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의 경마공원 산책
사람이 한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 자식을 낳게 된다. 요즘은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생각하는 일부 젊은이들도 있다. 그러나 과거 자식을 많이 낳던 시절에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라는 말이 있다. 모든 자식에 대한 부모의 균등한 정을 나타내는 의미이다. 그러나 자식을 거느리고 살다보면 별의 별 자식들이 있게 마련이다. 경주마에도 분명 효자와 불효자가 있다. 인간의 세계에서 효자와 불효자에 대한 기준의 척도를 여러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겠지만 말의 세계에서는 매우 간단하다. 경주상금을 잘 벌어 주는냐, 아니면 그렇지 못하느냐가 그 기준점이 된다. 경주마를 책임지고 있는 조교사의 경우 한 개의 조에 적게는 15두에서부터 많게는 45두까지 관리하고 있다. 한 조교사가 관리하고 있는 모든 마필을 세심하게 신경쓸 수 있는 적정한 관리두수가 어느정도 되느냐 에는 의견이 많다. 부산경남 경마공원의 김영관조교사는 한 때 47두까지 관리를 한 적도 있다. 부산의 경우도 최대관리두수를 40두로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한조의 메인마방은 보통 22칸의 마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머지 마필은 공동마방에서 관리한다. 공동마방은 여러 조의 마필이 함께 관리되는 마방을 말한다. 메인마방에는 관리사숙소가 함께 있어 밤에 야식을 주거나 순찰을 할 때 공동마방보다는 자주 들여다보게 되고 그만큼 관심을 더 가질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조교사들은 자기마방에 주축이 되는 말들은 메인마방에서 관리한다. 그렇지만 조교사가 관리하는 마필이 여러 마리 되다보니 간혹 마주가 왜, 내 마필을 메인 마방이 아닌 공동 마방에서 관리하느냐고 불만을 갖기도 한다. 또 다른 마주는 왜, 내말을 조교사나 기수가 훈련하지 않고 관리사가 훈련을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다. 효자인 자식을 더 가까이 두고 싶고 관심을 더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마주들도 있다. 모든 마필을 메인 마방에서 관리할 수 없고 조교사가 모든 마필의 훈련을 담당할 수 없다. 또한 출전기수의 선정에 있어서도 소위 경마팬들이 말하는 똥말을 일류기수에게 태워보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마주의 요구대로 일류기수를 태우려고 해도 그 말을 타지 않으려고 하거나 다른 더 좋은 말을 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반사회에서는 존경의 기준이 다양하지만 경마공원에서는 잘 달리는 말을 가지고 있는 마주를 부러워하고 최고의 말을 가지고 있는 마주가 왕인 것이다. 그러한 마주의 말을 관리하는 조교사의 경우 관리하는 모든 마필에게 똑같은 마음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발전가능성이 많거나 좋은 성적을 내는 마필은 조교사와 관리사들이 더욱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쓰게 된다. 경주성적은 좋지 않으면서 악벽마이거나 경주성적은 최하위이면서 말밥만 축내는 말들을 보면 주는 것 없이 미워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그런 말들이 있기 때문에 주역들이 더욱 빛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신마의 공급이 원활하여 마방에 입사 할 신마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는 마방의 경우에는 그런 말들은 빨리 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인간세계에는 사람이 중심이고 경마공원에는 말이 중심이다. 모든 관점이 말이며 말의 능력이 곧 그 마필의 가치이다. 마방에 마필이 입사하여 대우를 받느냐 못받느냐는 마필의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항상 몇몇 마주만이 능력마를 보유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부진마주가 내일의 능력마를 가진 마주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교사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능력이 부족한 말이라고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하게 되면 그것에 서운함을 가졌던 마주에게 언젠가는 능력마필이 없으란 법이 없다. 그래서 소속조의 모든 마주들이 서운함이 없도록 조교사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인연을 정리하고 새둥지를 트는 마주들도 자주 발생한다. 처음 신마가 마방에 입사하게 되면 모든 마필에 정성을 갖고 관리를 하지만 서서히 능력의 차이가 드러나면서 각 마필에 쏟는 정도의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귀한 자식과 못난 자식이 성적을 통해 나타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인간은 간사한 미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말 못하는 짐승이라 불만을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귀한자식과 미운오리새끼 같은 대접을 받게 되는 것이 자기의 업보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