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산업 순환 구조의 종착점이자 시발점, 교배 본격 시작

바람에 봄 내음이 실렸다. 한낮에는 따듯한 느낌마저 든다. 멀리 제주에서는 벌써 유채꽃이 한창이란다. 가물었던 올겨울도 끝나는 듯하다.

봄을 알리는 매년 3월은 말산업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달이기도 하다. 경주마, 승용마 등 말들의 교배 시즌이 본격적으로 다가온 것. 계절 번식 동물인 말은 일조 시간에 맞춰 발정기에 접어들며 습성상 매년 2월부터 6월까지 교배한다. 수말은 시기에 상관없이 교배할 수 있지만 암말은 이 시기에 호르몬이 증가하면서 3주에 한 번씩 발정한다.

진행 과정도 쉽지 않다. 씨수말은 성욕이 강하다 보니 성격이 약간 포악하고 소유욕이 강한데 무는 형태로 소유욕을 드러내는 습성이 있다. 첫 교배를 하는 암말의 경우도 예민한 만큼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교배를 지원하는 직원들 역시 전문적인 기술을 갖춰야 한다고.

보통 한 마리를 수태하는 말은 335~340일 정도 임신 기간을 거쳐 망아지를 출산한다. 교배가 2월에서 6월에 집중됐기에 말들은 3~4월생이 압도적이다. 즉, 교배 시즌 전후로 지난해 교배 결과인 망아지들이 태어나게 되는데 목장 종사자들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생명의 탄생을 지켜보고, 돕는다. 엄마 배 속에 있던 망아지는 머리가 아니라 다리부터 내밀고 나오며 태어나자마자 혼자 힘으로 기립하고 엄마 젖도 찾아 먹는다. 육식동물, 맹수들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진화한 습성이라고.

무엇보다 교배는 말산업 순환 구조의 종착점이자 시발점으로 생산 농가의 소득 원천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경주마 또는 승용마는 태어난 후 육성과 훈련, 시합을 거쳐 우수한 능력을 선보인다. 은퇴 후에는 다시 개량을 위해 생산에 투입, 씨수말과 씨암말로 활동하며 유전 능력을 자손 대대로 물려준다. 우수한 씨수말의 경우 교배료가 수백에서 수천만 원에 달한다.

국내 유일의 말산업 전담 기관, 한국마사회는 국산마 경쟁력 확보와 수준 향상을 위해 매년 경주마 생산 농가에 유·무상으로 교배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메니피’, ‘피스룰즈’ 등 8두의 씨수말을 투입해 무상 534두, 유상 98두 등 총 632두에 대해 지원한다. 씨수말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인기 씨수말을 균등 배분하는 등 가동률을 높여 농가 만족도를 올린다는 방침.

(사)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도 ‘애니기븐새터데이’, ‘콜로넬존’ 등 경쟁력 갖춘 씨수말을 투입해 적정한 가격에 지원하고 있으며, 민간 목장 또는 조합에서도 혈통에 따른 ‘궁합’을 연구하고 저평가된 씨수말을 도입해 경쟁력 갖춘 국산마 생산에 앞장서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347호인 ‘제주마’의 체계적 혈통 관리 및 경주 능력이 우수한 씨수말의 활용도를 증대하고자 제주 축산진흥원도 제주마 사육 농가를 대상으로 ‘무상 교배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무사히 교배가 끝나고, 이듬해 태어난 망아지들은 경매 무대에 서게 된다. 누가 더 잘 생겼는지, 누가 더 혈통이 좋은지 멋짐을 뿜어내는데 늘씬한 다리와 목선, 절도 있는 걸음걸이를 보는 재미는 경매의 묘미. 올해 첫 경매는 3월 19일 제주 조천읍에 위치한 렛츠런팜 제주 경매장에서 열리며 5월과 9, 10, 11월 등 총 5번 열린다. 내륙에서는 4월과 6, 10월 3번 열릴 예정이다.

필자는 매해 교배 시즌이면 제주를 찾아 무사고 기원제도 참석하고, 교배도 관람하고, 올해 농사가 어떻게 될지 현장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3년 전에는 교배 전 과정을 직접 취재했는데 참으로 신비로웠던 기억이 있다. 안전한 교배 진행을 위한 현장 관계자들의 수고도 상당했다. 렛츠런팜 제주는 올해도 관광객을 위해 교배 관람을 진행 중이다. 만 19세 이상 성인이어야 한다. 교배가 이뤄지는 오전 9시와 오후 2시 한국마사회 렛츠런팜 제주 교배소의 교배 관람대를 방문하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사진은 지난달 녹원목장에서 출생한 ‘퍼지’와 ‘우승터치’ 사이에서 태어난 망아지. 한 생명이 탄생하는 기쁨, 그 아름다움은 사람이나 말이나 똑같은 듯하다(출처= nellhw 인스타그램).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말산업 칼럼 필진으로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가 합류합니다. 현장 중심의 말과 사람 이야기도 다루고, 말산업 전문 언론의 자화상을 담아 현장가 및 종사자들에게 통찰과 아이디어를 던집니다. 특히 국민이 승마와 경마, 말산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문화, 예술과 접목한 쉽고 재미있는 칼럼으로 독자들께도 다가가고자 합니다. 그럼으로써 우리 말산업 정책이 근본적으로 ‘아래로부터’ 수립될 수 있도록 이슈 파이팅을 전개합니다. 제보 및 문의(cromlee21@horsebiz.co.kr)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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