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의 경마공원 산책
스포츠의 모든 경기에는 심판이 있으며 그 심판의 권한은 대단하다. 심판의 판정에 불복하게 되면 경기에서 퇴장을 당하기도 하고 더 심할 경우 선수의 생명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경마의 심판은 재결위원이다. 재결위원은 보통 5명 정도로 이루어져 있다. 다년간 경주의 분석능력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는 핸디캡위원으로 경험을 쌓은 후 재결위원으로 자리를 옮기곤 한다. 현재의 재결위원 중에는 호주국적을 가진 위원도 초빙되어 있기도 하다. 그는 호주에서도 재결위원으로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국내의 재결위원 중에는 경마선진국에 나가 재결교육을 받고 돌아온 위원들도 있다. 이처럼 재결위원이라는 자리가 레이스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자리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기수나 조교사 그리고 경마팬들이 재결의 결정에 동감할 수 없게 된다면 그 혼란은 걷잡을 수 없다. 마권적중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강착에 따른 순위변경도 재결실에서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재결위원을 전문위원이라고 부른다. 전문위원으로는 핸디캡위원도 있으나 재결위원이 받는 스트레스의 중압감이 훨씬 더 크다. 재결위원을 3년하고 나면 머리가 하얗게 샌다고 한다. 그래서 재결위원으로 오래 근무한 경우 다른 부서에 가서 근무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갖기도 한다. 내가 기수후보생 시절, 교관을 지냈던 장일기 재결위원도 오랫동안 재결위원을 해오다가 지난해 다른 부서로 옮겨 근무하고 있다. 그의 머리는 이미 하얀 서리가 내려 앉은지 오래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부서인데도 한국마사회 조직에서 본부장으로 승진하는데 있어 전문위원은 크게 각광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여러 부서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재결전문위원은 나름대로 사명감도 필요하다. 일본처럼 전문위원 중에도 경마시행체의 핵심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제공도 필요한 것 같다. 재결위원은 한 경주가 지나갈 때마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한다. 늘 기수와 조교사에게 제재를 주는 것이 그들의 일과이다 보니 기수, 조교사들과 언쟁까지 오고 가는 경우도 가끔 있다. 그래도 기수와 조교사간의 있었던 일은 퇴근 후 술 한잔으로 잊어버릴 수 있지만 강착으로 인한 순위변경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다음 경주시간 때문에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하면서도 정확한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결위원들 간에도 순위변경에 따른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고 기승했던 기수들의 해명도 들어야 하기 때문에 빠른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렇게 해서 내린 순위변경에 대하여 가끔은 경마팬들이 수긍하지 못하고 계속적으로 항의 하는 경우도 있으며 심할 경우 기물을 파손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지금은 경마팬들도 성숙해가고 있기 때문에 순위변경을 별 문제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재결실의 경주화면은 일반 경마팬들이 보는 경주화면과는 사뭇 다르다. 여러 각도에서 잡은 경주화면들을 보면서 경주중 발생하는 사항들이 기수의 고의에 의한 것인지 마필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일어난 것인지를 판단한다. 재결실이 심의 후 내린 순위변경에 대한 결정에 경마팬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정도의 변경은 없다. 재결의 순위변경에 대하여 나의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진로방해가 착순변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진로방해였다면 심의경주로 지정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너무나 심의경주를 남발하고 있는 것은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심의경주로 지정되면 경마팬들은 다음 경주에 대한 예상에 집중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고 경주시간이 지연될 소지도 있다. 우리가 중국드라마에서 보았던 포청천의 판결은 단호하면서도 간결하다. 재결위원도 우리가 드라마로 보았던 포청천에 대한 믿음만큼 권위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결위원으로서의 경주에 대한 판단력과 분석력을 기르는 공부에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동시에 기수와 조교사를 호출하여 경주결과에 대하여 의사교환을 나눌 때도 그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대화의 기술까지 갖추어야 진정한 재결위원이라고 할 수 있다. 경마에 있어 경주의 심판을 담당하는 재결위원들은 보이지 않는 중요한 심판관이다. 이들이 내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도 중요하다. 오늘도 그들이 있기에 기수, 조교사, 경마팬 간의 별 문제없이 경마가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작 성 자 : 권승주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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