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야타’(Zenyatta)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는 제44차 국제경마연맹(IFHA) 회의가 개최되었다. 세계 60여개 회원국 대표들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현재 세계 서러브렛 경마산업이 처한 경제상황과 그 대처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회의에서 보고된 각국의 마권매출 현황에 따르면, 2009년 세계경마의 총매출은 약 842억 유로(한화 129조5800억 원)규모로 2008년에 비해 약 1.2% 감소했으며, 국가별로는 미국과 아일랜드가 각각 9.8%와 15.8%, 경마매출 최대규모의 일본 역시 5.5%의 하락율을 나타냈다. 그리고 올 상반기까지 집계된 세계경마의 총매출 또한 전년 동기대비 2% 이상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생산분야에 있어서도 서러브렛 생산두수는 최근 2년간 연평균 6% 내외의 감소세에 있으며, 이로 인해 일부 생산목장들은 운영난으로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 발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이후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맞물려 세계 경마산업은 올해도 좀처럼 회복의 신호를 보이지 못하고 있지만, 홍콩과 프랑스의 경우는 리베이트 프로그램과 세액구조 조정 등으로 올 상반기 매출규모에서 10%대의 성장률을 보인 것을 비롯해 영국도 경마변혁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으로 소폭의 매출증대를 가져오는 등 희망의 기운이 감돌기도 했던 한해였다. 또한 경기 침체라는 공통의 위기를 놓고 세계 각국이 머리를 맞대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는 사실도 의미있는 일이었다.
본지는 올해 세계 경마계에서 있었던 주목할만한 이슈를 5대 뉴스 형식으로 정리, 다사다난했던 2010년을 되돌아본다. (편집자주)

파산 직전까지 몰린 NYRA
미국 뉴욕 경마협회(NYRA)의 파산 가능성 소식은 세계경마계를 큰 긴장감에 휩싸이게 했다.
지난 6월 뉴욕 경마협회 측은 심각한 재정상태를 이유로 뉴욕주(州) 3대 경마장인 벨몬트 파크, 애퀴덕트, 사라토가 경마장의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상금 편성은 물론 종사자 1400여명에 대한 임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소식은 특히 벨몬트 파크에서 열릴 예정의 삼관경주 를 앞둔 시점에서 터져나온 것이기에 그 충격의 강도는 더욱 컸다.
다행히 뉴욕 주정부가 2500만 달러의 공적자금을 임시방편으로 투입하면서 올해 개최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했으나 여전히 파산의 가능성을 지닌 시한폭탄으로서 사태는 해를 넘길 조짐이다.
방만한 운영과 내부 비리로 지난 20년간 끊임없이 재정위기 가능성이 대두되어왔던 NYRA의 유일한 돌파구는 현재로선 카지노 사업 운영을 통한 경마자금 확보다.
올해 1월 뉴욕경마협회 측은 애퀴덕트 경마장의 카지노 운영업자 선정을 순조롭게 진행하면서 그동안 불거져왔던 재정위기 극복의 숨통은 다소 트이는 듯 했다. 하지만 운영업자 선정과정에서 정치권과 연계된 로비 사실이 발각되면서 경마계는 물론 정계에도 큰 파장을 몰고 왔고 급기야 카지노 사업 운영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만약 내년 4월까지 카지노 사업에 대한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할 경우에는 뉴욕 주에서도 긴급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NYRA사태 파장은 다가오는 2011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시도
경제 위기 이후 세계경마계는 침체기를 벗어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특히 올해 일부 국가에서는 과감한 팬서비스, 온라인 마케팅전략 그리고 세액 구조조정 등의 시도를 통해 매출 반등을 가져왔다는 점은 매우 주목할만한 일이었다.
홍콩은 2009년 10%의 매출증가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4%의 대폭적인 성장을 보였다. 이 배경에는 바로 팬서비스의 강화를 주된 요인으로 들 수 있는데, 해외에서 열리는 경주에 대한 교차중계 경주수를 늘려 팬층의 다양한 선호도를 충족한 것을 비롯해 고객이 잃은 돈의 10%를 환불해주는 ‘리베이트 프로그램’도 대표적인 실례다. ‘리베이트 프로그램’은 경마팬의 베팅구조 상 전체 매출의 80%가 극소수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1일 베팅액이 한화로 약 150만원 이상 되는 VIP 고객에 대해 일부 손실액을 보전해주는 제도로, 이는 매출증가로 환원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프랑스는 단승식 마권의 공제율을 3.5% 인하하는 세액 구조조정을 통해 전년대비 단승식 마권의 매출이 14% 증가했으며, 영국은 지난해 발족한 ‘경마변혁 프로젝트’(Racing for Change)의 일환으로 경마팬 무료입장, 다양한 이벤트 등을 통해 올 상반기 3%대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특히 영국은 경마장마다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트위터, 페이스북)를 통해 스마트폰과 테블릿PC를 소유하고 있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펼쳐 인터넷 베팅 매출비중의 큰 증가를 가져온 점도 이채로웠다.

