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의 경마공원 산책
한국의 경매는 대부분 1세와 2세마 경매이다. 외국에서는 씨암말경매도 활성화되어 있지만 한국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1세마 경매는 대략 생후 15~18개월령 마필들이 참가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1세마 경매는 2세마에 비해서 낙찰률이 저조하지만 매년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1세 때 선점하지 않으면 2세 때는 좋은 말을 낙찰받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마필생산 농가의 입장에서도 미리 팔아서 자금 회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1세 경매에 상장시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2세마의 경매추세는 트레이닝을 시켜 구보나 습보로 달리는 모습을 경매장에 설치된 화면을 통하여 보여 주곤 한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200M를 전 능력으로 달려 그 기록을 가지고 경매를 하는 브리즈업(breeze-up) 세일이 곧 생겨 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마팬들은 마필을 경매하는 모습과 말을 선정하는 방법 등에 대하여 궁금하게 생각 할 것이다. 우선 경매에 참가하여 마필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경매 전까지 경매신청금을 납입해야 한다. 경매의 참가자격은 제한이 없다. 마주가 아니라 해도 자격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경매의 참가자들은 대개 마주와 조교사들이다. 가끔 마주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참가하기도 한다. 구입할 추천마 선정은 대다수의 마주들이 조교사에게 위임을 하거나 조교사와 함께 상의하여 선정한다. 마필의 선정시 고려하는 사항은 부마와 모마의 혈통과 경주성적 그리고 형제마들의 경주성적을 기본으로 본다. 그런 후 마필의 생김새를 보게 되는데 요즘은 조교사와 마주들 모두가 키가 크고 중량이 많이 나가는 말들을 선호한다. 마필의 생김새는 조교사들마다 선호하는 관점과 취향이 조금씩 다르다. 가슴이 넓은 말을 좋아 하거나, 어깨가 잘생겨야 되거나, 콧구멍이 크고 하악부의 넓이가 넓어야 하거나, 엉덩이가 잘생겨야 하는 등 여러 사항들을 참고로 한다. 그러나 좋고 잘 생긴 말들은 대다수의 조교사들의 눈에 띄게 된다. 잘생긴 마필 중에도 지세(서있을 때 다리의 모양)와 걸음걸이에 문제가 있는 말들도 간혹 있다. 조교사와 마주들은 서로의 의견 교환을 통하여 구매 할 예비마필 3~5두 정도를 미리 정해둔다. 예상 낙찰가를 금액대별로 선정해 두고 해당 마필이 경매장에 나오면 경매에 참여하게 된다. 생각했던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거나 여러 사람들이 경쟁에 참여 할 경우는 경쟁에서 일찌감치 포기하기도 한다. 좋은 말들은 여러 사람들이 경쟁을 하게 마련인데 시작부터 호가로 고액의 가격을 불러 상대방의 기를 꺾어 낙찰을 받기도 한다. 어느 마주는 한두 차례 최고가의 마필을 낙찰받은 후 그 지명도를 이용하여 다른 경매에서도 경쟁자들을 주눅 들게 만드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경매에 참여하게 되면 상대방과의 경쟁에서 지고 싶지 않은 묘한 승부심리가 작용한다. 그리하여 본인이 구매 하고자 했던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구입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서울마주와 부산마주 간에는 지역별 경쟁심리도 가끔 작용한다. 모두에게 관심이 가는 말이 경매장에 나오면 서울과 부산마주 간에 자존심 경쟁이 펼쳐지기도 한다. 과연 어느 곳의 마주가 최종낙찰자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런 경우 최종낙찰자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부산경마공원이 개장되기 전에는 서울경마공원의 조교사와 마주들만 참가하다보니 서로간의 지나친 경쟁은 피하였다. 가령 고가의 말을 구매하고자 하는 마주들 간에 사전 교통정리를 조교사들이 하였다. A말은 내가 양보할테니, B말은 나에게 양보하라는 식이었다. 그리고 고참조교사와 낙찰 경쟁을 벌이는 경우 후배조교사가 양보하는 모습도 있었다. 그러던 것이 부산조교사들이 참가하면서부터 양상이 달라졌다. 서울의 선배조교사와 가격경쟁을 벌여도 양보하지 않고 끝까지 경쟁하여 낙찰받는 사례들이 늘어났다. 그러자 서울 조교사들 사이에 “부산조교사들 무섭다”라는 이야기가 생겨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제는 서울 조교사 간에도 양보하는 모습들이 점차 사라져 갔다. 이제는 조교사간에 양보하는 미덕을 경매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의 경매형태는 좋은 말은 경쟁이 더욱 심해지고 중급이하의 말들은 거의 쳐다보지도 않는 형태로 바뀌었다. 그러다보니 생산농가에서는 좋은 말은 어떻게 해서든지 비싼 가격을 받으려고 한다. 그래야 수지타산이 맞기 때문이다. 경매 가격이 높은 말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잘 뛸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것은 분명하다. 적은 가격으로 낙찰 받은 말이 성공하게 되면 기쁨은 그만큼 커지게 되지만 그것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경매는 조교사와 마주에게 늘 기대와 희망을 가져다주는 행사인 것이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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