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의 경마공원 산책
경주용 말을 구입하는 방법은 경매와 개별구매로 나뉜다.
경매는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최고가 낙찰방법을 말한다. 경매는 한 장소에서 많은 말들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러 사람들과 경쟁을 통해 말을 구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와 달리 개별구매는 소유주와 구매자간의 일대일 거래방식이기 때문에 경매보다는 구입과정이 단순하다. 우리나라의 경매는 1세마 경매와(약 18개월령) 2세마 경매(약 24개월령)에서 구입이 가능하지만 개별구매는 어떠한 제한도 없다. 그러나 대체로 1세 이후부터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왜냐하면 너무 일찍 구입하게 되면 구입당시와 달리 구입한 이후 말의 육성과정에서 골격이 어떻게 변할 지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04년 한국마사회가 미국에서 수입했던 ‘엑스플로잇’이라는 씨수말이 말관계자들 사이에서 상종가를 나타낸 적이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씨수말의 도입 가격에서 가장 고가의 씨수말이었다. 이미 도입되었던 씨수말들의 도입가격이 대체로 10억 원 미만이었지만 ‘엑스플로잇’의 몸값은 다른 씨수말들에 비하여 2~3배를 웃도는 가격이었다. 모든 생산자들은 자기 목장에서 가장 우수한 씨암말들을 ‘엑스프로잇’의 교배 상대마로 선정하여 교배를 하였다. 생산자들 뿐만 아니라 마주들도 ‘엑스플로잇’ 자마들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았다. 첫 자마는 2006년에 13두가 태어났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다보니 자마들의 몸값은 계속해서 올라갔다. 일부 마주는 자마가 출생하기도 전에 임신된 상태에서도 계약이 이루어지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엑스플로잇’의 자마가 2세가 될 무렵 경매에 상장된 자마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모두 개별구매로 이미 판매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미리 구매한 자마들 중 크게 성공한 말은 없다. ‘단심가’ ‘수성에쿠스’ ‘남촌의여왕’ ‘아비가일’등이 2군 정도까지 승군한 말들이다.

마주와 조교사들은 이런 결과들을 보면서 나름대로 많은 깨달음을 갖게 되었다. 2~30억 정도의 씨수말이 그렇게 대단한 씨수말이 아니라는 것과 비싼 씨수말이라고 하여 자마들이 잘 뛰는 것은 아니라는 것, 한국의 기후와 경마장의 주로에 알맞은 자마를 배출하는 씨수말이 따로 있을 수 있다는 것, 아무리 좋은 자마라 해도 너무 어릴 때 구입하는 것은 많은 위험부담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이러한 경험들을 터득한 이후에는 생후 12개월도 안된 육성마를 구입하는 경우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물론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이 있는 것처럼 좋은 말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지만 말이다. 현재 가장 인기가 있는 씨수말은 ‘메니피’다. 그의 자마들도 ‘엑스플로잇’의 자마들이 인기와 기대를 받았던 것처럼 비슷한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임신된 상태에서 미리 계약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것은 어느 정도 자란 상태에서 말의 골격과 균형 등을 보고 구입을 해야지, 너무 일찍 구입하게 되면 그 당시는 좋은 체격이나 균형미를 가지고 있었더라도 나중에 보면 그 기대치만큼 커주지 않는 경우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미리 선구매 한다는 것의 장점도 있다. 같은 조건의 말을 경매에서 구입하는 것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목장에서도 미리 돈을 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약간은 저렴하게 판매하곤 한다. 그러나 개별구매로 인한 분쟁이 가끔 발생하기도 한다. 말을 구입한 후에도 대략 18개월령에서 24개월령까지는 해당목장에서 육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기간 동안 사고나 질병, 상처 등으로 인하여 경주마의 상품가치가 떨어 졌을 경우 그 말을 구입한 마주 측에서 이의를 제기하여 계약을 해지해 줄 것과 변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쌍방이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민사재판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간혹 발생한다. 이와 같은 상황은 개별구매 만큼은 아니지만 경매에서 구입한 경우에서도 발생한다. 경매에 나온 말들의 기초자료인 체고, 흉위, 관위 등은 경매를 주관하는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에서 측정하여 경매 전에 발표를 하는데 말을 구입한 후 측정해 본 결과와 차이가 있다고 하여 분쟁이 생긴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당사자간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현재 민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말을 구매하는 두 가지 방식 중 경매를 통하여 구입하는 경우보다는 개별구매를 통하여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지만 훈련을 마친 말들을 경매하는 브리즈업(Breeze-up) 형태의 경매가 활성화된다면 개별구매보다는 경매에서 구입하는 경향이 늘어 날 것으로 생각된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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