깜돌이 사건 등으로 일반인들의 마차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그래서 마차를 전문적인 스포츠로 발전시키면서 정식적으로 배운 코치가 저를 포함해서 2명인데 코치와 함께 말 복지 등 개선을 위한 노력을 위해 나아가려 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에스디원에서 스포츠 마차에 대해 홍보를 하면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어 마사회의 도움이 필요한데 사업을 진행하려고 할 때마다 담당자가 바뀌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제대로 배우지 않은 분들의 잘못된 마차 사용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전문가를 써서 다양한 시장이 열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자신들의 편함만 유지하니까 이런 부분들에 문제가 많이 있다.

현재 해외에서 일반 승마는 마장마술, 장애물의 독일 챔피언이 많고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이 유명하지만, 마차는 호주가 잡고 있다. 마차 경기 스타일이 나라마다 다른데 Boyd Exell 선수가 계속 챔피언을 하다 보니 호주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 FEI 국제 시합에 나가도 다른 선수들이 찾아와 Boyd Exell의 코치를 받기도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말을 컨트롤하거나 자유롭게 두다 중간중간 잡아주는 등 유럽의 스타일과 달리 호주는 자유롭게 말이 스스로 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준다. 한국 선수들이 호주에 와서 말을 다루는 법을 배우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시아 최초 호주 마차 대회 참가 선수이자 한국의 유일한 마차 선수인 민준기 팀 에스디원 코치.

-마차 관련 협회를 설립한다고 들었는데 현재 진행 상황은
“김한구 에스디원 대표님이 말과 마차를 취미로 타시다 마차 발전을 위해 저를 코치로 지원을 해주고 있다. 한국에는 전문적인 스포츠 마차를 가진 곳이 아직 없어 여기서 말 훈련을 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한국 마차산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협회를 만들어 전문적인 스포츠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표님을 주축으로 마차에 관심이 있고 전문적으로 말 복지를 신경 쓸 수 있고 마차에 대해 생각이 깨어있으신 분들을 모으고 있다. 협회 명은 대한마차협회(Korea Carriage Driving Association, KCDA)로 1월 말 설립 예정이다.

협회 회원은 많이 받지 않고 있는데 처음 생긴 협회에 많은 사람을 모으려고 하면 개인의 이익을 보려고 하는 사람이 생긴다. 저희는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소수의 인원이더라도 올바른 활동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조금씩 좋으신 분들을 협회로 모시기 위한 계획을 하고 있다”

-꽃마차, 관광 마차 동물 학대로 인식이 안 좋다. 또한 한국에 마차 보급 활성화 및 대중화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번에 협회를 창단하면서 스포츠보다 먼저 관광 마차, 말 복지 부분에 대해 마사회와 협력을 해야 한다. 한국은 말에 대한 인지도가 없어 관광 마차 사업을 하는 분들에게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말에 대한 지식을 갖게 해야 한다. 협회에서는 아스팔트에서는 무리가 덜 가게 쇠편자가 아닌 고무편자를 쓰게 하고 평보, 속보에 따라 마차 운행 시간을 정하는 등을 정하고 사업을 위한 아이디어 컨설팅을 해주며 관광 마차 사업이 말 복지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마차에 대한 인식이 안 좋기 때문에 스포츠로서의 부분보다는 포니 마차나 어린이, 재활 마차를 통해 말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없애야 한다. 말을 타기 힘듦과 어려움을 마차로 먼저 말을 컨트롤할 수 있는 리더십과 정서적인 안정을 안전하게 제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또한 한국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체력적인 문제로 승마를 즐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마차와 어떻게 접목할지에 대해 생각도 하고 있다.

마차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마차가 알려지기 위해서는 포니 마차 등으로 어린이들이 재밌게 즐길 수 있게 하고 더 좋은 말과 마차를 타기 위한 장소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경마축산고에서 마차 동호회를 만들어 같이 참여하고 있고 올해 3월부터 교육을 시작할 예정이다. 마차 보급과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학교나 회사에서 기회가 된다면 후원해서 해외 시합에 보내줄 기회를 마련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학생들이 졸업하고 단순히 승마장 취직이 아니라 더 다양한 말산업 분야로 나가면 좋을 것 같다. 관광 마차가 활성화가 됐을 때 전문적으로 말을 훈련할 수 있는 사람, 마차를 수리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등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차가 보급될 것이다”


▲김한구 에스디원 대표(오른쪽)와 민준기 코치는 한국 마차산업의 발전을 위해 1월 말 대한마차협회를 설립할 준비를 하고 있다.

마차의 발전을 위해서 스포츠로서의 마차와 관광 마차의 활성화가 필요하지만 먼저 말의 복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차 사업자에 전문적인 교육과 말 복지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어린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포니 마차와 재활 마차로 인지도를 높여 대중화를 끌어내면 마차가 필요한 곳이 생겨 마차 보급과 확산으로 마차산업이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초로 말 운송 트레일러와 마차를 수입 공급하고 있는 ‘에스디원’은 마차산업의 발전을 위해 마차 선수 후원과 양성 등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한마차협회를 1월 말 안에 설립할 예정이다. 9월에는 인도어 경기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5월 말에는 전시·판매를 하며 말과 마차를 타는 체험 공간을 만들어 누구든 찾아올 수 있는 전시관 및 체험 장소를 열 예정이다.

안치호 기자 john337337@horsebiz.co.kr
-Copyrights ⓒ말산업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