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의 경마공원 산책
기수는 연극무대로 말하면 배우이고 조교사는 연출자내지는 무대감독이다. 경마가 아닌 다른 스포츠로 말하면 기수는 선수이며 조교사는 감독에 해당한다. 물론 마주는 구단주격이다. 기수들은 경주에 나갈 마필들을 훈련하며 조교사는 마필의 훈련을 지시할 뿐만 아니라 마방을 총 관리한다. 기수가 경주에 기승하는 말을 모두 훈련시키지는 않는다. 지금과 같이 프리기수제도가 생긴 이후로는 더욱 더 그렇다. 경주에서 마필기승이 프리기수에게 집중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아마도 프리기수들이 경주에 기승하는 말들 중 훈련을 해보고 기승하는 경우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새벽부터 아침까지 마필을 훈련시키는 시간은 대략 3시간정도 된다. 이 시간동안에 기수한명이 훈련하는 마필두수는 4~6두정도이다. 훈련마필 중에는 금주에 출전하는 마필과 차주에 출전하는 마필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한주에 기승하는 경주마가 7두이상이면 아마도 훈련을 해보지 못하고 경주에 출전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보면 된다. 현재 기수 전체의 3분의 1정도가 프리기수다. 한해에 전체기수가 가져가야 할 상금의 총액 중 70%를 프리기수가 가져간다. 이것을 보면 경주출전이 프리기수에게 집중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총 우승횟수가 기수전체의 3분의2에 해당하는 조에 소속된 계약기수들의 총 우승횟수보다 훨씬 많다. 프리기수제도가 생기기 전에는 기수전체가 조교사와의 계약제였다. 그러므로 자기가 계약되어 있는 소속조에 속한 말 위주로 기승을 하였다. 프리기수제도 이후에는 마주나 조교사가 기승기술이 좋은 프리기수 위주로 말을 태우고 싶어 한다. 프리기수의 경우 기승하는 각 마필들의 습관과 컨디션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기승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조교사가 보완해 준다. 말의 질주습성, 컨디션 그리고 그에 따른 경주전개 등에 대해 작전을 내려준다. 그러나 프리기수들은 실력으로 이러한 단점을 극복해 낸다. 경마팬들이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은 해당마필을 기승하는 기수와 해당마필을 관리하는 조교사가 그 마필의 경주결과를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는지에 대하여 궁금하게 생각할 것이다. 해당 마필을 직접 기승하는 기수라 할지라도 그 마필을 직접훈련하고 기승을 한다면 마필의 컨디션정도는 알고 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대략적인 자료만을 가지고 입상에 대한 가능성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조교사의 경우에는 채식상태나 훈련상태 등을 파악하고 있지만 마필의 컨디션이라는 것이 갑자기 좋아지거나 반대로 아주 나빠지면 눈으로 보아도 쉽게 마필의 상태를 파악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컨디션의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기수와 조교사를 해보았던 나의 경우도 마필의 컨디션 변화가 큰 경우는 알 수 있지만 아주 미미한 경우는 변화를 느낄 수 없었다. 기수나 조교사도 경주를 추리하는 능력이 개별적으로 다르므로 경주결과에 대한 적중확률이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보면 경마관련 예상지에서 예측하는 정도이거나 조금 넘는 수준이지 커다란 차이는 나지 않는다. 그러나 경마팬들은 기수나 조교사는 경주결과에 대한 예상에 대한 적중률이 매우 높을 것으로 믿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일부 기수나 조교사는 일반 경마예상지보다 형편없는 확률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비유하자면, 카지노의 딜러가 직접 고객이 되어 베팅을 한다고 하여 고객의 수준을 크게 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될 것이다. 경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해당 마필의 컨디션이나 채식상태등도 우승 마필을 맞추는데 중요한 요소이지만 기수가 기승하는 마필과의 호흡과 해당마필의 능력을 어느 정도 끌어 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나와 동기생인 기수 11기들이 기수훈련원 시절 모의베팅을 여러 번 해본 적이 있다. 그때는 기수후보생도 졸업 6개월을 남기고 각 조교사에게 배치되어 새벽훈련에 참가를 하였다. 각자 자기가 훈련을 한 마필이 경주에 나가게 될 경우 경주성적을 예상하여 내기를 하곤 했다. 예상결과에서 패한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과자를 사주는 내기였다. 그때의 기억으로는 단승식 적중확률이 20% 정도를 넘지 않았던 것 같다. 전쟁에서는 군인이 주인공이고, 스포츠에서는 선수가 주인공이며, 경마에서는 말과 기수가 주인공이다. 말과 기수를 한 세트로 보아야 하는 것이 다른 스포츠와 다른 점이다. 경마에서 마권의 적중은 복잡한 통계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경마팬들 중 일부는 기수나 조교사와 결탁하면 한 밑천 챙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을 경험한 사람만이 알 것이다.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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