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의 경마공원 산책
말의 질주습성은 말의 성격과 근성에 많은 관련이 있다. 말의 질주습성이란 경주전개 스타일을 말한다. 도주, 선행, 선입, 자유, 추입으로 분류한다. 급한 성격의 말은 대체로 선행마가 많으며 느긋한 성격의 말은 추입마가 많다. 그러나 평상시는 급한 성격의 말이 경주에 나가면 차분하게 변하는 말도 있고, 반대로 느긋했던 말이 급한 성격으로 변하기도 한다. 육상에서 장거리나 마라톤 같은 경우는 작전이라는 것이 있어 작전대로 레이스를 펼치려고 노력하지만 경마에서는 말의 습성을 고려한 경주작전을 펼친다. 선행마가 뒤에 따라가다가 추입으로 우승을 하기는 쉽지 않으며 반대로 추입마가 선행을 가서 우승하기가 또한 쉽지 않다.

말의 경주 습성인 질주습성은 선천적으로 정해지기도 하지만 후천적으로 만들어 지기도 한다. 가끔 선행마가 단거리에서 장거리로 승군하면서 경주성적이 신통치 않을 경우 추입마로 질주습성을 변경하기도 한다. 질주습성의 변경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훈련중에 질주습성변경 훈련기법 트레이닝을 실시해야 하며, 무엇보다 실전 경주에서 여러 번에 걸쳐 질주습성 변경을 시도하면서 충분한 적응을 마쳐야 한다. 그래야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질주습성변경에 걸리는 시간은 말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지만 대략 3~6개월은 소요되며 질주습성변경이 전혀 되지 않는 말도 있다. 질주습성 변경을 통하여 좋은 성적을 얻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질주습성을 변경하지 않고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에는 과감히 질주습성 변경을 시도하기도 한다. 질주습성 변경은 선행마를 추입마로 변경하는 경우가 추입마를 선행마로 변경하는 경우보다 많다. 질주습성 변경에 따른 경주성적도 장거리에서는 전자가 단거리에서는 후자가 더욱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요즘 기수들의 경주전개는 선행이나 선입 형태의 레이스를 펼치는 경향이 강하다. 다시 말하면, 게이트를 출발하여 골인을 하기까지 전반의 화롱타임이나 후반의 화롱타임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가 기수시절만 하여도 선행보다는 추입위주의 레이스를 선호하였다. 전반의 화롱타임보다 후반의 화롱타임이 더욱 빠르면서도 그 차가 컸다. 그러나 요즘의 기승전개는 경마선진국의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다. 전반과 후반의 화롱타임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은 전 구간을 거의 같은 속도로 달린다는 의미다. 이런 경주전개의 스타일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말은 순발력과 지구력을 적절하게 겸비하고 있는 말들이 성공하기 쉽다. 과거에는 전반에 경주전개가 늘어지다 보니 추입마들이 성공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후미에 따라가다가 이기는 말 보다는 선행이나, 선입으로 가다가 이기는 말들이 더욱 많다. 결과가 이러다 보니 대개의 기수와 조교사들이 전형적인 추입마 이외에는 선입 스타일의 마필을 원하고 또, 말의 질주습성도 그렇게 만들어 가고 있다. 다만 이런 경주전개 레이스에서는 추입형태의 레이스보다 운동기질병의 발병률이 높다. 그 이유는 모든 경주구간에서 말에게 숨을 돌려 줄 시간도 없이 내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기수들의 말몰이는 편하다. 소위 말해서 말이 가는대로 가는 경주전개이기 때문이다. 추입형태의 경주전개에서는 말의 힘을 비축하면서 달려야 하기 때문에 기수는 짧은 등자를 밟고서 말을 제어하면서 기승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말의 질주습성은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말의 성격이나 근성, 기질, 습성 등에 따라 많이 좌우되지만, 조교형태와 경주전개를 어떻게 펼치냐에 따라 질주습성이 변할 수 있고, 그것이 그 마필의 질주습성으로 굳어져 버리기도 한다. 성별에 따른 질주습성의 스타일을 보면 수말이 암말보다 추입마가 많다. 그것은 암말에 비하여 수말의 성격이 느긋한 마필이 더 많기 때문이다. 1등급의 마필 중 암말에 비해 수말이 훨씬 많은 것은 힘이나 지구력 면에서 강한 것이 주원인이기도 하지만, 장거리에 유리한 추입형태의 질주습성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말의 질주습성은 기수가 어떤 스타일의 경주전개를 선호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선행이나 선입을 좋아하는 기수가 있는가 하면, 추입을 좋아하는 기수가 있다. 선행을 좋아하는 기수는 신마가 추입마 스타일인데도 선행을 가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태가 몇 번 반복되다 보면 추입마가 선행이나 선입으로 바뀌게 된다. 반대로 추입을 좋아하는 기수는 선행이나 선입마를 가지고 뒤를 따라가다 보면 추입마로 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마필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질주습성을 찾아내어 그것을 극대화하는 경주 전개가 가장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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