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한국마사회 승마선수단을 재창단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마사회 승마단은 국내 말산업 발전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7월 12일 2002년 창단 후 16년간 운영해온 승마단을 해체했다. 말산업육성법이 제정(2011년)되기 훨씬 이전부터 운영돼 국내 말산업 발전에 있어서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해체된 한국마사회 승마단의 재창단이 가능하다면 본격적인 승마 시즌 전인 1월 말과 2월 초가 가장 적기이며, 그동안 엉성하게 운영되던 승마단의 정확한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 아울러, 효율적 승마단 운영을 위한 실질적 지원도 필요하다.

한국마사회의 승마단 해체는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해 손상된 이미지를 단절하겠다는 정치적 의미가 컸다. 해체 후 반년이 지난 지금 한국마사회 승마단의 재창단 요구가 일고 있는 것은 현재 말산업의 희망이자 주류로 떠오르는 유소년·학생 승마의 활성화 및 저변 확대, 생활체육의 확산에 대한 기대가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 승마단은 그동안 국내 유소년·학생 승마선수들 사이에서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전문 승마단으로 여겨졌다. 일반적으로 승마는 국민소득 3만불 시점부터 활성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아직 한국은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한국마사회 승마단에 들어가면 경제력을 바탕으로 하지 않더라도 뛰어난 승마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한 승마지도자는 한국마사회 승마단이 해체되면서 어린 선수들이 목표점을 잃어버렸다고 한탄했다. 예전에는 “코치님 열심히 잘 타면 아시안게임, 올림픽에 나갈 수 있어요?”라고 묻는 학생들의 질문에 ‘열심히 해서 한국마사회 승마단에 들어가면 지원을 받아 나갈 수 있어’라고 답하며 독려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힘들게 된 상황이다.

유소년·학생 선수들의 마음은 한국마사회 승마단 재창단의 요구가 더욱 간절하다. 작년 9월 경북 구미에서 열린 ‘제48회 전국 학생승마선수권대회 겸 제4회 구미낙동강 馬구마구 축제’에서는 대회에 참가한 학생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한국마사회 승마선수단의 재창단 요구를 담은 탄원서를 작성해 마사회에 전하기도 했었다. 당시 한 학생선수는 “한국마사회 승마단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학생·유소년 선수들의 꿈을 위해서라도 다시 부활시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으로부터 일명 ‘적폐’로 낙인찍힌 한국마사회 승마단은 정치적 논란과는 무관하게 말산업 영역에서는 공익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 말산업 환경과 말(馬)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 속에 말의 생리에 정통한 승마단 인력을 활용해 실질적인 말산업 정책 수립에 도움을 줬으며, 한국마사회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전문체육 승마선수인 승마단 선수들이 소외된 도서 지역을 찾아 세계적인 승마선수의 꿈꾸는 유소년 승마선수에게 전문 승마 교육을 진행 사회 공익을 실천하기도 했다. 승용마 전문 생산농가를 대상으로 순치·조련 교육 지원을 펼쳐 농가 소득 창출에 기여한 바도 있다.

고성호 임자도승마클럽 대표는 “공기업인 한국마사회가 ‘렛츠런 승마단’을 통해 소외된 도서 지역의 유소년 승마꿈나무에게 큰 힘과 동기가 됐는데 해체가 되어 안타깝다. 대도시와 원거리에 있는 섬 지역은 아무리 많은 레슨비를 준다고 해도 수준 높은 승마교육을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며, “말을 통해 공익을 실천하는 한국마사회에서 ‘승마단’은 큰 상징성이 있는 만큼 선수단을 축소하더라도 존속하는 방안을 재고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말산업육성 전담기간인 한국마사회가 탁구단과 유도단은 운영하면서 승마단을 운영하지 않는 것은 자기 모순이다.

어떤 산업이 발전하려면 현장의 요구를 어떻게 폭넓게 수집하고 올바른 방향을 정립하고 실천하는가가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말산업이 제대로 발전하려면 말산업육성법과 한국마사회법을 하나로 통합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폭넓게 수용하여 발전정책을 실행하길 바란다.

김문영 말산업저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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