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멘” 자세를 하는 이유는 공기 중에 퍼뜨려진 성호르몬인 “페로몬”을 감지하기 위하여 냄새를 코 깊숙하게 들이 마시기 위하여 취하는 자세이다. 암말이 발정 오게 되면 오줌의 색깔과 냄새가 변한다. 이 냄새를 수말들이 맡게 되면 흥분을 하게 되고 행동을 자제할 방법이 없게 된다. 심벌을 길게 내놓고 좌우로 흔들거나 배 쪽으로 들어 올려 툭툭 치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은 봄이 되면 예시장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가 있다. 이 모습을 그저 재미로 보거나 하나의 흥밋거리로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좀 더 센스가 있는 경마팬이라면 발정이 온 암말과 수말의 이러한 행동이 경주 성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 해 볼 것이다. 이에 따른 베팅전략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해본 경마팬들도 있을 것이다.
암말은 발정이 오는 봄이 아니어도 수말에 비하여 평상시 컨디션의 변화가 심한 편이다. 내가 기수 때 경험한 경우에서도 그렇다. 지난 경주의 성적과 기록으로 볼 때 이번 경주에서는 좋은 성적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며 기승을 하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경우들이 수말에 비하여 많았다. 분명 암말이 수말에 비하여 컨디션의 변화가 큰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런데 암말이 발정까지 왔다면 컨디션의 변화는 더 심할 수 있다. 발정이 온 암말이라고 하여 경주에서 우승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확률이 떨어질 가능성은 있다.
그렇다면 발정이 온 암말로 인해 흥분하는 수말은 어떠할까? 지나치게 흥분하게 되면 경주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 질 수 있다. 그러나 수말들은 발주기에 들어서고 경주가 시작되면 곧바로 경주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경주 전에 지나친 흥분으로 인하여 호흡과 맥박수가 지나치게 올라가게 되면 경주에서 빨리 지쳐버리는 경우가 발생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심한 경우가 아니면 곧바로 평상시의 호흡과 맥박수를 유지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이러한 말들은 평상시의 그 말에 대한 믿음을 100으로 본다면 발정 온 암말의 점수는 80으로, 흥분한 수말은 90 정도의 신뢰도를 갖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제 한두 달이 지나면 경마공원에도 봄의 색깔로 옷을 갈아입을 것이다. 서울경마공원의 명물인 벚나무에 물이 오르고 청계산에 붉은 진달래가 자태를 뽐낼 것이다. 산새는 짝을 찾기 위하여 목청을 높여 울어 대고 경주마들은 따듯한 햇살에 몸의 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 예시장에서는 가끔 민망함을 연출하기도 할 것이다. 수말이 흥분했다는 것은 행동을 통하여 곧바로 알 수 있지만 암말의 발정은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윙크”라고 하여 꼬리를 살짝 들어 올리고 심벌을 벌렸다 오므렸다를 반복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또한 엉덩이를 낮게 내리고 노란 오줌을 누는 경우도 있다. 이런 행동은 수말을 꼬시기(?) 위한 행동으로 발정 온 암말들이 나타내는 행동들이다. 봄에는 예시장에 나온 말의 상태를 중계 화면으로 보는 것 보다는 직접 예시장에서 살피는 것이 좋다. 발품을 많이 판 만큼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경주마의 컨디션을 잘 유지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경주에서 말이나 기수가 약간의 긴장을 하는 것은 경주에 도움이 되지만 지나친 흥분은 경주를 망칠 수 있다. 암말이 발정 오는 봄이 되면 발정과 관련하여 가끔 예시장에서 연출되는 모습과 그에 대한 경주성적에 대한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