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만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장 특별 인터뷰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역대 최저 낙찰률을 기록하며 마친 3월 제주 경매는 국내 말 생산농가의 어려움을 여실히 드러냈다. 경매 당일 분주하게 경매장을 오가며 현장을 진두지휘한 김창만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장과 경매 뒷이야기를 나눴다.

 

“위탁생산은 결국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국내 위탁생산 규모 도 넘어···곧 농가 모두 망해
브리즈업, 제도 개선 시까지 한시적 미시행일 뿐
마주는 마주의 역할 해주시길”

-올해 첫 경매임에도 경매 결과가 저조하다. 어떻게 보는지

"예견된 일이다. 한 번 넘긴 넘어야 할 상황이다. 부산마주들이 경매 참여를 보이콧해서가 아니고 실질적인 말 구매자가 없다. 많은 마주가 위탁생산이라든지 차명생산으로 이미 말을 확보해 놓은 상태이다. 마주 입장에서는 경매에 굳이 참여 안 해도 된다. 수요가 충족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위탁생산이 왜 문제인가

"현재 협회에서는 위탁생산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회원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추정해볼 때 500~600두가량은 위탁 또는 차명 형태로 생산되는 걸로 보인다. 국내 경주마 시장 규모가 최대 1100두인데 500두 이상 위탁생산을 해버리고, 생산마주들이 150~200두가량을 먼저 가져가 버리면 개별거래 포함해서 남는 건 300~400두 정도의 시장뿐이다. 300~400두 경주마 시장 가지고 운영이나 할 수 있겠나"

"위탁생산이란 게 옛날 같으면 소작과 비슷하다. 우리가 농가 시설을 갖춰놓고 대신해 생산하고 육성하는 것이다. 지금 생산농가들의 형편이 어려우니 암암리 위탁생산을 맡아 하는데 결과적으로는 전체 생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게 가장 어렵다"

-그래서 위탁생산 제한에 대해 결의를 하게 됐나

"생산자 스스로가 위탁생산을 자제하자는 뜻으로 총회 때 위탁생산 제한에 대해 결의를 했다. 궁여지책으로 정말 어려운 농가의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위탁생산은 보통 어떻게 이뤄지나

"서울이든 부산이든 경주에 뛰고 나면 퇴역을 하는데 퇴역한 자신 소유의 경주마를 생산농가에 맡기고, 그 말을 통해 생산된 2세마를 자신들이 다시 가져가는 방식이다. 보통 매달 70~80만 원가량의 위탁생산비를 지급하는데 생산자 입장에서는 당장 금전적인 이득이 생기니 혹할수 밖에 없다. 그리고 자신의 농가에서 태어나고 팔린 말이 잘 뛰면 퇴역할 때 마주에게 그 말을 다시 좀 파시겠습니까? 이러면 대번에 '위탁사육해주세요'라고 많은 마주가 답한다"

▲3월 19일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소재 경주마 전용 경매장에서 열린 ‘3월 경주마 제주 경매’에 참석한 김낙순 한국마사회장(가운데)과 김창만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장(왼쪽), 권광세 한국내륙말경주마생산자협회장(오른쪽). ⓒ말산업저널 황인성
▲3월 19일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소재 경주마 전용 경매장에서 열린 ‘3월 경주마 제주 경매’에 참석한 김낙순 한국마사회장(가운데)과 김창만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장(왼쪽), 권광세 한국내륙말경주마생산자협회장(오른쪽). ⓒ말산업저널 황인성

-파생되는 다른 문제점은

"1·2군 경주에서 잘 뛴 씨암말들이 농가에 환류가 돼 퍼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마주들이 수요자를 넘어 생산에까지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구매자인 마주들이 망아지를 보러 왔다가 다른 망아지도 봐야 할 텐데 편향적으로 위탁생산된 망아지만 보고 간다. 자연스럽게 경매는 관심 밖일 수밖에 없다"

-부산마주들이 보이콧했는데

"앞서 설명한 위탁생산의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총회에서 좀 자제하자고 논의하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약간의 페널티를 주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부산마주협회에서는 이에 대해 보이콧했다. 경마의 본질은 생산이다. 서양에서 경마가 시작할 때부터 생산을 위한 경마였지, 경마를 위한 생산은 아니다. 생산이 경마의 부산물이라면 희망이 없다"

-위탁생산 문제 말고도 생산자들에 대한 마주들의 불만이 있던데

"생산마주 문제가 그럴 것이다. 실질적으로 생산자들이 마주들의 권익을 침해하거나 위신을 떨어뜨린 적은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말을 꼬불쳤다가 가져간다든지 부정적인 오해가 있더라. 작년 오크스배에서 우승한 장철환 마주와 재작년 코리안더비에서 우승한 김선식 마주 모두 생산자이지만 행간에 떠도는 소문들은 사실과 다르다"