‘제니야타’(Zenyatta) 은퇴
북미 최다연승(19연승) 기록을 수립했던 ‘제니야타’(Zenyatta)가 지난 11월 브리더즈컵 대회를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2005년 9월 킨랜드 세일에서 6만 불이라는 저가에 마주 제리 모스에게 낙찰되었던 ‘제니야타’의 긴 여정은 그 자체가 전설(legend)이라고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2008년 브리더즈컵 레이디스 클래식 제패에 이어 2009년 암말로서는 최초의 브리더즈컵 클래식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던 ‘제니야타’는 GⅠ대회 13승(북미 최다 기록)을 포함해 19연승이라는 믿기 힘든 대기록을 세웠던 그야말로 여제 중의 여제다. 비록 2010 브리더즈컵 클래식에 도전해 아쉽게 코 차이로 2연패 달성에는 아쉽게 실패했지만, 은퇴 이후에도 북미 경마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고 있다. 라이벌로 꼽혔던 ‘레이첼 알렉산드라’(9/28 은퇴)와 끝내 맞대결을 이루지 못했던 점은 아쉬움을 남았다.
한편 아일랜드의 자존심 ‘골디코바’(Goldikova)는 11월 브리더즈컵에 출전해 마일 경주 3연패를 달성했다. 브리더즈컵 3연패는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이 점을 높게 평가받아 올해 까르띠에상(유럽 연도대표마)를 수상했다.

두바이, 중국 경마 개발에 나서
올해 3월 두바이의 메이단 시티 그룹이 중국 북부 허베이(河北)성 텐진(天津)시 330만(㎡) 부지에 대규모 경마 복합단지 조성할 것이라는 계획이 발표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텐진 말 문화 시티’(Tianjin Equine Culture City)라는 이름의 초현대식 경마 소도시를 만들겠다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여기에는 국제경기를 치를 수 있는 경,승마장과 최대 8,000두를 수용할 수 있는 경주마 생산 육성목장, 그리고 경주마 경매장과 검역소, 경마 교육학교 등을 포함해 7성급 호텔 등 각종 위락시설이 조성될 계획으로 총 40억불(한화 4조4천억 원)규모의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시행자인 메이단 시티 그룹은 올해 1월 개장한 두바이 메이단 경마장을 설계 시공한 바 있으며, 두바이 막툼 왕족이 대다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이 공사는 향후 10년간 모두 5단계에 걸쳐 진행될 예정으로 지난 7월 착공에 들어갔다.
중국은 2008년 우한에서 시범경마 시행을 시작으로 국제무대에 처음으로 공식적인 경마시행을 알렸으나 마권발매 허용불가 방침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외신들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경제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번 프로젝트가 중국경마의 문호개방이 멀지 않았다는 시그널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마이더스의 손’으로 통하는 두바이 막툼가(家)의 투자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더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경마계는 그 변화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공(人工)주로 논란 가중
지난 1월 미국 서부 산타아니타 경마장이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해 6일간이나 경마가 시행되지 못하자 전천후 만능주로라고 여겨지던 인공주로 시설을 철거하고 결국 더트 주로로의 회귀를 결정했다.
미 서부 모든 경마장의 인공주로 의무교체 법안을 가결했던 캘리포니아 경마 위원회(CHRB)도 불가항력의 사유를 인정해 산타아니타의 더트주로 교체를 정식허가했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인공주로의 찬반여부를 놓고 논란이 뜨거웠으며, 비단 산타아니타 만이 아닌 북미 경마장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인공주로가 우천에 대해 취약점을 드러내자 이를 계기로 더트주로로 대변되는 북미 경마의 전통을 되찾아야 한다는 더트주로 지지파와 인공주로 교체 이후 경주마의 예후사고가 크게 줄어든 근거를 들며 단지 상업적인 이유로 말의 안전을 뒷전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인공주로 지지파 간의 찬반양론이 팽팽했다.
생산업체에 따라 폴리트랙, 쿠션트랙, 프로-라이드, 타페타 등 크게 4가지로 나뉘어지는 인공주로 가운데 산타아니타 경마장에 설치되었던 프로-라이드(pro-ride)만이 유독 배수에 취약점이 있다는 사실이 사후 조사에서 밝혀졌지만 인공주로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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