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의 경마공원 산책
우리는 가끔 심판매수와 승부조작에 관련된 뉴스를 접하게 된다. 이러한 일들은 국내만이 아니라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 아주 드물게는 도박사들이 관련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며칠전 일본에서는 스모선수 7명이 승부를 조작한 사건이 벌어졌다. 경기에서 져주는 조건으로 돈을 받은 사건이었다. 일본의 국기인 스모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었고 경기가 65년 만에 처음으로 중단되었다. 국내의 경우도 아마추어 뿐만 아니라, 프로에서도 져주는 경기를 해 매스컴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 고등학교의 경기는 대학의 입학여부가 달려 있기 때문에 이미 대학에 진학이 결정된 팀이나 개인이 그렇지 못한 상대방에게 고의로 경기를 져주는 경우가 발생한다.

일반적인 스포츠 분야에서도 경기 부정이 발생 하는데 돈과 연관되어 있는 경마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조교사는 모든 경주의 작전이 항상 우승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말을 타라고 지시하는가? 기수는 모든 경주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는 말몰이를 하는가?

가끔 기수와 조교사가 부정경마로 옷을 벗는 경우가 발생하는 상태에서 경마팬들은 기수와 조교사에 대한 믿음이 크지 않다. 그러나 경마부정과는 전혀 관계가 없이도 어쩔 수 없이 말의 전능력을 끌어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운동기 질병이 진행 중이거나 각종 질병에서 완전하게 치유되지 않은 말이 경주에 출전 했을 때가 이런 경우다. 이럴 때 전능력을 발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죄가 된다면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수와 조교사는 없다.

경마공원에 입사되어 있는 약 1550두의 마필중 이런저런 질병과 관련되어 있는 말은 대략 30% 정도이다. 경마팬들의 입장에서 보면 건강하지 않은 말이라고 하여 경주에서 전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는 것은 경마팬을 우롱하는 것이며 더 오버해서 말한다면 사기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운동기 질병이 있는 말을 채찍으로 두들겨 패면서(?) 전능력을 발휘하게 될 때 그 마필의 경주수명은 얼마나 될까. 말의 주인인 마주와 말의 관리를 총괄하는 조교사나 또한 말에 기승하는 기수들은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얻으려고 열심히 기승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며 필수이다. 그러나 말을 보호해야 하는 어려움도 따른다. 아무리 마필보호라는 측면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이해해 줄 경마팬은 얼마 없다. 아마 경마팬들의 입장에서는 왜 그런말을 경주에 내보내냐고 반문 할지도 모른다. 경마팬들의 이런 반문에 말의 주인인 마주는 어떤 생각을 할까? 무리하게 말몰이를 하여 우승을 하였지만 폐사처리 된다면 우승이 달갑겠는가? 아니면 말의 건강이 악화되지 않을 정도의 최선을 다하여 우승을 하게 되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좋겠는가? 경마팬이 마주의 입장이라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가장 좋은 해답은 고장도 없으면서 우승까지 하면 좋겠지만 운동기 질병이 있는 경우 두 가지 모두를 만족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마주와 조교사들이 모두 건강한 말들만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 전 세계의 모든 경마개최국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운동기질병이 있는 말들도 경주에 내보낼 수밖에 없다. 건강한 말들만 경주에 내보내라고 한다면 마주는 경주에서 얻은 수익보다 말을 사는데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할 것이고 이렇게 된다면 마주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경마팬들도 어느 정도는 이해 할 수밖에 없는 것이 경마의 현실이다. 운동기 질환마가 경주에 출전할 경우 대다수 조교사들의 작전멘트는 “크게 무리는 하지 말고 기승하되, 우승을 할 수 있으면 해라”는 작전을 내린다. 뒤집어 말하면 이길 수 있으면 좋지만, 크게 무리는 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 뿐만 아니라 전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또다른 경우도 있다. 차후 경마대회를 염두에 두고 출전하는 경우이다. 경마대회에 겨냥해 소위 몸을 풀기 위해 출전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핸디캡 경마대회에서 부담중량을 덜 받기 위해서다. 또다른 경우는 경마대회를 앞두고 해당마필의 출주주기에 따른 경주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출주하는 경우이다. 경마선진국에서는 위에서 예를 들었던 경우를 경마부정으로 보지 않는 나라들이 많다. 이런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상황도 경주 작전의 하나라고 보기 때문이다. 즉 이런 경우의 수도 베팅을 할 때 참고로 해야 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이해하는 폭은 경마 후진국일수록 좁다. 그러나 너무 관대해서도 안된다고 본다. 이것을 이해와 관대라는 잣대로 봐준다면 그것을 뒤집어 쓴 또 다른 부정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운동기 질병 등이 있거나 또한 경마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한 전략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경마팬들이 이해 할 수 있는 정도의 말몰이는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경마팬들도 최소한의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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