"장철환 마주가 생산한 경주마는 말이 다쳐서 어쩔 수 없이 갖고 들어간 거고, 김선식 마주는 1억 원에 아무도 안 사가니깐 생산자마주가 직접 운용한 건데 감췄단 오해를 많이 한다. 생산자가 사료비, 건초비가 없어서 힘든 지경인데 말 관리를 따로 한다니 참 쓴웃음이 나온다"

-브리즈업 미시행에 대한 불만도 있던데

"브리즈업도 오해가 많다. 브리즈업과 관련해서는 한국마사회하고 진흥협의회를 하는데 작년 4월경 브리즈업 경매 개선방안이 없으면 시행하기 힘들다고 마사회 측에 전달했다. 그런데 마사회에서는 답이 없었다. 계속 문제를 제기해도 명쾌한 답을 듣기는 어려웠다. 마사회에서도 브리즈업 지원 또는 보조비용 증액은 어려울 것이다"

-브리즈업 시행에 어떤 어려움이 있다는 건가

"브리즈업을 시행하는 비용도 부담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말들이 부상을 당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말들이 단기간에 훈련을 하다보니깐 뭐 남아나질 않는다. 양만일 전 회장님의 경우는 브리즈업 시행을 위해 7마리를 맡겼는데 3마리는 산통으로 폐사하고, 4마리는 관절이 나빠져서 못 쓰게 됐다. 결과적으로 비용은 모두 지불하고 말 7마리를 모두 못 쓰는 거다. 그러면 웬만한 농가는 일어나지 못한다. 그 정도로 생산자들에게 브리즈업은 부담이 크다. 아울러, 100마리가 브리즈업 참여를 하면 15마리 팔리는 게 고작이다"

-브리즈업이 필요하지 않다는 건가

"현재 안고 있는 문제점이 크기 때문에 제도가 개선되는 시점까지 중단하고 협의를 해보자는 취지이지 마주가 밉다거나 브리즈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마사회에 대한 불만이나 요구사항은 없나

"생산자 입장에서는 현 경마제도가 생산을 옥죄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국마사회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인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경마의 본질은 생산인데 생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다른 곳에 관심이 쏠려있는 것 같다. 파트2에 맞추려고 억지로 끼워 맞추려다 보니 생산은 생각 안 하는 것 같다. '생산자 너네는 따라와라. 우리는 마주를 빌어서라도 경마의 수준을 높이겠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생산을 기반으로 점진적인 질적 향상을 이뤄가는 게 아니라 외국에서 좋은 말 몇 마리 가져다가 생산하고, 어디 해외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홍보해서 포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생산에 초점을 맞춰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해외에서는 경주마 경매가 활성화돼 있고, 많은 거래가 경매를 통해 이뤄진다. 국내는 경매가 너무 위축됐는데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자가생산 또는 위탁생산으로 이미 경주마가 확보되다 보니 경매 참여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생산자협회 차원에서 경마본부에 끊임없이 경매 활성화를 통한 유통 정상화 방안을 요구했다. 최근에 와서는 경매 특별경주나 우대경주를 늘려가고 있는 추세이지만 아직은 부족한지 마주들의 실질적인 구매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오늘 김낙순 회장이 경매장을 방문해서 한 번 더 말씀드리긴 했지만, 마사회·생산자·마주 등이 모여 TF를 구성하든지 새로운 대책이 나와야 활로를 찾을 수 있다"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생산은 생산자들에게 맡기고 마주들은 마주의 자리에서 한국경마의 든든한 지원자로 남아주셨으면 좋겠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 우리 생산자들이 이런 행보를 한 것에 무슨 다른 뜻이 있겠는가. 아주 큰돈이 벌리는 일도 아니고 30년간 묵묵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좋은 경주마를 생산해내는 일을 하고자 할 뿐이다. 최근 행보는 우리 업계가 살아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거다. 마주들은 말을 안 길러도 사업하는데 아무 문제없고 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말을 못 기르면 죽는다. 그게 우리의 절실함이다. 그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해 좋은 말을 잘 생산해 내겠다"

▲김창만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장은 마주들의 위탁생산이 도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1100두 규모의 국내 경주마 시장에서 500두 이상은 위탁생산으로 이뤄진다는 게 김 회장의 말이다. 마주는 마주로서, 생산자는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창만 회장의 모습. ⓒ말산업저널 황인성
▲김창만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장은 마주들의 위탁생산이 도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1100두 규모의 국내 경주마 시장에서 500두 이상은 위탁생산으로 이뤄진다는 게 김 회장의 말이다. 마주는 마주로서, 생산자는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말산업저널 황인성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